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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상태 박사 칼럼

역사가 니들꺼냐

by anarchopists 2019. 10. 25.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5/11/28 04:42]에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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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죄를 네가 알렸다

20151012일 교육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관한 행정 예고를 공식 발표하였다. 이러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하여 역사 전공자들과 수많은 국민들이 현재까지도 반대의견을 밝히고 있다.

교육부는 2015113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의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인정 구분()을 확정 고시했다. 그러면서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를 국정교과서로 하는 이유를 현행 역사교과서의 검정 발행 제도로는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기 때문이란다. 또 역사교과서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막고 역사교육을 정상화해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국가의 책임으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발행하기로 했단다.

올바른 역사 교과서는 어떤 교과서인가? 국가의 책임으로 만들어진 역사 교과서에 대한 책임을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질 것인가? 역사교육이 정상화되면 국민통합이 이루어진다는 논리는 무엇을 근거로 하는가?

진정 정부는 역사란 무엇인가?’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필자도 30년 이상 역사를 공부하는 흉내를 내고 있지만 아직도 역사란 무엇인가의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선학들도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나름 정의를 하고 있지만 누구도 100% 동의를 받는 역사가는 없다. 많은 역사가들이 역사가 무엇인가를 나름 정의(定議)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누구나 인정하는 정답(正答)이 아닌 자신이 정의한 정답(定答)이었다.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역사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 해답은 아마도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우리 인간이 풀어야할 숙제이다. 그런데 정부는 무슨 근거로 자신들만이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고 하는 것일까?

역사는 국가가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우리의 삶 그 자체인데 왜 국가가 이를 독점하고 올바른 길(?)을 제시하여 어떤 국민통합을 이룬다는 것인가? 국민 100%가 동의하는 길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탈무드에서도 100% 동의하는 안건은 부결된다고 한다. 100% 동의한다는 것이 부당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권력을 장악하면 역사를 장악할 수 있다고 착각을 하는 것일까? 언제가 어떤 대통령이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을 벌였을 때, ‘역사가 무슨 전봇대인가. 자신이 세우면 바로 설수 있는 것이 역사인가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학교에서 역사란 무엇인가를 강의 하면서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본다. 여러분들 앞 교탁에 하나의 조각이 놓여있다. 현재 여러분이 앉아있는 자리에서 이 조각을 뎃생하면 똑같은 그림은 몇 장이나 나올까? 답은 없다이다. 왜 그럴까? 단순하게 그림을 그리는데 2가지 요소만을 고려해 보자. 시각과 원근감. 시각은 각자가 바라보는 각도가 다르다는 것이고, 원근감은 같은 각도에서도 거리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릴 때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하는데, 이 두 가지 요소만으로도 같은 그림은 절대로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사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정해진 정의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역사관을 갖는 것이다. 내 눈 앞에 보여 지는 사물과 일들에 대해 자신의 눈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 강요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을 그만큼 쌓아야 하는 것이다.

국정교과서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까? 획일적이고 통일적인 가치관을 갖는 것이 옳은 것인가? 또한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는 평화로운 세상을 보장할 수 있을까? 획일화된 인식으로 바라볼 때 조금만 다른 아니 한 가지라도 다른 생각을 한다면 용납할 수 있겠는가?

1992년 헌법재판소는 교육법 제157조에 관한 헌법소원판결에서 교과서 국정 제도의 문제점들을 분명하게 밝히고, 국정 제도보다는 검·인정 제도를, ·인정 제도보다는 자유발행 제도가 헌법의 이념을 고양하고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였다.

또한 2003년 제68UN 총회의 문화적 권리에 대한 특별보고에서도 역사 교육은 역사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며 특히 정치인 등이 그 의사 결정에 개입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그런데 여당의 대표와 사회지도층 인사는 역사학자의 90%가 좌파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공부를 하는 입장에서 이같은 여당 대표의 인식은 무엇을 근거로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치인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지 자신의 권력이 아니다.

역사를 제대로 공부해본 적도 없는 이들이 역사를 자신들 멋대로 재단하고 전공자들을 틀렸다고 몰아 부친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이야기하면 동의할 수는 있지만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것에 헛웃음만 나온다. 그런데 그 평가의 기준도 없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이라는 괴물을 휘두르고 있는 모양새다.

올바른 역사관이나 국가관은 무엇인가?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대한민국 헌법 제11조에 규정된대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을 준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국정교과서 문제로 인하여 민주공화국은 어떤 나라인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교육과정은 정권이 바뀔때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교육방식으로 개정하고 헌법상 보장된 학문과 표현의 자유, 시민의 권리 등을 제한하고 있다. 심지어 이건 무슨 소리인가. 현재 우리는 좌파니 좌편향적이니 하면서 곧바로 종북세력으로 몰아버리고 있다. 도대체 이땅에는 얼마나 많은 좌파세력이 살아가고 있다는 말인가.

정치가의 몫과 연구자의 몫 그리고 그것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각기 나름 제몫이 있다고 생각된다. 역사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학문 영역에서 치열하게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며 연구하고 있다. 연구자들와 국민의 몫까지 정치가는 재단하고 결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의견과 같지 않은 이들은 모두 좌파세력이고 종북세력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정치와 학문은 분명히 같지 않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 정치나 정치가 세력이 특정사관을 결합 새로운 이론을 내세울 때마다 인류에게는 항상 재앙을 초래하였다. 예컨대 독일의 나찌즘과 히틀러에 의한 유태인의 대량학살은 슈펭글러의 생태학적문화사관이라는 것을 결합한 결과이다. 사관은 역사를 바라보는 각기 다양하고 다른 관점인 것이지 그것이 누구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가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능한가? 사물을 한 방향에서 똑같이 바라보는 것이 가능한가? 모두가 처해 있는 위치나 사고의 정도가 다른데 획일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민주공화국에서 해야 하는 일인가?

10년 전 2005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역사문제 공론화를 비판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부 여당에서 하는 일이 언론이나 국민에게 의혹을 사게 된다면 정부로서는 손해나는 일이다. 역사에 관한 일은 국민과 역사학자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든지 역사에 관해서 정권이 재단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정권의 입맛에 맞게 하겠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박근혜)

2015년 상황이 바뀌어 야당 대표는 지금 대통령의 위치에 있다. 본인이 했던 그 말을 이제는 자신이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이런 대통령의 역사인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것인가?

지난 1030, 31일 이틀 동안 제58회 전국역사학대회가 개최되었다. 이 행사는 1958년 이래 매년 개최되는 전통이 있는 행사이다. 전국의 주요 역사관련 여러 학회가 중심이 되어 이틀 동안에 걸쳐 열리며 공동주제와 분과별 주제발표가 이루어지는 흔히 역사학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학술대회이다. 그런 전통적 행사에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는 학술대회장에 나타나 교육망친 주범, 좌편향 교수들, 학부모가 용서 않는다’, ‘역사교육을 망친 자들이 올바른 교과서를 반대해 등의 피켓을 들고 학술대회를 방해할뿐더러 온갖 심한 욕들을 하였다.

그런데 이런 뉴스는 언론이나 방송에서 왜 보도가 안되는지 알 수 없다. 싸움도 상대가 있는 것인데 이런 행동은 너무나 일방적이고 무례하다. 자신들의 의견과 맞지 않으면 무조건 잘못된 것이다. 그네들의 의견을 듣고자 해도 그들은 막무가네 네가 잘못이다라는 식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필요 없다. 이것이 획일적 통일적 사고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마치 조선시대 사극에서 보는 죄인 다루는 모습과 흡사하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죄를 알지 못하면 무조건 맞고 시작하는 방식이다. 무슨 미친개 다루듯이 말이다. 권력이라는 몽둥이가 최고인 세상... (2015. 11. 김상태)

김상태 선생님은
김상태 선생님은 인문학(역사: 한국근대사)을 전공하였다.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연구소> 소장 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외 기호일보 객원논설위원과 함석헌학회 학술위원을 겸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에 출강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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