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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어록 365일

참 창피해, 권력 잡으려고 하는 짓거리가?

by anarchopists 2019. 11. 2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4/02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참 창피해, 권력 잡으려고 하는 짓거리가?

[함석헌 말씀]
지금이 어떤 단계인데? 결코 개인 인물이 문제 아닙니다. 인물도 전혀 상관 아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 있습니다. 개인은 거의 바지저고리일 뿐입니다. 지금은 정당정치의 시대입니다. 선하거나 악하거나 간에 정당으로 되는 정치입니다. 그 뒤에 서는 정당 없으면 그 개인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절대로 우리는 인물을 고르는 것 아닙니다. 정당으로 대표되는 정치노선을 고르는 것입니다. 때가 묻은 인물이니 때가 묻지 않은 인물이니 하지만 그것은 속이는 말입니다. 무덤 앞의 비석을 보고 절을 할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무덤 속에 뵈지 않게, 묻혀 있는 사람입니다. 그 후보자 뒤에 숨어 있는 정당의 정책노선이란 말입니다. 이 점에서 절대로 잘못 생각해서는 아니 됩니다.
(1963년 글, 《함석헌저작집》 4 한 발걸음 바로 앞에서, 2009, 한길사, 128쪽)

[오늘의 실천]
총선유세가 갈수록 가관(可觀)이다. 함석헌의 말씀 따라, 정당정치시대는 인물이 중요한 게 아니고 정당노선이 중요하다. 사람을 보고 찍는 것은 “무덤 앞 비석이 절을 하는”꼴이라고 했다. 선거유세가 가열되면서 각 정당에서 거짓과 허위선전이 난무하고 유언비어가 도깨비처럼 떠돌고 있다. ‘민간사찰’문제가 특히 큰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집권여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자,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비열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 그런 ‘아더메치’족들이 몸을 담고 있는 정당이 다시 집권하겠다고 별 유치한 짓거리까지 하고 있다면 이건 큰 문제다.

2009년 어느 날이다. 갑자기 똥단지 같은 전화가 왔다. “울산에 있는 누구(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인데, 지금 울산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국가보안법 위배로 재판을 받는다. 그런데 재판을 받는 이유가, 당신과 강정구가 쓴 글을 자기 블로그에 올렸다가 그것이 국가보안법에 위배되었다. 이를 어쩌면 좋겠느냐”는 거다. 하여 글쓴이가 답변하였다. “그것은 검찰이 잘못이다. 문제가 된다면 글을 쓴 나와 강정구 선생님이 문제이지, 그 글을 올린 당신이 문제될 게 무엇이냐”하였더니 그 사람 하는 말이 “그렇지요, 그렇다면, 당신네들 ...” 하더니 전화를 끊어버린다. 그리고 생각하니 이름도 물어보지 않았다. 말소리도 서울 말씨였다. 그리하여 여러 저러 경로를 통해 알아보니 당시 울산법원에는 국가보안법으로 계류된 사건이 없었다.

지금 생각하니 이게 민간사찰이었다. 민간사찰은 집권세력들이 그들을 반대하는 세력(이른바, 진보세력, 노무현 지지세력, 새누리당을 이들을 종북좌빨로 부른다.)의 씨를 말리려는 ‘인간청소작전’(?)이었다. 곧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사찰이다.

글쓴이는 이미 박정희 독재권력 때, “유신독재의 ‘철의 장벽’을 깨기 위해서는 지식인들의 문화혁명이 필요하다”는 글로 긴급조치 9호(문혁사건)에 걸려 서빙고에서 엄청난 고통을 당한 적이 있었다. 박정희 때 서빙고는 그야말로 양심인사에게는 지옥도가니이었다. 또 전두환 때는 김대중의 동조세력으로 국가변란을 모의했다는 조작사건에 말려, 34일간의 물고문과 각목찜질로 짐승몰이를 당했다. 이후, 경찰만 봐도 진저리가 쳐진다. 이상한 전화만 받아도 심장이 떨린다. 아직도 가끔 박정희와 전두환 때 짐승몰이를 당했던 기억으로 정신공황에 빠질 때가 있다.

이런 마당에 이상한 전화를 받으면 겁이 난다. 그리고 정신박약에 들어간다. 하여 주변변호사, 글쓴이와 함께 사회운동을 하는 사회단체 장, 그리고 잘 아는 인권 신부님들에게 전화를 해 두었다. 그리고 아내(나는 이를 최여사라고 한다)에게도 메모를 남겨 두었다. 내가 잡혀가거덜랑 이 메모지를 보고 구명운동을 하라고. 한번 원자폭탄 같은 국가폭력을 당해 본 사람에게는 괴전화 하나만으로도 공포다.

이렇게 인권을 유린하는 민간 불법사찰이 총선유세를 타고 문제가 되자. 집권세력들이 치사하게 “남도 했다”고 일러. 더군다나 죽은 사람에게 뒤집어 씌워! “나쁜 짓을 누구나 한다.”고. 그래서 “나도 했다”고. 정말 더러운 놈들이다.

총선을 이끌고 여기서 승리하여 대권에 도전하려는 박정희의 딸, 박근혜여 그대는 아는가. 그대 아버지의 유신독재 하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며 죽어갔는지를. 그대가 비단 금침에, 온갖 진해산미로 배를 불리 울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건조작과 몰매로 짐승몰이고통을 당했는지. 그런데 서민 어쩌구, 남이 어쩌구, 복지가 어쩌구. 그건 아니지.

함석헌말씀 따라 선거는 인물을 뽑는 게 아니라. “정당의 정책노선”과 그 당이 과연 어떤 성질의 당인지를 따져야 한다. 그 당에서 박정희가 나오고 전두환이 나왔다면 더구나 불법사찰을 저질은 당이라면 과연 우리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을까.(2012. 4.2 새벽, 취래원농부)

* 아래 사진은 뉴시스(2012.3.29일자)에서 따온 것임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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