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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어록 365일

이 나라에 진정한 보수와 진보가 있는가.

by anarchopists 2019. 11. 2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3/25 07:16]에 발행한 글입니다.


진정한 참 진보와 참 보수가 있는가.

[함석헌말씀]
지금 우리나라 어느 구석에 가 뉘 말을 들어도, “이래서는 아니 된다” “이러고는 아니 망하는 재주 없다”하는 생각은 다 있다. 그것은 다리 밑의 거지나 뒷골목의 갈보들에게만 아니라 정당사무소, 정부 관청엘 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 소용이 없다. 언덕길을 달려 내려가는 차 안에 앉은 사람 모양으로 저들은 뻔히 알고서도 “내려간다! 내려간다!” “위험하다! 위험하다!” 지껄이지만 그것이 내리닫는 차 걸음 같은 이 나라의 빠져듦을 멈추지는 못한다
.(1959년 글, 《함석헌저작집》, 한길사, 2009, 48쪽)

[오늘의 실천]
위 글은 함석헌의 1959년 글이지만, 오늘의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영국의 명예혁명(1688) 이후, 아메리카의 독립혁명(1766) 이후 프랑스의 시민혁명(1787~99) 이후, 이들 나라들은 진보와 보수 세력들이 적당한 주기를 두고 교체하면서 권력을 장악하였다. 그 탓에 그들 사회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권력자들은 부패했을지언정 사회 자체는 다른 나라에 비하여 상대적 안정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이 나라는 아직 ‘보수라는 권력’, ‘보수인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보수라는 용어를 쓰는 사람들이나 정당은 보수라는 용어를 마구 갖다 쓸 수는 알지만 정작 보수다운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 나라에 한 번도 보수권력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보수라고 말하는 권력자들은 야비하게 자신들이 ‘수구’(守舊)라는 것을 알면서도 권력유지 차원에서 ‘보수’(保守)라는 말을 즐겨 쓸 뿐이다. 이 탓에 이 나라 인민들은 ‘수구’라는 말을 모르고 ‘보수’라는 말만 안다. 말에 속아 살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이 나라의 뉴라이트를 비롯하여 그 행동부대인 전국어버이연합, 고엽제 전우회,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유족동지회 등은 그들 스스로 “보수”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결코 보수가 아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진보와 보수의 개념을 인식해 보자. 사전적 의미에서 보수를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반대하고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 함.”(네이버 사전)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이 정의는 잘못되었다. 이것을 역사학적으로 보면, 보수는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는 것은 맞되, 변화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보수도 변화를 추구한다. 진보가 급진적 변화를 추구하는 데 비하여 보수는 전통적인 것을 서서히 고쳐나가는 점진적 변화를 추구한다. 즉 보수와 진보는 다 같이 변화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시차(時差)를 달리할 뿐이다.

이런 면에서 김대중과 노무현도 진보 성격을 띤 보수정권을 이끌었다
. 만약 김대중과 노무현이 참 진보였다면, 민족통일의 장애물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했을 게다. 지금 총선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유권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진보와 보수의 용어를 남발하는 거짓 정당이 어느 정당인지를 가려낼 필요가 있다. 크게 유권자들 귀와 눈에 잘 익은 정당 중,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있다. 통합민주당은 보수당이다. 그리고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고친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수구당이다. 그리고 한나라당에서 갈라나온 국민생각, 친박연대 등은 골통 수구당이다. 이에 진보를 자처하는 통합진보당도 진보적 성격을 띤 노동당일 뿐, 결코 참 진보당은 아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진정한 진보당은 존재할 수가 없다. 진보는 정치권력을 결코 지향하지 않는다.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생각 자체가 진보가 될 수 없다. 한국의 현실로 보았을 때, 참 진보가 되려면, 정부지상주의, 국가주의를 부정해야 한다. 그리고 인간의 양심 자유를 억압하고 기본권을 구속하는 국가보안법의 즉각 폐지를 주장해야 한다. 민족의 즉각적 통일과 군비의 절대적 감소를 주장해야 한다. 빈부격차를 초고속화 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자유무역협정의 철폐를 주장해야 한다. 그리고 자유·평등·자주에 입각한 지역자치를 주장해야 한다. 나아가 국회의원의 특권폐지를 주장해야 한다.

이런 기준으로 보았을 때, 이 나라에 진정한 진보는 없다. 그나마 “이래서는 아니 된다” “이러고는 아니 망하는 재주 없다”라는 주장을 하는 정당들이 있어 다행이다. 정부지상주의, 국가주의를 지향하는 정치세력은 결코 진보세력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2012. 3.25 아침,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 본문 내용 중, 아래 도표는 한반도평화연구원에서 퍼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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