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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어록 365일

사람이 똑 같은 줄 아십니까.

by anarchopists 2019. 11. 2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3/31 07:36]에 발행한 글입니다.


사람은 똑 같지가 않습니다.

[함석헌의 생각]
사람이 똑같다는 말, 이 말은 사람이 사람으로서 귀히 여김을 받을 것과 가치에서 말해서 꼭 같다는 말이지. 사람은 뭘 하는 힘이 있는 건데 그거는 똑 같지 않아요. 귀한 점에서는 꼭 같은 거지만 어떤 거는 귀걸이 노릇하는 거 있고, 어떤 거는 팔찌 노릇하는 거 있고, 어떤 거는 시계 노릇하는 거 있지. 귀걸이가 시계노릇 하겠다고 하고 팔찌가 목걸이 노릇하겠다고 하면 되겟어요? 천분이 타고나기를 다른 게 있으니까. 그건 그 사람에게 맡기는 게 좋아요. 그런데 나쁜 건 뭔고 하니 “벼슬이 좋고 백성노릇은 나쁜 거지” 그게 잘못된 거예요. 잘못된 정치에서 받아온 정치적인 찌꺼기예요
.(함석헌의 1989년의 글: 《함석헌저작집》,12, 한길사 2009, 201~220쪽)

[오늘의 생각]
인류역사에서 보면, 고대국가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신화들이 많이 만들어진다. 그것들이 바로 그리스·로마 신화, 중국의 3황5제 신화, 고조선신화. 고구려신화 등이다. 중국신화에 하늘의 별 중에 천신(天神)의 천마(天馬)를 관장하는 별이 있었다. 곧 백락(伯樂)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말을 잘 다루는 사람을 흔히 백락에 비유한다.

중국 춘추시대(BC 8 ~ BC 5세기)에 손양(孫陽, 진나라 목공, B.C. 7세기 중반 경 사람)이라는 사람이 말(馬)을 좋아했고 잘 다스렸다. 그래서 말을 볼 줄 알았다. 이런 연유에서 손양이 백락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백락을 인용하는 말들은 여러 글에서 많이 나온다. 전국시대 장자(莊子,BC 369?-BC 286)가 쓴 《莊子》,〈馬蹄篇〉(장자, 마제편), 전한(前漢)시대 류안(劉安, BC 179~BC 122)가 쓴 《淮南子》(회남자)와 유향(劉向, BC 77 ~ BC 6)이 쓴, 《戰國策》(전국책), 그리고 당의 한퇴지(韓退之; 韓愈, 768~824)가 쓴 《雜說》(잡설) 등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仁祖實錄》(인조실록)을 비롯한 많은 책과 글에도 나온다.

특히 인조실록에 보면, 인조가 이런 말을 한다 “옛말에 1백 마리의 준마를 얻는 것이 한 명의 백락을 얻는 것만 못하다. 하였는데, 고금 천하에 상신[相臣, 원래 재상을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문맥상 뛰어난 인재를 의미함]을 얻지 못하고도 다스림을 이룩할 수 있었다는 것은 아직 듣지 못했다."(語曰 得百驥騏 不如得一伯樂 古今天下 不得相臣而能成治理者 未之前聞: 仁祖 3年 10月 8日條)

또 한퇴지(韓退之; 韓愈, 768~824)의 글 《雜說》(잡설)에 보면, 백락에 대하여 이렇게 읊조리었다. “세상에 백락이라는 사람 있었다. 그 사람이 있고 나서 천리마가 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 천리마는 항상 있을 수 있으나, 천리마를 알아보는 백락은 늘 있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고로, 비록 명마(名馬)가 있다 하더라도 천한 것들 손에 붙들려 학대를 받으면 평범한 말과 같이 죽통에서 밥만 먹다가 병들에 죽기 마련이니 천리마의 천분(天分; 타고난 기질)은 쓸모가 없게 된다.”(世有伯樂, 然後有千里馬. 千里馬常有, 而伯樂不常有. 故雖有名馬, 秖辱於奴隸人之手, 騈死於槽櫪之間, 不以千里稱也.: 《古文眞寶》)

위 두 옛글의 인용을 함석헌의 말과 함께 오늘에 되살려 보자. 위 인조의 말은 명마가 있다한들 백락만 하겠으며, 임금이 있다한들 명신(名臣)만 하겠는가? 라는 말이다. 그리고 아래 한유의 글은 아무리 명마가 있다한들 평범한 말들과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며, 백락을 만나야 명마가 그 천성의 기질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 선거철이다. 선거벽보와 길거리의 걸게 홍보물을 보면,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자기를 홍보하는 문구들이 가관이다. 자기를 스스로 “인재”라고 표현한 문구가 있다. 그리고 자기 당의 대통령후보 예정자와 나란히 찍은 사진을 붙였다. 언뜻 ‘미친 놈’들 같은 생각이 든다. 자기 스스로 ‘인재’(人才)란다. 이것은 분명, 인재의 개념조차 모르는 바보다. 인재는 유권자가 가려내는 법이다. 유권자는 스스로를 인재라고 하는 그런 바보를 국회로 보내면 안 된다고 본다. 백락이 있어 명마를 찾아내듯이, 이제 우리 시민(유권자)들은 명마에 해당하는 인재(국회의원)을 찾아내야 한다.

명마는 어디까지나 주인을 위해 제 타고난 천리마의 기질을 발휘한다. 천리마는 결코 제 스스로 자기가 준마(駿馬)라고 까불지 않는다. 그리고 주인 위에 올라서려 하지를 않는다. 유권자들이여, 이번에 정말 백락이 되어 명마를 가려내기를 바란다. (2012. 3.31.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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