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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 박사 칼럼

종교적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

by anarchopists 2019. 11. 2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4/0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종교적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 종교의 이성과 신앙



종교는 초월적 존재에 대한 믿음과 그에 근거한 삶을 살자고 하는 데에 본래의 목적이 있다. 그런데 그 신앙의 고백과 행위는 종교를 갖지 않는 사람들에게 적어도 감화를 줄 수 있어야 하고, 그 행위를 통해서 신의-있음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신자의 개별적 삶 혹은 성직자의 언어와 행위는 단지 가식과도 같은 것이라면 자칫 신의-있음으로 보이는 듯한 사기(詐欺)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종단의 교리를 앞세우거나 종단이 가진 진리 체계를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행위 역시 종교의 본질에 입각한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에 대해 함석헌이 비판하지 않았는가. “내가 믿는 교리나 의식을 따르면 다 선한 사람이라 하고, 그것을 따르지 않으면 덮어놓고 악한 놈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세상을 건지는 참 종교가 아닙니다.”(함석헌, 『함석헌전집 「서풍의 노래5」』, 한길사, 1984, 216쪽) 그런데 많은 종교가 신자의 인격과 이성을 우매하게 만들고 있다. 이성은 작용을 멈추게 하고 오직 성직자의 언어와 행위만이 진실인 양 강요하는 것은 설교나 강론은 아니다. 적어도 성직자의 언어도 신앙의 본질과 경전의 빛에 비추어서 판단되어야 하며 나아가 신자들의 삶을 통해서 검증되어야 한다.


  종교가 태동한 이래로 종교 공동체의 성직자들은 많은 군중들과 신자들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를 양산한 계급이
기도 했다. 단연코 이데올로기는 신앙이나 신념 그 자체는 아니다. 무엇을 판단할 때, ‘기도를 해 보자’, 혹은 ‘신의 뜻을 찾아보자’는 말을 많이 하지만 그것이 신앙과는 전혀 관계없는 언어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종교의 문화가 건강하려면 어쩌면 그러한 신앙 공동체가 사용하고 있는 일상화된 언어의 함정에서 벗어나서 진실과 진정성이 묻어나는 말을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상대방에 대해서 참으로 무례한 용어들, 책임질 수 없을 때 하는 말들이 신앙 언어 안에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찌 보면 사람들은 그것이 종교적 일상언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 안에는 오히려 배려하지 않는 상대방에 대한 무관심이나 사회와도 소통되지 않는 자신들만의 언어문화가 더 짙게 배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는 무엇보다도 성직자이든 아니면 신자이든 간에 종교의 진정성을 회복해야 한다. 그 진정성은 1차적으로는 자신들의 공동체에서 사용하는 신앙 언어에 있고, 2차적으로 초월적 존재에 의한 다름을 따르는[사는] 삶에 있다. 물론 그 진정성의 본질은 신앙 본질을 깊이 묻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깊이 묻지 않고, 반성하지 않고 나오는 신앙 언어와 행위는 개인에게는 거짓이요, 타자에게는 무책임성이 되어 버린다. 함석헌은 “정말 참 지경은 말 한 마디 아니하는 것. 하늘은 말 없다. 그 담 지경은 말을 하되 조금 하고 책을 쓰지 않는 것. 석가나 예수가 그것이다. 그들은 예언자 혹은 대언자다. 하늘 말씀을 보고 그것을 말하는 것이다. 자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 말이 사뭇 사람의 마음을 찌른다. 직지인심(直指人心)이다.”(함석헌, 『함석헌전집 「인간혁명의 철학2」』, 한길사, 1983, 13쪽)라고 말했다.


  따라서 종교는 종교 자체의 정신화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종교의 정신화 혹은 종교의 영성화는 말에 대한 조심성과 책임성, 그리고 무게감에 있다. 말을 안 하면 더욱 종교답겠지만 적어도 언어를 사용하고 목소리를 높여서 사회적 발언을 하고 신앙적 삶을 외쳐야 한다면 반드시 하늘 언어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자신의 말이 아니라 하늘의 언어를 받아서 그야말로 대언을 하면 될 일이다. 거기에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정치적인 것의 꼼수(?)와도 같은 말이 있을 수가 없다. 오직 진실과 진정성, 그리고 진리만이 있을 뿐이다. 하늘-마음은 변함이 없을 진대 성직자와 신자의 말은 마치 하늘-마음이 이랬다저랬다 하기라도 하는 듯이 변덕스럽다고 한다면 어찌 그 종교를 건강하고 건전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종교인은 먼저 자신의 언어를 살피고, 종교 언어에 부합하는 자신의 신앙 몸짓을 성찰해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세상은 그렇게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려고 하는 모습에서 종교인의 참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종교적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2012/04/01).



*위 이미지들은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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