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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 박사 칼럼

교육은 교감(交感)이다!

by anarchopists 2019. 11. 2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4/10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교육은 교감(交感)이다!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은 단지 다른 사람에 비해 조금 불편하다는 점뿐이다.” 우리가 장애인으로부터 일반적으로 듣는 말이지만 현실은 고상한 표현을 담아내기에는 그리 녹록지 않을 수 있다. 이 사회에서 그들이 겪는 고통과 모멸감, 혹은 비인격적인 대우 등을 생각한다면 그러한 말이 편안하게 들릴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불리한 조건을 딛고 당당하게 일어서는 장애인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일전에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대학을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일선 학교의 교단에 선 신문 기사를 보고 마음 한 구석이 환해졌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학생들에게 비춰지는 그들의 모습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위대한 스승으로 보이지는 않았을까?


현대 창조영성가 매튜 폭스(M. Fox)는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강한 체험은 늘상 자비를 인식하고 익히고 성장시켜 가는 수련장이다... 고통은 내가 알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합당한 자비를 위한 수련장이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의 고통을 인생에 있어서 수련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러했기에 그들의 장애는 자신들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장애가 인간과의 단절이 아니라 교감을 가져왔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교육현장에서 설령 장애가 없는 교사라 할지라도 학생들과 충분한 교감을 나누고 있는가 하는 것은 의문이다. 다시 말해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 사귐이 있고 느낌이 있는 관계가 형성되어 원활한 사제지간의 정을 나누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고통을 삶의 수련으로 여겼던 그들에게 있어서 교육은 교감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비록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사람들에 비해서 더 잘 듣는 교사, 더 잘 느끼는 교사로서 제자들에게는 귀감이 되고 있을 것이다. 또한 제자들은 그들을 통해서 교실에서 배우는 것은 단지 지식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 믿는다.


교사와 학생의 마음이 서로 무너져 버린 교실에서 교육의 이상을 찾는다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어렵기만 하다. 이에
함석헌은 “교육은 사랑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는, 즉 거저 주는 것이 아니고는 그 효과를 낼 수 없다. 그런데 교사 노릇을 직업으로 하게 되면 하는 교사 자신의 맘속에도 희생 봉사에서 오는 고상한 감격은 있을 수 없고 아주 냉랭한 지식, 기술적인 것을 주는 데 그칠 수밖에 없고, 받는 피교육자도 저 사람은 우리에게서 값을 받고 가르쳐주는 사람이라는 심리가 암암리에 들어가게 되면 가장 중요한 인격 발달의 양식이 되고 고상한 심정의 전달을 받는 것이 없게 된다.”(함석헌, 『함석헌전집 「서풍의 노래5」』, 한길사, 1984, 193쪽)고 비판했다. 마음을 느끼지 못하고 지식 전수에 그치는 교육이 가져온 폐해는 교실의 황폐화이다. 마음과 마음이 서로 사귀고 느끼는 것에서 신뢰가 싹트고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교사는 학생 대하기를 인격체가 아니라 하나의 교육 대상, 피교육생으로서의 사물성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앞에서 말한 시각 장애 교사들의 공통점은 학생들의 목소리와 이미지를 파악하여 학생 하나하나를 인격체로 대우하고 이름을 불러주는 성실함에 있었다.


시각 장애를 갖고 있는 자신들이 오히려 많은 학생들에게 대상이나 사물성으로 인식될지언정 그들은 자신의 장애를 통해 입게 되는 상처에 대해서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들을 오직 정신을 성숙시키는 과정 중에 있는 존재자들로 보았던 것이다. 눈으로 본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았다 데에 주목을 해야 한다. 눈은 사물을 파악하는 데 일차적인 기능을 하는 인간의 감각 기관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시감각이 중요하지 않았다. 마음이라는 인간 심성이 더욱 중요한 교육의 매체였다. 함석헌의 말을 빌린다면 그들의 마음에 혹은 교육철학에는 ‘덕이 있었던 것이다.’(함석헌, 『함석헌전집 「서풍의 노래5」』, 한길사, 1984, 186쪽) 덕으로서 학생들을 대하고 덕으로서 교육하고자 했다. 그러므로 교사의 덕으로 인해서 학생들이 떠받드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인정하는 덕이 있는 교사가 나와야 한다. 요즈음 우리 교육의 현실 속에서 사
(私)는 있는데 공(公)은 없다. 이익만 찾을 뿐이고 덕을 앞세우려는 교육자를 만나기가 어렵다. 명심해야 할 것은 교육한다는 것은 남 교육이 아니라 자기교육이다. 자기교육이 먼저 되어야 남을 교육할 수 있다. 그래야 자기뿐만 아니라 전체를 살릴 수가 있는 것이다. 함석헌이 “교육은 인간 살림의 알파요 오메가다.”(함석헌, 『함석헌전집 「서풍의 노래5」』, 한길사, 1984, 172쪽)라고 말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교실이 살아야 한다. 교실의 주체는 교사가 아니라 학생들이다. 그런데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의 마음을 느끼지 못한다면 교육은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교육은 교감(交感)에서 비롯된다. 그것을 일반학교 교단에 선 시각 장애 교사들이 보여준 듯하여 우리 교육의 살림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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