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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 박사 칼럼

종교는 뜻을 찾자는 (생명)운동이다!

by anarchopists 2019. 11. 18.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5/12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종교는 뜻을 찾자는 (생명)운동이다!



  “인간이 하나님의 뜻을 아는 오직 하나의 길은 그 지으신 것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사랑함에 있다.”(인간혁명의 철학2, 한길사, 1983, 245쪽)
함석헌의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모든 것의 근본은 뜻이다. 뜻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 뜻이 한 뿌리에 달려 있는 때 안개도 참이요 호랑이도 착한 것이요 티끌도 아름다운 것이지만, 뜻 하나 잃으면 꽃도 고울 것이 없고, 성인도 잘났달 것이 없고, 바위도 굳달 것이 없다. 뜻이 주인이요 뜻이 전능이다. 뜻이 하나님이다. 종교는, 그 뜻을 찾자는 운동이다.”(인간혁명의 철학2, 한길사, 1983, 260쪽) 뜻이 어디에 있는가? 세계에 있고 씨알에 있다. 그런데도 왜 종교는 그 뜻을 멀리서 찾으려고 하는가? 함석헌이 말하고 있듯이 초월자가 지으신 세계, 즉 지으신 것, 지으신 존재자에 뜻이 깃들어 있는데 말이다. 지으신 것에는 지으신 존재의 뜻과 의지, 그리고 사랑이 있으니 지으신 존재자를 사랑하면 뜻을 알게 된다. 뜻을 알게 되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면 그 뜻을 알게 된다.


  “종교는, 그 뜻을 찾자는 운동이다.” 뜻-찾음은 꿰뚫어 봄, 뚫어지도록 바라봄에서 이루어진다. 세계와 인간의 속알맹이에서 꿈틀거리는 뜻을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뜻을 찾음은 뜻-봄, 즉 하나님의 뜻을, 한울님의 뜻을, 알라의 뜻을, 부처의 뜻을 봄이다. 모든 것에는 본래 그 뜻을 품고 있게 마련이다. 세계와 인간에서(뜻 자체를 품고 있는 존재자를 사랑하고) 그 뜻을 보게 되면 그 뜻 자체인 존재를 알게 되고, 뜻 자체를 품고 있는 존재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뜻’이란 어쩌면 누멘(numinous)과도 상응할 수도 있다. “종교체험은 독자적 “평가범주”(Bewertungskategorie)를 이루고 있는데, 이것을 라틴어에서 신성(神性) 내지 신적 힘이라는 뜻을 지닌 “누멘”(numen)이라는 용어를 빌려서 특수 용어를 만들어 “누멘적인 것”이라고 묘사하였다. 종교적 영역은 “성스러운 것”의 영역인 것이다.”(J. Bach, 김승혜 편저, “루돌프 옷토와 「성스러움의 의미」”, 종교학의 이해, 분도출판사, 1989, 106쪽) 그런데 이 누멘적인 것의 종교적 체험은 음악․말․색깔․돌․나무․금속들이라는 보편적인 매개물을 통해서 가장 깊은 체험을 표현하기도 한다.(J. Bach, 김승혜 편저, “종교의 보편적 요소들”, 종교학의 이해, 분도출판사, 1989, 136쪽)


  마찬가지로 함석헌도 “나무는 땅이 하늘 향해 올리는 기도요 찬송이다... 땅의 숲이 보이지 않는 물과 땅의 힘을 더하여 나타나듯이 우리 머리 위에 저 푸른 하늘은 보이지 않는 참 하늘의 표시다. 상징이다... 다시 말하면 가장 크고 가장 높고 맑고 영원 무궁한 것을 나타내어, 우리로 하여금 거룩을 느끼게 하는 것이 저 하늘이다... 무엇이 있어서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스스로 자기 속에 있는 높음․깊음․맑음․거룩함․끝없음을 그 허공에서 느끼는 것이다”(인간혁명의 철학2, 한길사, 1983, 307쪽)고 말하면서 자연의 보편적인 성스러움을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성스러운 힘을 내포하고 있다. 그 안에는 신성(神性), 혹은 불성(佛性)이 있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뜻’이 있는 것이다. 이뜻은 존재자를 더욱 깊이 사랑하면 할수록, 자비를 베풀면 베풀수록 더 확실하게 내 앞에 드러난다. 존재자를 통하여 직관적으로 포착된 뜻을 모르면 볼 수 없기 때문에, 즉 신성이나 불성을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랑과 자비로 접근하는 태도가 우선이어야만 한다.


“사람은 자연의 아들이란 말이 있다. 우리는 햇빛 아래 공기를 마시고 바람을 쏘이며, 동식물을 먹고, 물을 마시고, 그것들로 옷을 만들고, 집을 짓고 산다. 그러나 우리가 자연물을 이용만 하고 그것을 기를 줄을 몰랐다면 자연을 참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연을 모른다면 하나님도 모를 것이다. 자연이 우리 생활의 자료도 되지만 우리 정신교육의 교과서도 된다.”(인간혁명의 철학2, 한길사, 1983, 312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뜻을 몰랐다는 말이다. 뜻은 반드시 지어진 존재자를 통하여 알게 된다. 뜻을 직관적으로 깨달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물질성, 혹은 사물성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래서 뜻-봄은 꿰뚫어 봄이라 말한 것이다. 물질성, 사물성을 직관적으로 꿰뚫어 봄으로써 만나게 되는 것은 궁극적 실체인 하나님, 혹은 부처이다.


  그리스도교, 불교, 동학 등의 종교에서는 모든 존재들이 홀로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존재들이 유기적으로 있으면서 신성을 품고 있다. 그래서 함석헌은 “한 개 한 개의 생명은 다 우주적 큰 생명의 나타난 것이다. 다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것은 우리 몸의 한 부분이다. 작게 보니 너와 나지, 크게 보면 너와 나가 없다. 다 하나다... 만물은 이용해 먹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대접하고 생각하여 깨달아야 하는 하나님의 사자(使者)요 편지다. 그러므로 돌보고 보호해야 한다는 정신으로 대하여야 한다.”(인간혁명의 철학2, 한길사, 1983, 322쪽)라고 말한 것이다. 이제라도 종교가 참 ‘뜻’을 알아야 한다. 더불어 뜻 그 자체를 알려고 먼저 만물을 사랑하고 자비를 베푸는 평화주의적 사유와 실천에 앞장을 서야 할 것이다.


  종교가 뜻을 찾는다고 하는데, 그 뜻이 무엇인가를 추상적으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고, 설령 알았다고는 하나 피상적으로 알게 됨으로써 그 실천 또한 미약하기 짝이 없다. 뜻은 가까운 이웃, 가까운 만물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사랑해보라, 자비심을 가져보라, 불상생을 실천해 보라. 그러면 그 뜻 자체를 참으로 알게 될 것이다. 그 뜻 자체는 사랑이며 자비라는 사실을 말이다. 혹자는 먼저 뜻을 찾아야 사랑할 수 있지 않느냐, 먼저 그 뜻 자체를 체험해야 사랑할 수 있지 않느냐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그 뜻은 호칭할 수 없는 누멘적인 것이다. 그러니 부를 수 없고 인식할 수 없는 그 존재, 그 뜻 자체를 알고서 세계와 인간을 사랑하고 자비를 행한다고 할 수 없지 않는가. 그러므로 보편적인 종교체험의 매개체인 가장 가까운 존재자를 꿰뚫어 봄이 없이 뜻-봄, 뜻-깨달음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세계로서의 자연 만물을 통하지 않고, 지은 바 이성적 존재인, 동료요 이웃으
로서의 존재인 인간을 통하지 않고 그 뜻 자체를 알 길이 없다. 그러므로 무조건 사랑해야 한다. 무조건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 무조건 선업을 쌓아야 한다. 그렇게 될 때 그 무조건 만물을 품었던 초월자, 혹은 초월자의 뜻이 확연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웃이니까, 세계로서의 자연이니까 사랑과 자비를 베푼 것이 아니라, 사랑과 자비로 대하니까 이웃이 되고 우리에게 생명으로서의 자연이 된 것이다. 전자는 조건이요, 후자는 무조건이다. 뜻을 찾음은 무조건을 통해서 밖에 길이 없는 것이다.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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