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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교육

[제5강] 함석헌이 말하는 미래의 공교육 개념

by anarchopists 2020. 2. 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9/01/09 09:30]에 발행한 글입니다.

[교육자 함석헌을 말한다-5]


미래의 공교육 이념


교육자 함석헌의 삶과 사상

우리 학교교육의 나이는 100년이 훨씬 넘는다. 그러나 공교육의 개념이나 기준은 역사적으로 명확하지도 않다. 이런 형편에서 참교육자라면 학교현장에서 좌절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반대로 “교육을 직업으로 아는 가련한 인생”이라면 학교선생보다 더 좋은 직업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인생관은 곧 교육관이기도 하다. 함석헌의 교육관은 현대인의 인생관을 문제 삼는다.

“자본주의요 공산주의요 하지만 그것은 아직 표면의 소리요, 문제는 깊은 데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문제는 인간의 본질, 존재의 성격 속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의 이념이 거기까지 깊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현대의 큰 폐는 인생을 아주 옅게 보는데 있다.”
(“새 교육”,『함석헌전집 2권』)

그는 현대인의 인생관이 르네상스와 과학혁명과 국민국가의 등장 이래 옅어졌다고 본다. 오래 전부터 연역적으로 존재했던 신(神)이나 영혼의 실재를 “허무의 나라로 축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그러한 인생관 위에서” 본격적으로 갖추어진 교육의 형태가 바로 학교교육이다. 동시에 오늘날 세계 공통인 학교시간표는 결정적으로 현대 문명의 터를 닦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주의 교육은 대량죽음을 양산한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 절정을 치닫는다.

함석헌이 교원자격증을 획득하고, ‘조선역사’를 가르치다가 좌절하게 된 것도 이 기간이다. 그가 “우주ㆍ인생을 윤리적인 입장에서 고쳐 해석하려는 노력”을 경주하면서 이른바 “회심의 경험”을 한 것도 그 즈음이 아닌가 한다. 즉 함석헌의 일생은 학교교육의 영향력을 입었지만, 그의 교육관은 학교교육을 부정하는 새로운 인생관과 결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그의 “교육학습”으로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교(敎)’라 하지만 가르치는 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구(求)’가 되어야 한다. 인 생이란……건지는 데까지 가야 참 교육이다.(……)
‘육(育)’이라 하지만 그저 키우는 것만 가지고는 부족이다. ‘제(濟)’가 되어야 한 다. 건너 주는 것이 되어야 참 키움이다.……인생은 무목적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 라 바칠 데가 있어야 키우는 것이다.(……)
‘학(學)’이라 하지만 그저 배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신(信)’에까지 가야 한다. 학은 글자가 말하는 대로 모방이다.……신, 믿는 것은 하나가 되는 일이다.(……)
‘습(習)’이라 하지만 익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애(愛)’에까지 가야 한다.……, 배워가지고 늘 익히면 즐겁지 않느냐 했지만, 즐거우려면 그것을 사랑해야 한다.
(“새 교육”,『함석헌전집 2권』)

미래 공교육 개념은, 민족통일과 지구평화다

이것은 고전적이면서 현대적이다. 관념적이 아니라 체험적이다. 민족적이 아니라 인간적이다. 특수하기보다 보편적이다. 학교의 존재 여부와 상관이 없다. 그리고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 하나가 될 수 있다. 여기에 교육자 함석헌의 삶과 사상이 담겨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교육이념은 미래의 공교육을 결정한다. 그것은 민족통일을 위해 민족교육에 충실하고 ‘지구민족’의 평화에 이바지 해야 한다. 민족통일 없이 ‘지구민족’의 미래는 없다. 그러나 민족교육의 자취는 일제 식민지와 분단 때문에 무척이나 희미하다. 탈민족주의자들은 그것을 간과한 것 같다. 함석헌의 말대로, “앓느라고 중학과정도 마치지 못했는데 나이 먹었다고 대학 열에 세운 셈”일 테니까. 그는 민족을 “하나의 인격적 존재”라고 규정한다. 그 인격의 보편성 때문에 ‘조선역사’를 가르치던 전쟁시대 때부터 착함과 용기를 ‘조선사람’의 혼이자 민족적 성격으로 확신하고 있다.


“역사가 만일 이전과 마찬가지로 폭력으로 될 것이라면 우리는 소망이 없다. 망하든지 남의 종노릇을 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폭력이 소용없는 시대가 온다면 우리야말로 그 적격자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할 때 우리의 교육 시야에는 무한대의 세계가 열려 있다 할 수 있다.”
(“새 교육”,『함석헌전집 2권』)

함석헌의 “교육학습”은 극미세계의 ‘나’를 “무한대의 세계”와 상통하게 하는 교육이념이다. 민족의 미래도 ‘지구민족’으로 거듭나야 할 ‘나’에게 달려 있다. 미래의 공교육은 개인을 도구화하거나 무력하게 만들던 국가주의 교육이념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치석 선생님은
함석헌의 역사관
* 이치석 선생님은, 프랑스 아미앙대학교 역사학 박사과정(D.E.A)수료하였으며, 함석헌의 "씨알교육"을 우리나라에 보급하려 애써오셨다. 현재"씨알의 소리"편집위원으로 계신다

* 저서로는『씨알 함석헌평전』『전쟁과 학교』가 있고, 공저로는『황국신민화교육과 초등학교제』외 다수가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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