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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교육

[제4강] 청소년 피를 빨아먹는 특권계급

by anarchopists 2020. 2. 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9/01/08 09:30]에 발행한 글입니다.

[교육자 함석헌을 말한다-4]


“학교 뒤에는
청소년의 피를 빨아먹는
특권계급이 있다”



함석헌의 반자본주의 교육관

다음, 함석헌의 반자본주의 교육관은 여전히 새롭다. 이른바 사교육이란 거대한 괴물의 출현을 이미 50년 전에 예고한 것처럼 보인다. 그 동안 권력교체가 이루어지고, 역대 대통령들도 무척이나 교육개혁을 외우고 다녔지만,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적 제국주의”가 지배하는 학교체제와 교육풍토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모든 제도ㆍ표준이 자본주의 경제조직 위에 놓여 있다.……자본주의는 형식적으로 자유나 인격주의와 일치되는 것이므로 제도상으로는 계급도 없고 인격의 차별도 없다. 그러나 이 돈이라는 중간 마녀를 씀으로써 사실상 도덕은 상층 계급에만 있지, 하층 계급에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사회의 권위가 없다는 것은 지배자들이 자기네 이익을 위하여 정의를 매수 혹은 독점했기 때문이다.”
(“새 교육”,『함석헌전집 2권』)


분명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폐단은 “돈이라는 중간 마녀”의 마법이 통하는 시장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의 도덕적 기원을 설명해준다. 교육의 경쟁력을 내세우면서 학교의 서열화 시도가 대체로 상층계급의 이익과 직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어리석은 것이어서 교사도 부형도 그 교육정신보다도 우선 경쟁이 심한데 입학했다는 데 일종의 우월감을 느낀다. 또 우량이 정말 우량이라 하더라도 그 한 두 학교 때문에 다른 학교가 받는 해(害)는 거기 비할 바가 아니다. 이런 것은 다 지나간 시대의 제국주의적인 사상에서 나온 것이다. 소위 우량학교의 거물급 교장이란 것을 보면 배만 뚱뚱했지 그 속에서는 켸켸묵은 냄새가 난다. 그런 것이 시대의 요구에 응하는 인물을 길러낼 리가 없다. 그런 학교 뒤에는 다 뒤에 서 있는 물건이 있다. 그것은 청소년의 피를 빨아먹고 크는 특권계급이다.”
(“새 교육”,『함석헌전집 2권』)



청소년의 피를 빨아먹고 크는 특권계급

과연 자본주의 시장에서 수 많은 “청소년의 피를 빨아먹고 크는 특권계급”의 존재는 우리 학교사의 기형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것은 국가주의 교육의 어두운 그림자가 확실하다. 실제로 사교육이란 괴물도 그 속에서 성장했다. 엄정하게 말해서, 국가주의 교육에 철저한 국민국가라면 공교육을 무력화시키는 사교육을 결코 허용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함석헌의 교육관은 이 괴물의 정체를 폭로해준다. 가령 사교육의 유일한 기준이 있다면 돈 뿐이다. 돈 있으면 사교육을 받고 돈 없으면 사교육을 받지 못한다. 거기에 교육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존재할 리 없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폐단 때문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본디 사교육이란 공교육에 대한 반대 개념이다. 역사적으로 공교육이란 프랑스대혁명 때 혁명가들이 창안한 무상교육과 의무교육을 말한다. 그들은 공화국의 교육을 부정하고, 구체제의 지배계급이 독점했던 교회의 교리교육을 사교육이라 불렀다. 반면에 기독교천국과 절대자를 신앙하는 성직자들은 공교육을 세속적으로 타락했다고 비난했다. 즉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교육관의 기준은 돈이 아니라 인간공동체에 대한 그들의 윤리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윤리의식은 자본주의 사회와 충돌하지 않았으며, 함석헌의 교육관도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하필 우리만이 그 폐해가 심한 것은 웬일인가?……우리가 자본주의 시대에 뒤떨어져서 남들이 그 안에서 민족통일을 하는 때에 우리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우리는 그때에 남이 착취하는 시장으로 제공되었기 때문에 그 자본주의를 써가지고 민족통일을 이룰 수가 없었다.”
(“새 교육”,『함석헌전집 2권』)

함석헌은 교육문제의 근본원인에 대해서 낡은 국가주의와 병든 자본주의를 분리시키지 않는다. 현대사에서 두 이념 자체가 청산해야 할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나 전체 민중이요 인류 전체의 삶이요, 인간공동체의 미래에 있다. 그 미래가 교육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미래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 바로 국가주의와 자본주의의 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 세기 전에 말이다.


이치석 선생님은
함석헌의 역사관
* 이치석 선생님은, 프랑스 아미앙대학교 역사학 박사과정(D.E.A)수료하였으며, 함석헌의 "씨알교육"을 우리나라에 보급하려 애써오셨다. 현재"씨알의 소리"편집위원으로 계신다

* 저서로는『씨알 함석헌평전』『전쟁과 학교』가 있고, 공저로는『황국신민화교육과 초등학교제』외 다수가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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