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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민족

[제1강]탈민족주의가 우리시대의 조류인가

by anarchopists 2020. 2. 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9/01/12 09:30]에 발행한 글입니다.

[함석헌과 ‘그리스도교민족주의’ 그리고 ‘통일민족주의’- 1]


들어가는 말
탈민족주의가 우리시대의 조류인가.


각 나라마다 역사의 발전단계는 다르다.

1990년대 초의 탈근대주의(postmoernism)와 1990년대 말의 신자유주의 세계화(globalization) 기운에 의해 국제협조ㆍ국제연대가 확산되는 등 세계경제의 기본토대가 변함에 따라 ‘민족주의’도 ‘탈민족주의’로 가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복거일, 《국제어시대의 민족어》, 문학과지성사, 1988; 임지현, 《민족주의는 반역이다》, 소나무, 1999; 박찬승, 《민족주의의 시대-일제하의 한국 민족주의》, 경인문화사, 2007) 이에는 뉴라이트계열의 학자들도 대거 동참하고 있다.(이영훈ㆍ박지향 등 편저,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책세상, 2006; 자유주의연대 신지호 대표 등)


그러나 내적으로 남북통일문제, 외적으로 일본의 독도를 둘러싼 영토침략과 중국의 동북공정을 통한 역사침략이 눈알을 부릅뜨고 우리에게 덤벼들고 있는데도 과연 탈민족주의를 주장해야 되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역사발전은 지역과 나라에 따라 ‘발전단계’에 차이를 가지고 있다. 예컨대, 청동기의 발전이 세계4대문명 발생지역에서 기원전 5,000여 년 전에 발생하였다면, 여타지역은 이의 영향으로 그들의 역사적 상황에 따라 청동기 문명의 발생시기가 천차만별이다.

그리고 근대의 발생도 진보적 그리스도교 윤리구조를 가지고 있던 유럽이 15세기부터 자율적으로 시작하였다면, 보수적 유교주의 윤리구조를 가지고 있던 동아시아는 19세기에 들어와 타율적으로 시작한다. 이에 따라 근대적 특징의 하나인 민족주의도 유럽과 아시아가 발생시기와 특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역사발전단계는 지역과 나라마다 차이가 있고 특성 또한 달리한다.

그런데 탈민족주의가 구미지역에서 하나의 시조를 이루고 있다하여 역사적ㆍ민족적 상황이 다른 우리마저 맹목적으로 ‘민족’과 ‘민족주의’를 포기한다면, 우리 민족 앞에 놓여있는 당면한 과제, 곧 민족내부의 선결문제인 분단조국의 통일, 민족외부로부터 오는 외세의 영토(중국이 노리고 들어오는 북지역의 중국영토화) 및 역사침략(독도, 만주에 대한)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이러한 우리민족 대내외의 문제를 버려두고 세계경제의 기본토대가 변한다고 하여 민족의 생존문제까지 덮어둘 수는 없다. 이에 대하여 함석헌은, “닉슨이라는 사람이 한번 말 한마디를 내밷자, 우리나라 정계는 갑자기 마치 다 먹고 난 뼈다귀를 내던질 때의 뜰아래 강아지 무리의 사회 같이 요란스러워졌다. 서로들 먹을 통이 났다고, 서로들 제가 먼저 봤다고, 제 거라고, 서로들 제가 바로 물었노라고, 으르렁댄다. 그것을 내려다보며 입가에 기름을 번지르해 앉은 곰은 무슨 생각을 할까.”(함석헌, <民族統一의 길>, 1971)라고 자주성 없는 정치 곧 자주성 우리를 비판하였다. 각 나라와 사회는 서로의 정치적 상황과 민족적 처지가 다름을 설파한 말이다.

서구 민족주의와 한국의 민족주의는 본질이 다르다.

민족이란 개념은 단순하고 추상적인 개념도 아니며 가변적인 공동체적 개념도 아니다. 민족주의는 분명 유럽에서 발생하였다. 유럽의 민족주의는 16세기 중세봉건체제의 ‘절대적 권력’과 ‘권위적 종교’에 대한 저항(르네상스ㆍ종교개혁)에서 개별적 민족주의가 대두한다. 이 당시 민족의 개념은 대체로 혈연ㆍ지연이 같은 자연적인 요인에다 언어ㆍ역사문화가 같은 정신적 요인을 포함시켜 말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에는 경제적 요소가 추가되었다. 그래서 민족의 본래개념은 완전히 서구적인, 서구 중심적이다.

이후 19세기 유럽 중심의 세계는 제국주의질서가 성립하면서 반동적 민족주의가 발생한다. 그리고 제국주의의 침략을 받은 아시아에서는 식민지ㆍ반식민지 상태에서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민족주의를 발생시킨다. 즉 ‘식민지민족주의’이다. 따라서 유럽의 민족주의와 아시아의 민족주의는 태생적으로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서구의 민족개념으로 우리 민족을 동일한 개념으로 파악할 수는 없다.

우리 민족의 특성은 한반도에서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람들의 구체적인 생활단위이고 공고한 집단이다. 따라서 민족은 공동체 구성원의 오랜 집단생활과 활동을 통해서 형성된 성질, 곧 정신과 생활 속에 녹아져 내려오는 특질을 갖는다. 대한민국 헌법을 기준하여 보면, '한국민족'은 남북한 주민과 해외동포를 포함하는 '한민족' 전체를 뜻하고, 한민족의 영토는 북한지역까지 포함하는 한반도 전체를 지칭한다. 이렇게 한국민족은 그 개념부터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탈민족주의를 주장해야 하는지 적이 염려가 된다. 하여 오늘 여기서는 ‘씨알’과 ‘통일’로 대변되는 함석헌의 민족주의 특성을 가지고 우리민족과 사회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함석헌의 초기 민족주의는 ‘그리스도교민족주의’였다가 점차 ‘통일민족주의’로 계기적 발전을 한다. 함석헌의 그리스도교민족주의를 알기에 앞서 일반적인 ‘그리스도교민족주의’ 성립배경과 그 특질을 살펴본다.



[참고자료]
1. 함석헌, <民族統一의 길>, 《씨알의소리》1971.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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