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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교육

[제1강]교육자 함석헌을 말한다.

by anarchopists 2020. 2. 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09/01/05 09:10]에 발행한 글입니다.


교육자 함석헌을 말한다


1주제: 내 몸을 실험용으로

우리는 20세기 우리 학교사를 모르고 교육자 함석헌을 말하기 어렵다. 그의 일생이 일제 식민지와 해방과 분단과 내전을 무대로 삼고 있는 만큼, 그의 교육관도 한국역사의 뒷면을 이루는 우리 학교사로부터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실제로 자신의 자서전과 전집에서도 그는 자신에게 영향을 준 학교 이야기를 비교적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상가 함석헌은 그 학교교육을 부정한다. 그래서일까, 자신에게 교원자격증을 제공한 동경고등사범학교에 관한 부분은 “후회”라는 말로 간단히 줄이고 있다. 심지어 죽을 때 유언을 하라면 선생을 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면서, 항상 “모르는 것도 아는 척, 엿장수처럼 늘려 먹는” 선생이 남이 아니라 바로 자기였다고 말한다.
아울러 교회 목사를 비롯하여 신부 스님 정치인 언론인 공무원 등에 대해 비판 못지 않게 학교 선생에 대한 비판도 신랄하다. 누구보다도 그 비판의 초점은 청년교사들에게 모아진다. 첫 마디부터 “첫째 틀린 것이 젊어서 교사 노릇은 할 것인가, 못할 것인가 생각도 아니 해보고 교사되는 일이다”라면서 자신이 젊은 날에 경험한 “교육을 직업으로 아는 가련한 인생”들의 변하지 않는 속성을 질타한다.

“20대에 교단에 서는 것은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일이다. 예수는 어린 아이 하나라도 잘못되게 만들면 그 죄의 무거운 것이 차라리 목에 맷돌을 달고 바다에 빠지는 것이 낫다고 했는데, 교육자가 만일 그런 성의를 가진다면 감히 손짓 하나 말 한마디를 마음놓고 할 수 없을 것이다.……정말 양심적이라면 즉석에 아니 물러갈 교사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 정말 교육이 될까? 이런 글을 새벽 세 시에 쓰고 있는 나 자신부터가 죄인 아닌가?”(“청년교사에게 말한다”,『함석헌전집 5권』)

이 말은 뒤집어 보아야 한다. 오히려 청년교사에 대한 자기반성과 기대를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교육관은 단적으로 “혁명은 잘못된 교육이요, 교육은 옳게 된 혁명”이었으므로, “능히 죽이고 능히 살리는 마음을 늙은 것 속에서 만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젊은이에 대한 사랑의 화살을 날린 것이다.

“이 나라가 이리 엉망진창이어도 역시 가 닿는 곳은 교육이요, 이 교육이 비록 엉망진창이어도 또 역시 가 닿는 마지막 알짬은 젊은 교사의 마음 하나일 수 밖에 없다.” (같은 글, 같은 책)

이런 희망은 청년교사 시절에 자신의 자화상인지 모른다. 반면에 “교육을 직업으로 아는 가련한 인생”들이 지배하는 학교풍경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므로 교육자 함석헌을 말하자면, 먼저 자신의 몸을 실험용으로 기증한 최후의 모습부터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일생동안 교육자의 길을 걸었던 함석헌의 참모습이기도 하다.

“선생님(남강 이승훈)께서 돌아가실 때, 선생님 유골로 골격 표본을 만들어 학생들 공부하는데 쓰게 하라는 유언을 했어요. 그때 경성대학 의학부에서 표본을 만들었는데, 일본인들이 끝끝내 묻으라고 강요해서 선생님의 뜻을 이루어 드리지 못했는데, 이제 내가 그 뜻을 이루어 드리고 싶습니다. 의논을 해서, 내 뇌와 심장 같은 장기는 방부제에 담고, 뼈는 살을 발라내서 표백을 해서 철사로 엮어 표본을 만들어 오산학교 학생들이 썼으면 좋겠어요. 이건 내가 오래 전부터 마음에 작정을 해두었던 일입니다.”(전제현,『전하고 싶은 이야기들』남강문화재단출판부)

1988년 11월 22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오산고등학교 전제현 교장의 손을 잡고 남긴 그의 유언이다. 이미 자신의 집과 저작물의 인세 등을 모두 남강기념재단에 장학금으로 헌납한 뒤였다. 원래 일에는 끝이 있어야 시작이 있다고 한다. 함석헌의 유언은 교육자의 첫 걸음을 내딛는 오늘날의 청년교사들에게도 자신의 교육관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되묻고 있는 것 같다.                
                                                                            
이치석 선생님은
함석헌의 역사관
* 이치석 선생님은, 프랑스 아미앙대학교 역사학 박사과정(D.E.A)수료하였으며, 함석헌의 "씨알교육"을 우리나라에 보급하려 애써오셨다. 현재"씨알의 소리"편집위원으로 계신다

* 저서로는『씨알 함석헌평전』『전쟁과 학교』가 있고, 공저로는『황국신민화교육과 초등학교제』외 다수가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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