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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어록 365일

'제도'를 앞세워 인간을 통제하지 마라

by anarchopists 2019. 11. 2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2/25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함석헌 어록 365일]

제도는 인간의식의 표현입니다!

“사회의 기풍은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나? 먼저 생각할 것은 사회제도다. 제도와 기풍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위에서 사람의 사회생활이 그것을 성립시키는 영기를 흐리게 한다 했지만 그것은 주로 제도를 통해서다... 제도가 오래면 사회는 반드시 해를 입는다. 생명은 쉴새없이 자라는 것인데 제도는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함석헌저작집1, 들사람 얼, 한길사, 2009, 51쪽)


제도란 사람이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공동체의 지속적인 습관 혹은 관습 행위의 산물입니다. 그것이 삶을 영위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좋은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시간의 축적물로 고착화 된 경우 오히려 인간을 옥죄고 삶을 황폐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역사가 발전하면서 인간의 의식도 변하고 문화와 문명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제도가 그 모든 것들을 다 담아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제도가 고루해질 수밖에 없고, 인간과 삶을 ‘재단’하고 마는 것입니다. 제도에다 맞추다 보니 제도가 우선이지 사람이나 삶이 우선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종교제도, 교육제도, 군대제도, 법제도, 국가와 사회의 여러 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칫 제도를 앞세우다보면 인간이나 사회 전체가 갖고 있는 정신을 무시할 수 있습니다. 제도가 정신을 억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함석헌은 “제도가 오래면 사회는 해를 입는다”고 말했는지도 모릅니다. 국가와 사회의 모든 제도들은 인간의 정신을 드러내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종교제도 역시 신의 뜻을 잘 받들고 인간의 영혼
을 구원하기 위한 장치여야지, 자신들만의 아성을 축조한 듯한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종교적 교리나 관습은 새로운 시대와 사조에 맞게 재해석할 수 있어야 하고 신자들은 새로운 역사적 흐름의 옳고 그름을 종교가 쌓아온 역사로서의 제도의 본래 뜻 속에서 판단할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교육을 제도적 측면에서 볼 때, 이제는 인간의 발달심리학적 과정들이 더 이상 무색할 정도로 학생들은 육체와 정신이 과거와는 많이 변해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과 제도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현재 학생들의 상황과 모습을 제대로 직시하고 그들에게 맞는 새로운 제도로 그들의 꿈과 이상과 정신을 계도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제도에 대한 이러한 반성은 군대나 행정, 법 등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제도는 인간 의식과 정신사의 반영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제도는 인간을 억압하고 재단하며 통제하려 하지 말고 또 하나의 인간 의식과 삶, 정신을 진보시키는 수단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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