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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어록 365일

구럼비를 더 이상 파괴하지 마라, 죄의 값을 받으리라.

by anarchopists 2019. 11. 2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3/1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구럼비를 더 이상 파괴하지 마라,
죄의 값을 받으리라.

[함석헌 생각]
1. 사람은 자연의 아들이란 말이 있다. 우리는 햇빛 아래 공기를 마시고 바람을 쏘이며 동식물을 먹고 물을 나시고 그것들로 옷을 만들고 집을 짓고 산다. 그러나 우리가 자연물을 이용만 하고 그것들을 기를 줄을 몰랐다면 하나님도 모를 것이다. 자연이 우리 생활의 자료도 되자만 우리 정신교육의 교과서도 된다
.(《함석헌저작집》 1, 한길사, 2009, 84쪽)

2. 눈에 보이지 않는 섬유가 수없이 얽혀서[維] 실이 되고, 그 실이 혹 씨가 되고 혹 날이 되어 엮어 짜인[組織] 것이 헝겊이요, 헝겊은 또 이리저리 무어 대인 것이 옷인 것같이, 지식으로 알 수 없는 생명의 한없는 물결침[波動]이 얽힌 것이 영이요, 물질이요, 그 영과 물질이 섞여서 자연이요, 인생이요, 그 자연과 인생이 또 엮이고 짜여서 살림이니 역사니 한다.(앞의 책, 163쪽)

[오늘의 실천]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가 연일 인간의 더러운 탐욕으로 파괴되고 있다. 국가주의, 정부지상주의의 극치를 보이는 폭력이다. 이명박 정부의 아더매치(아니꼽고, 더럽고, 매스껍고, 치사하고)는 자기의 잘못을 남에게 뒤집어씌우는 짓거리다. “지 하기 싫은 것은 남에게 시키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 《論語》 12편, 顔淵條; 앞의 책, 15편 衛靈公條)는 엣 성인의 가르침도 모르는 무지함이다.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뒤집어씌우는 짓거리는 아주 유치한 애들의 일러바침이다. ‘일러바침’ 그 자체도 잘못인데, 그도 시원찮아서 반성조차 않고, 연일 잘못을 저지른다면, 이는 자기 이외의 모든 이들을 무시하는 교만이다. 오만이다. 죄악이다. 죄인은 그 대가(代價)를 받아야 한다. 반드시 그 대가를 받게 된다. 그런데 죄인 한 사람만 죄의 값을 받으면 되겠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자연의 이치다. 자연은 우리 모두의 연대책임을 묻는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구럼비 폭파를 반대하는 이유다.

제주 강정마을의 “구럼비가 도데체 무엇이길래?” 에 대하여 알아보자. 그럼비는 강정마을 해안가에 있는 그냥 바위일 뿐이다. 그런데 이 바위가 세계 유일의 바위이다. 이 바위가 세계에서 자랑할만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첫째, 길이 1.2km, 너비 150m가 통째로 된 하나의 희귀한 큰 바위라는 점. 둘째, 바닷가에 있는 그 바위에서 용천수가 솟는, 그래서 바위습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생물권보존지역에 속하고 있다는 점. 그래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손색이 없다는 점. 셋째, 수억 년의 역사적 기록을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렇게 자연유산인대다. 또 평화의 섬인 제주에다 해군기지를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해군기지가 한국의 필요가치보다는 미국의 필요가치가 더 크다면 이는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이제는 정치논리로 먹고사는 시대는 지나갔다. 정부지상주의는 끝났다. 국가주의는 끝났다. “우리 인간이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나?”를 고민하는 시대이다. 그것은 정치논리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해답이다. 앞으로 한 나라의 사람들이 잘 먹고 행복하게 살려면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그래서 정치적·경제적 권력의 허풍이 잔뜩 담겨있는 도시관광의 시대는 지나갔다. 그리고 경제적·정치적 논리로 개칠을 잔득한 역사유물에 대한 관광도 식상(食傷) 단계에 들어섰다. 이제는 자연관광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인류의 마지막 여행 관광은 자연관광임을 알아야 한다. 자원이 부족한 이 나라가 후손들에게 남겨줄 재정(먹고사는)은 자연유산이다. 이 자연을 잘 보전하였다가 후손들에게 남겨주어야 그들이 먹고 산다. 지만 잘 먹고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지, 자식은 나 몰라라 한다면, 그는 곧 짐승이다. 금수만도 못한 개자식이다. 함석헌의 말씀 “우리가 자연물을 이용만 하고 그것들을 기를 줄을 몰랐다면 하나님도 모를 것이다.”라고 한 말을 기억하자. 구럼비를 폭파하는 자들에게 이른다. “더 이상 구럼비를 파괴하지 마라, 하느님의 분노가 너희를 삼키리라”(2012. 3.11 아침, 취래원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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