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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 박사 칼럼

정치와 종교의 근본은 자기 개조이다!

by anarchopists 2019. 11. 18.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5/09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함석헌과 정치/종교사유


1. 종교는 혁명이다!

  함석헌은 말한다. “혁명은 어쩔 수 없이 종교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혁명이 종교요, 종교가 혁명이다. 나라를 고치면 혁명이요, 나를 고치면 종교다. 종교는 아낙이요, 혁명은 바깥이다.”(함석헌, 함석헌전집 인간혁명의 철학2, 한길사, 1983, 80쪽) 오늘날 문제는 결국 ‘나’(주체)의 문제가 아니던가. 국가도,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문화도, 교육도, 다 나의 문제로부터 시작한다. 세계를 탓하고 싶어도 세계 속의 내가 있고, 경제를 탓하고 싶어도 그 경제적 실상의 근본은 나의 생각과 행위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고, 교육의 현실을 탓하자니 그 원흉이 자식 욕심과 무한경쟁으로 내몬 나에게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고쳐야 할 것은 체제나 제도, 더 나아가서 구조이기 전에 나를 먼저 고쳐야만 한다. 하지만 나를 고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함석헌은 그것을 혁명이라고 말을 했겠는가.


  혁명은 나 자신의 본래로 돌아가는 것이다. 본래의 나를 찾는 것이다. 다시 하늘의 명, 하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나의 바탈로 삼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함석헌은 “민족 개조를 하려면 정치와 종교가 합작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아개조를 하려면 사람과 하나님이 합작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인간혁명의 철학2, 한길사, 1983, 80쪽)고 말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굳이 종교가 아니더라도 자기 자신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종교적인 것’(the religious) 혹은 종교적 행위라고 말해도 무난할 것이다. 본래적 자기로 돌아가기 위해서 마치 종교적 헌신처럼 정성을 다하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 정성을 쏟아 자기 개조를 하려고 하는 자세가 종교적 행위에 있어서 인간 내면의 수양이다. 하늘의 명을 따르고 그것을 지키면서 자기 자신의 체득화된 모습으로 드러난 신화(deification)는 하늘에 정성을 다하여 자기 지향성을 보이는 인간의 수직적 초월이다. 이 두 가지가 종교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행위이듯이, 전체로서의 인간을 개조하는 것은 인간 자신의 일이거니와 동시에 종교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계속해서 함석헌은 “민족의 씨가 나요, 나의 뿌리가 하늘이다. 그러기 때문에 참 종교는 반드시 민족의 혁신을 가
져오고, 참 혁명은 반드시 종교의 혁신에까지 이르러야 할 것이다. 혁명의 명은 곧 하늘의 말씀이다. 하늘 말씀이 곧 숨․목숨․생명이다. 말씀을 새롭게 한다 함은 숨을 고쳐 쉼, 새로 마심이다. 혁명이라면 사람 죽이고 불 놓고 정권을 빼앗아 쥐는 것으로만 알지만 그것은 아주 껍데기 끄트머리만 보는 소리고, 그 참 뜻을 말하면 혁명이란 숨을 새로 쉬는 일, 즉 종교적 체험을 다시 하는 일이다. 공자의 말대로 하면 명(命)한 것은 성(性), 곧 바탈이다.”(인간혁명의 철학2, 한길사, 1983, 80쪽)
고 말하고 있다. 종교가 혁명을 하고, 인간 자신이 새롭게 되는 혁명을 한다는 것은 하늘의 말씀, 즉 하늘의 생명을 나의 기원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하늘-숨을 쉬는 사람들이다. 본래 모든 인간에게는 하늘-숨이 자신의 본성으로서, 바탈로서 선천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다.


  그것을 깨달아 발현하는 것이 혁명이다. 따라서 어떤 면에서는 정치와 종교는 하늘-숨을 매개로 자기를 개조하는 것을 공통으로 삼고, 인간의 삶, 인간적인 삶을 새롭게 하는 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야 말로 영원히 끝나지 않을, 끝날 수 없는 인간의 과제로서의 생성철학적 작업, 생성신학적 작업일 것이다. 하늘-숨을 지금-여기에서 늘 새롭게 쉬도록 만드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하늘-숨이 아닌 자기-숨으로 살아간다고 착각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그러나 매순간 우리 자신은 자기-숨이 아니라 하늘-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하늘을 향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자기 개조가 안 되는 사회라고 비판을 한다면, 분명히 정치와 종교가 바로 서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치와 종교
는 모두 하늘-숨을 잘 들이쉬고 내쉬게 만드는 도구들이다. 자기 개조의 원리는 바로 거기에 있다. 하늘-숨을 잘 들이쉬고 내쉬는 인간을 만드는 것이 자기 개조의 목적이다. 따라서 사람들로 하여금 숨통을 트이게 만들어야 한다.
숨이 막히게 한다면 정치가 아니요, 종교가 아니다. 숨을 다른 말로 한다면 정신(spirit)이다.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을 개조하고 정신을 맑게 하는 것은 인간의 근본적 문제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숨이 막히면 사람이 죽는다. 정신이 혼탁해지면 이미 사람이 아니다. 지금 정치와 종교는 그것을 해결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더는 인간의 바탈을 아프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정능력을 상실한 정치와 종교는 현재 인간의 거울임을 반드시 명심하고 자기 혁신, 자기 혁명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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