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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일요 시론, 시평

[장창준의 세상보기] MB의 대북강경노선, 큰 낭패볼 것

by anarchopists 2020. 1. 14.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7/18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MB, 외교실패 인정하고 새로운 판 모색해야

- 대북강경 노선 고수했다간 더 큰 낭패볼 것 -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되었다. 이번에 발표된 안보리 의장성명은 남과 북 그리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입장을 ‘교묘하게’ 절충시켰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우선 의장성명은 ‘공격’(attack)과 ‘규탄한다’(condemn)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남측과 미국의 입장주장을 일부 수용했다.

그러나 한편 ‘북한’(DPRK)를 명시하지 않았으며, 1항에서 남과 북이 각각 유엔 안보리에 보낸 서한을 동시에 병렬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북측과 중국의 입장을 일부 수용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말해 ‘절충 외교’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권고한 안보리 의장성명
이번 안보리 의장성명은 평화적 해결을 권고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성명은 9항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했으며, 10항에서는 “정전협정의 완전한 준수를 촉구하고, 분쟁을 회피하며 상황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절한 경로를 통해 직접 대화와 협상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 것을 권장”했다.

유의해야 할 것은 ‘직접대화와 협상’의 대상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이라고 하여 복수의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는 천안함 문제만이 아니라 다른 문제들까지 거론하고 있다는 것이며, 여기에는 한반도 핵문제, 남북 관계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결국 이번 안보리 의장성명은 남북관계, 천안함, 핵문제 등 한반도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를 ‘직접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에 6자회담 재개 물꼬 터질 수도
의장성명이 채태되자 마자 6자회담이 당사국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성명이 발표 되자마자 중국 외교부는 “우리는 하루빨리 6자회담을 재개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하기를 촉구한다”고 발표했으며, 북한 역시 “평등한 6자회담을 통해 평화협정체결과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일관하게 기울여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남측과 미국의 입장은 다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오늘 안보리의 조치는 국제사회의 단합 및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법은 북한이 근본적으로 행동을 바꿀 때만 가능할 것이라는 현실을 강조하고 있다” ‘선 북한 변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MB 정부 역시 “북한이 천안함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무엇보다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하다” ‘선 사과 후 6자회담 재개’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의장성명 채택 이후 상황은 급격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안보리 초안이 마련되고 회람되기 시작했던 지난 9일 북·미 장성급 회담 북측 단장은 “조·미 군부 장령급(장성급) 회담에서 천안호 사건을 논의하자는 미군 측 제의에 유의하기로 했다”며 실무접촉을 제의했다. 비록 ‘행정상의 이유’로 북측이 연기를 요청함으로써 13일 오전 실무접촉이 무산되긴 했지만 조만간 북·미(북·유엔사)간 실무접촉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것은 북한의 입장 변화 이유이다. 그동안 북한은 ‘천안함 북미 회담’을 거부해왔다. 천안함 문제는 남북 사이의 ‘정치적 문제’이지 북미 사이의 ‘군사적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북한이 ‘북·미 군사회담’을 받아들이고 실무접촉을 먼저 제의했다는 것은 상당한 변화를 의미한다.

왜 북한은 입장을 바꾸었을까. 실무접촉 제의 시점이 안보리 의장성명이 회람되던 날이라는 점에서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천안함 사건이 남북 사이의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 정착의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을 전환시킴으로써 천안함의 출구를 평화체제 구축의 입구로 연결시키기 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아직 단언하기는 이르다. 북미 장성급 회담이 개최되고 그 결과가 나왔을 때 좀 더 분명한 윤곽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미 간의 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북미 사이의 이견이 좁혀질 수 있는 기회가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같은 접점은 6자회담의 프로세스를 복원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고, 6자회담과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하는 새로운 ‘6자회담 프로세스’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이같은 과정에서 ‘선 북한 변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의 정책 방향 역시 수정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적극적인 외교노력이 가미된다면 6자회담 국면은 생각보다 빨리 우리 앞에 다가올 수 있다.

MB, 외교 실패 인정하고 대북정책 전환해야
MB의 천안함 외교를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의장성명이 비록 ‘공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공격의 ‘주체’를 명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MB의 안보리 외교는 실패했다. 안보리 의장성명 발표를 계기로 대북제재는 말할 것도 없고 대북 압박을 시도할 어떠한 정당성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MB의 외교 실패는 안보리 의장성명에서만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러시아 정부가 한국에는 통보하지 않고 중국과 미국 정부에 천안함 관련 자체 조사결과를 알려줬다는 것 역시 실패의 사례가 된다.
한국은 두 나라를 통해 우회적으로 러시아의 조사결과를 들었을 뿐이다. 외통부 차관이 주한 러시아 대사를 불러 강력한 유감을 표시한 것은 외교 실패에 대한 감정적 대응일 뿐이었다.

MB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한미 서해 훈련 역시 변동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아직 확정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정부 고위관계자가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기 때문에 어디서든 해상훈련을 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문제가 되어 왔던 훈련 장소를 서해나 남해로 옮기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한미 공조에 의한 대응도,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를 통한 대응도, 안보리를 통한 대응도 어느 것 하나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는 천안함 문제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북한의 사과를 전제로 하는 대북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MB정부의 기존 입장 고수는 ‘죽은 자식 ××만지기’ 외에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한다. MB는 천안함 사건이 터지기 직전 중국이 제의했던 6자회담 3단계 프로세스(북미 추가 양자회담 - 6자회담 예비접촉 - 6자회담 본회담)가 추진되고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북중미 사이의 논의를 통해 6자회담이 추진되었을 때 그 때가서도 지금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어떤 명분도 갖지 못하고 외교적 고립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적극적인 출구찾기에 모색해야 하는 것이 MB 앞에 놓인 현실이다. 대북강경 노선을 견지했다가는 더 큰 외교적 낭패를 볼 수 있음을 MB와 그 측근들은 인지해야 한다.(2010. 713, 장창준)

장창준 선생님은
젊은 일꾼으로 통일문제연구자이다. 2001~2006년 동안, 남북공동실천연대 부설 한국민권연구소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에서 통일외교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대복관계 전문가로서 활발한 연구실적을 내놓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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