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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일요 시론, 시평

[취래원농부의 일요시론]65주년 815해방을 맞아 - 특권의식을 버릴 때가 아닌가.

by anarchopists 2020. 1. 1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8/15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65주년 8.15해방을 맞아
-특권의식을 버릴 때가 아닌가-

벌써 우리 민족이 일제의 압제사슬에서 벗어난 지 65주년이 된다. 그러나 외향적 해방은 했으나 영혼의 해방을 하지 못한 듯 하다. 하여 올 65주년 81.5해방을 맞아 영혼의 해방을 촉구하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오늘의 주제는 대통령전용기 구입을 주제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한다.

4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2,000억 원짜리 비행기를 구입하려고 한 적이 있다. 대통령전용기를 전세로 사용하는 것은 비용의 낭비가 심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한나라당은 "쓸 데 없는 곳에 세금을 낭비한다."는 구실을 붙여 반대하였다. 심지어는 이를 가지고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하였다. 결국 노무현 정권에서 대통령전용기 구입은 좌절되었다. 그런데 대통령전용기 구입이 “쓸 데 없는 일”이라던 한나라당 정권이 이번에 엄청난 돈(전세비 3,000억, 개조비용 2,000억 합 5,000억)을 들여 대통령전용기 구입에 나섰다. 그리고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 제품이 아닌 미국 보잉사제품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서울 연합뉴스, 7.29)

이번에 대통령전용기 구입의 변에 대하여 “장거리 순방을 위해 국내 항공사로부터 그때그때 빌려 쓰는 대형 항공기 역시 순방 때마다 개조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와 같은 사항들이 고려돼 아예 전용기를 완전 임차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이유에는 크게 잘못된 생각이 들어있다. 대통령 전용기를 미국제품으로 선정한다는 데도 문제가 있지만, 국가원수가 외국에 나갈 때, 꼭 전용기를 타야 하는지도 문제가 있다. 미국제품의 구입은 한국 대통령의 미국에 대한 자발적 노예근성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또 대통령전용기 사용은 시간이 갈수록 그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지금 구입하려는 전세기의 수명은 5년 정도이고 이후 구입할 전세비용은 1조원에 육박하리라는 소문도 있다. 이 돈이면 이 나라사람들 중 어려운 사람들을 크게 도울 수 있는 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자치단체 교육감들이 벌이려고 하는 무상급식에 대하여 “굶는 것도 교육의 일환”이라고 당치도 않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전용기 없이 외국나들이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외국에서 불 때 얼마나 멋진 대통령일까. 외국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도 외국 나들이를 할 때 일반 여행객처럼 요금 내고 일반항공기를 타면 된다고 생각한다. 수행하는 관료들도 요금을 내고, 기자들도 지네들이 취재를 하고 싶으면 요금을 내고 그 비행기에 타면 되지 않은가. 아마 이렇게 되면 국가예산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으리라 본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할 때 후보자들은 늘 이렇게 말한다. “국민의 충복으로 성실을 다하겠다.”고.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충복이 아니라 대개 악질 주인으로 돌변한다. 그래서 그들은 거드름을 피며 나라사람들 위에 군림한다. 그리고 마음에 안 들면 주인을 마구 패서 감옥에 집어넣기도 한다. 그 뿐 아니다. 대통령이 충복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주인인 국민은 대통령의 잘못을 나무라는 말(촛불집회 등)을 하게 된다. 그렇기라도 하면, 대통령은 자기 종들을 시켜 주인들을 물대포로 쏘아 쓰러트린다. 또 최루탄을 쏘아 눈물을 흘리게도 한다. 아니 쇠파이프로 주인들을 마구 패기도 한다.

민주주의는 주인이 다수이고 종(隸僕)은 소수이다. 그래서 다수가 제각기 주장을 하게 되면 그 통일성을 볼 수 없어서 소수의 종을 만들어 주인을 대신하여 통일성 있는 일을 하게 만든다. 그런데 그 종이라는 것들이 별의별 특권을 다 가지고 있다. 그리고 충복의 맹세를 하는 그 순간부터 그 종들은 거꾸로 주인을 호령한다. 그리고 온갖 추한 권력을 다 누린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충복을 가장한 봉건귀족이다. 민주주의에서는 대통령과 그 관료들은 분명 나라사람(주인)들의 충복이다. 심부름꾼이다, 그렇다면 주인의 아픈 곳, 가려운 곳, 어려운 곳을 보듬고 도와주어야 한다. 그런데 종이 그 본분을 저버리고 주인 위에 군림하는 월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끝으로, 65주년 8.15해방날을 맞아  한 마디 하고자 한다. 이 나라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에게 너무 많은 특권을 주고 있다. 이러한 특권과 관련된 기본법은 고쳐야 한다. 두 가지를 지적해 본다. 그 중 하나가 대통령전용기를 없애는 일이다. 전용기를 쓸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 학생들 무상급식을 해라, 그리고 대학생들의 장학금을 확충하라, 또 가난한 이들의 직업훈련소를 더 지어라, 농촌농민들의 생계비를 보장해 주어라. 다른 하나는 국회의원의 수행비서ㆍ보좌관ㆍ자동차 유류비를 없애고 국회 내 국회의원 개인사무실을 없애는 일이다. 대통령이 국가 일을 한다는 구실을 붙여 쓰는 비용과 국회의원에게 들어가는 쓸 데 없는 비용들을 줄인다면 그 비용으로 이 나라는 어느 정도 경제평균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정치 권력자(충복)들에게 너무나 많은 특권을 주고 있다. 그 특권유지를 위해 들어가는 국가 비용이 만만치 않다. 사람은 누구나 똑같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남 위에 군림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우월의식ㆍ능력주의ㆍ특권의식은 모두 부패한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잘못된 생각들이다. 고대국가 이래로 왕 중심의 지배층들은 특권의식을 갖고 백성들 위에 군림해 왔다. 이러한 폐단을 없애고자 시민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그런데 시민혁명 이후에도 못난 국가의 못난 권력자들은 여전히 나라사람들 위에 군림하려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대통령전용기다. 대통령이 일반비행기를 타고 다니면 안 되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는 정신적 해방을 할 때가 아닌가(2010.8.15 해방날 아침,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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