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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상태 박사 칼럼

자연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제발 그대로 두라

by anarchopists 2019. 12. 23.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4/29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자연을 제발 그대로 두라 4

자연을 인공의  힘으로 극복하겠다는 어거지를 씀으로서 우리가 받을 피해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과학이 발달하여 지진을 예측했지만(물론 정확치는 않지만), 이 지진을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가. 쓰나미가 몰려 왔을 때 마치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물길에 사람도 동물도 그 어느 것도 대처하지 못하고 휩쓸려 가버리는 모습을 동영상자료를 통해 생생하게,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의 전율을 느끼며 바라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지 않았던가.

회룡포 마을 앞 가게에서 메뚜기를 기름에 튀겨 판매하는 모습을 보았다. 예전 답사를 주기적으로 다닐 적 많이 보았던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런데 이 계절에 그 많은 메뚜기 어디에서 나왔을까 생각해 보니, 국내산이 아닌 중국산이 아닐까하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 옛 생각에 그 맛을 보고자 하는 욕구가 쑥 들어가 버렸다. 시기적으로도 메뚜기가 나올 수 있는 철도 아니고, 그만큼의 대량 생산이 가능한 조건도 우리사회가 가지지 못한 조건을 생각해 보니 더욱 그러했다. 우리가 접하고 있는 물건 중에 중국산이 아닌 것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속고 모르고 속는 중국산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서도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흔한 말로 ‘차이나(China)는 차이(差異)나’ 라고 치부하게 만들었다. 하기야 자급자족의 단계를 넘어서 교역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확대되어 온 세계의 물건들이 교환되고 있는데 이렇게 까지 표현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세계사에서 보면 근대가 시작되면서 제국주의 세력이 아시아 지역으로 마수를 뻗었을 때 중국산 제품들은 그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런 중국의 제품이 이렇게 취급 받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연이 내어준 음식을 우리는 과학적인 힘을 빌려 오랜 시간 동안 저장하고 유지하였음에도 인간의 욕심이 불신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싶다. 자연은 조건 없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었는데 우리 인간은 이를 왜 이렇게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자연이 내어준 만큼 갚아야 하는데 오히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그냥 두지 못하고, 더 많은 황금에 눈이 멀어 거위를 잡아버림으로써 더 이상의 황금을 갖지 못하는 우를 반복하는 것일까?

함석헌은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고 하였다.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인간의 역사 속에서 사유재산이라는 것이 생겨난 이래로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기득권을 지키는데 급급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제도나 문물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러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통제방식이기도 하였다. 조선시대 노비제도 가운데 종부법, 종모법이 있다. 이 제도는 노비의 숫자를 조절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노비의 숫자가 많을 때는 종부
법을 따르고, 노비의 숫자가 적을 때는 종모법을 사용하여 적절하게 노비의 숫자를 통제하는 방식이다.
왜냐하면 노비는 기본적으로 과세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무한정 그 숫자를 늘이는 것이 통치에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분제 사회에서 노비 자체를 없앨 수도 없기에 필요에 따라 변화를 주는 방식인 것이다. 신분제라는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노비의 숫자 조절은 이러한 제도를 통해 이루어진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우리 앞에 놓여진 많은 현상들을 그저 당연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인과관계가 있고 나름의 타당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에 대한 판단을 잘 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하고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이 나와 관계가 없는 것이 몇 개나 있을까?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고 정치적 동물이라는 것은 벗어나지 못하는 한 우리의 삶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때문에 ‘생각하는 백성’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있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나와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였던 모든 것들이 나와 결부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고심해야 하고, 때로는 짐을 나누어 져야 하지만 그래도 나만이 아닌 더불어 살아간다고 하는 의미를 생각하면 우리는 더욱 많은 생각하는 백성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2011. 4.25, 김상태, 끝)

김상태 선생님은
김상태 선생님은 인문학(역사: 한국근대사)을 전공하였다.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연구소> 소장 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외 기호일보 객원논설위원과 함석헌학회 학술위원을 겸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에 출강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은 인터넷 네이버 싸이트에서 따옴
* 내일은 토요시사 노무현과 유시민이 나갑니다.
* 내일(토) 오후 2시에 연세대 용재관 304호실에서 함석헌학회 춘계학술발표가 있습니다. 많은 참석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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