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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상태 박사 칼럼

자연의 힘을 과학이 이길 수 있나

by anarchopists 2019. 12. 23.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4/28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자연을 제발 그대로 두라

길이 만들어진 모양을 보면 그냥 한 순간에 만들어진 곳은 없는 것 같다. 많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우리보다 앞선 시대를 살아갔던 이들이 길을 어떻게 인식했는지를 깨닫게 한다.

무엇보다도 길은 소통의 현장이었다. 예컨대, 중국의 황하문명은 비단길, 초원길, 바닷길 등의 소통의 장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그들만의 고립된 것이었다. 그러나 길이 열리면서 내부의 것이 밖으로 나가고 밖의 것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소통이 된 것이다. 지구가 돌면서 강의 범람은 당연히 일어나는 자연현상이다. 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인공의 힘이 가해지면 그러한 범람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아무리 인간의 과학기술이 발달해도 자연의 힘을 이길 수 있는가? 일본의 경우 쓰나미를 막겠다고 3m 높이의 방파제를 세웠지만 자연은 10m 높이의 파도를 내보내지 않았던가. 물론 어떤 마을은 15m의 방파제를 세워 쓰나미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해안가 마을들을 모두 15m이상의 방파제로 다 둘러쌓을 수 있을까? 그만한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는지 투자대비 효과에 대한 분석은 전문가가 아니기에 알 수 없다. 다만 그렇게 15m 높이로 둘러 쌓인 마을에서 우리는 어떤 바다를 볼 수 있을까? 어떤 소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서울의 한강이 인공의 힘이 가해져서 유람선을 타고 한강을 자유로이 떠 다닐수 있게 되었고, 야간 조명의 효과를 보면서 낭만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홍수가 나면 한강공원들은 물에 잠기게 되고, 물이 빠지면 이를 정비해야 하는 수고를 되풀이 한다. 한강의 양쪽 벽면은 물이 그냥 점잖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물살이 툭툭 치고 가기에 시멘트 방어벽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깨지고 만다. 그런데 1960년대 이전 까지도 한강에도 백사장이 있었다. 그 백사장의 모래는 강물의 정화를 하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제는 한강에서 백사장을 찾을 수가 없다. 모래도 찾을 수가 없다. 이는 곧 강물의 정화를 자연의 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의 힘에 의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강물을 맑고 깨끗하게 하기 위해 우리는 돈을 매년 쏟아 부어야 한다. 경제적 가치로 환산했을 때 목전의 이익이 크게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연 상태로 놔두었던 모래가 있던 한강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모래의 천연정수 기능은 이미 19세기 콜레라가 유행하던 독일의 엘베강 유역의 마을에서는 모든 주민들이 무사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강물을 자연에 존재하는 모래층으로 걸러 마셨기 때문이란다. 이렇듯 모래는 그 기능이 입증되었음에도 우리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쉽게 이 자연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모래를 걷어내고 보를 쌓으면 강물 속도는 최대 10배까지 느려진다고 한다. 강물의 속도가 느려지면 당연히 수질이 나빠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 된다. 수질개선과 홍수예방의 차원에서 댐이나 보가 건설되면 나아질 것으로 생각되지만, 예상치 못한 큰 홍수나 태풍이 닥치면 누가 책임지고 댐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더욱이 이번 4대강 공사는 지난 추운 겨울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겨울철 콘크리트 타설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추운 겨울 물은 얼음상태가 되고 부피도 물보다 크다. 그 얼음이 기온이 올라가면 물로 변할 것이고 부피도 줄어들게 되면 콘크리트 곳곳에 구멍이 생길 터인데. 문제가 생기면 보수하고 또한 현상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날 것이다. 이 모든 비용은 누가 감당하는가?

인천 앞바다에서 배를 타고 항구 쪽을 보면 자연 현상들로 인한 방파제가 손상된 모습들이 너무나 잘 보인다. 조수 간만의 차로 물이 들고 나는 동안 엄청난 물살이 항만의 방파제를 두드리기에 이를 견디지 못하고 푹푹 패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보존이 능사는 아니지만 개발도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2011. 4.28, 내일 계속)
김상태 선생님은
김상태 선생님은 인문학(역사: 한국근대사)을 전공하였다.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연구소> 소장 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외 기호일보 객원논설위원과 함석헌학회 학술위원을 겸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에 출강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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