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김상태 박사 칼럼

자연 앞에 이성과 과학이 통할까

by anarchopists 2019. 12. 24.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4/27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자연을 두려워 하라 2

지구라는 땅덩어리에 던져진 우리는 오랜 역사 속에서 그 자연과 더불어 생존해 왔다. 불의 사용으로 인간의 삶의 모습은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하여 현재에까지 이르렀다. 그럼에도 자연은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두려움의 존재로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의 힘이 과학이라는 미명하에 얼마나 자연을 극복(?)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다. 이미 일본의 대지진은 어느 정도 이런 생각에 대한 답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진과 쓰나미로 인하 피해는 그 순간이지만, 핵발전소의 파괴로 인한 피해는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다.

구 소련(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원전사고가 1986년 4월 26일에 일어났고 25년이 지났지만, 이로 인한 폐해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그 여파는 바다를 건너 영국, 스웨덴지역에까지 낙진피해를 주었다
. 1986년을 전후해 태어난 ‘체르노빌 아이들’은 아직도 갑상선암, 혈액암 등 각종 휴유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앞으로 결과도 예측할 수 없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신체는 각각의 세포가 유한한 시간을 살아가고 있으며 대체로 7년여의 시간이 경과하면 인간의 육신은 이전과는 다른 세포들로 채워진다고 한다. 하나의 세포가 죽고 새로운 세포가 등장하는 것인데, 암세포는 다른 세포들처럼 죽지 않고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고 자꾸만 그 세력을 확장하여 커지는 것이라 한다.

에너지를 자연에서 얻기 위해 핵까지 손을 뻗쳤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죽음과 고통이 더 가까워졌는지 모르겠다. 자연에서 얻은 에너지가 분열의 단계를 거치면서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 괴물을 인간은 이성과 과학이라는 무기로도 제어하지 못하게 된 꼴이다. 과학이라는 미명아래 만들어서는 안되는 괴물을 만들어 놓고 어찌하지 못하는 형상이다. 세계최고를 자부하던 일본은 이성과 과학이 모자라서 현재와 같은 인재(人災)를 야기한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안전하다고 장담하고는 있지만, 100% 완벽하게 우리의 기우를 잠재울 수 있는가? 그러다가 일본처럼 재해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이러한 문제는 당시대의 문제로 끝이 나는 것은 아니다.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력생산의 40%를 핵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당장 핵을 없앤다고 하면 전력의 40%를 어디서 얻을 것인가. 그렇다하더라고 이제라도 핵의 사용을 제한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자연에너지를 찾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태양에너지 같은 것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 사용의 절제를 통해 일정부분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너무나 편리함에 길들여져 있다. 그것이 나에게 돌아오는 나태함이나 병이 되는 줄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자연은 넘어서야 하는 대상일까? 이성과 과학으로 무장한 인간은 어느 순간부터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연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인정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자연에 의지하며 살아가야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개발과 보존이라는 두 갈래 길에서 우리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현재 존재하고 있는 우리가 삶을 유지하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보존을 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무자비한 개발은 곧 자연의 훼손을 가져온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가 예측할 수도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우리는 ‘자연보호’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우리는 왜 자연보호를 해야 하는가?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그 자연의 주재자가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인간의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자연의 힘을 이겨 본 적이 없다. 역사가 무엇인가를 고민할 때 그 주체가 인간이라는 것은 누구나 이야기 한다. 그렇다고 그 인간이 자연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자연은 우리에게 특별한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다만 같이 더불어 어울려 살아가기를 바라는 듯하다
. 어쩌면 이것도 인간의 생각일는지 모르다. 여하튼 현재의 인간의 이성과 과학으로 생각한다 하더라도 자연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누군가는 ‘자연보호’가 아니라 ‘인간보호’라는 말로 표어를 바꾸어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를 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물질문명이 자연을 훼손하였고, 조그만 실수가 자연과 인간의 목숨을 순식간에 죽음과 고통의 늪으로 빠뜨렸다.

2011년 3월 26일 경상북도 예천의 회룡포에서 열린 「333프로젝트」(Save Our 4riverS)라는 우리의 강을 살리자는 프로그램에 참가하였다. 회룡포와 경천대 낙단보 등 낙동강 일대를 답사하며 현재 진행 중인 4대강 사업의 실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답사를 하는 내내 우울한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우리의 국토가 이렇게 까지 몸살을 앓고 있는데, 우리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얻을 수 있을까 의문이다.

어쨌거나 낙동강 일대를 다녀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에게 길이란 무엇인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면서 다져온 길. 그런데 그러한 길은 무작정 인간이 새로이 만들어낸 길이 아니라 자연이 제시한 것이었다. 전통시대 만들어진 그 길을 바라보면 대체적으로 직선보다는 곡선이다. 과거의 인간은 우리보다 지혜가 없어서 그런 길들을 만들었을까? 국토 곳곳이 개발되면서 길은 곡선이 아니라 직선으로 변해가고 있다. 문명의 이기들은 이러한 길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고, 그렇게 만들어진 길을 우리는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우리는 발달이니 발전이니 하는 말로 합리화하고 있다. 직선의 길은 시간의 절약을 가져다주었는데, 이제 우리는 그 시간에 쫓겨 질질 끌려 다니고 있는 형상이다. 도무지 여유가 없다. 숨이 찬다.

이런 우려는 낙동강을 답사하면서 그대로 드러났다. 낙동강의 곳곳에서 모래를 퍼 올리면서 강은 깊어지고 넓어졌다. 그리고 그 모래들은 논밭에 쌓여 바람에 날려 곳곳으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강물을 직선으로 만드는 모습들도 보였다. 강물은 왜 직선으로 편하게(?) 흐르지 않고 굽이굽이 흐를까? 우리가 아는 길들도 인공의 큰 힘이 가해진 곳이 아니라면 꼬불꼬불 뚫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철길도 근대시기에 만들어진 것들은 대부분 직선이 아닌 곡선의 형태로 되어 있음을 지난 철길 답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부락을 중심으로 교통수단을 연결하였기에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이 부락은 자연의 이치를 잘 파악하고 인간이 살아가기에 적당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자연과의 조화를 보이는 모습일 것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이러한 자연을 인간 중심으로 편리하게 하기 위하여 곡선보다는 직선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생겨난듯하다.

강물이나 길이 굽은 것은 자연현상에서 나타나는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것이다. 강물이 직선으로 흐를 때 그 압력이나 속도는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곡선으로 휘었을 때 압력이나 속도가 약해지는 것을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쉽게 납득이 된다. 바로 우리보다 앞선 시대에 살았던 조상들은 이러한 자연의 이치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그 자연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였고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였다. (2011. 4.25, 김상태 내일계속)

김상태 선생님은
김상태 선생님은 인문학(역사: 한국근대사)을 전공하였다.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연구소> 소장 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외 기호일보 객원논설위원과 함석헌학회 학술위원을 겸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에 출강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위 사진은 인터넷 네이버 싸이트에서 따온 것임
* 알립니다. 2011년 4월 30일 연세대 용재관 304호실에서 함석헌학회 2011년 춘계 학술발표회가 있습니다. 주제는함석헌의 이상과 한국사회의 현실”입니다. 발표자는 한준상 교수(연세대), 김영태 교수(전남대), 황보윤식 박사(전 인하대)입니다. 많은 참석바랍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