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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상태 박사 칼럼

역사 속 6월 28일,- 인도교 폭파와 부역문제

by anarchopists 2019. 12. 18.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6/29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나만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역사 속 6월 28일.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고 불과 사흘 만에 국군은 한강 인도교를 폭파하였다. 국토방위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는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짚어보아야 할 점들도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강 인도교의 대사건에 관하여 후에 국민여론이 비등하기 시작하였는데 사전에 아무 예고 없이 폭파시킨 책임소재를 밝히라는 것이었다.

당시 육군 공병감 최창식 대령은 교량에 폭약을 준비하였고 그를 집행했다는 것으로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미 고문관들은 참모총장 채병덕 장군이 폭파를 명령하였고 공병감은 다만 명령을 실행하였을 뿐이라고 알고 있었다. 이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가에 대한 규명은 별도의 연구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다만 이와 관련하여 한국측 자료와 미국측 자료를 모두 살펴보면 재미있는 점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강 인도교의 폭파로 다리를 건너 피난하던 수많은 인명이 목숨을 잃었고, 정부가 떠난 자리에 북한군이 들어옴으로 해서 서울 시민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살아남기 위해 부역자가 되었다.
부역은 전시에 자국을 장악한 적군에 대한 협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전세가 반전되면서 서울수복이 된 이후 살아남은 서울 시민은 부역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부역자 가운데 자발적 부역자는 얼마나 될까?

미처 피난길에 합류하지 못한, 피난하려고 했으나 한강 인도교의 폭파로 피난 할 수 없었던 이들은 어찌할 것인가? 부역자 처리 문제가 과열되자 국회는 전쟁기간 중 북한군에 부역한 국민에 대하여 부당하게 처리하는 폐단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수도서울로 환도 전인 1950년 9월 17일 부산에서 「부역행위특별심사법령」과 함께 사형금지법령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법령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말단기관에서 권력을 남용하여 부역자의 인권을 부당하게 유린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국민의 원성이 날로 높아갔다.

1945년 광복이 된 후, 친일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남한 정부는 아직도 그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더 더욱이 너무 많은 시간의 흐름은 친일파 당사자의 문제뿐 아니라 후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부역자 문제도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 삽질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네들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엉뚱하게도 본질을 명확하게 하지 않고 문제를 호도하려고 했기에 한강 인도교 폭파의 책임을 공병감에게 뒤집어 씌운 것은 아닌가? 부역자 문제도 자신들의 과오에 대한 책임을 따지기 전에 살아남은 힘없는 시민들만 사지로 몰아세운 것은 아닌가? 적에게 협조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협조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선택권은 무엇일까?

임진왜란때 선조는 피눈물을 흘리는 백성들을 한양에 놔두고 종묘사직의 안위(?)를 위해 피난길에 나섰다. 임진왜란시 전국각지의 의병들이 일어나고 전공을 세웠음에도 일부 의병장들은 모반을 꾀한다는 죄목으로 제거가 되기도 하였다. 역사 속 사건들 속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역사를 안다는 것은 세상살이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그나마 반듯한 눈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각가지 사건들을 보면서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식만이라도 가지기를 기대해 본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언제나 똑같은 시험문제를 낸다.

"역사란 무엇인가"

물론 절대적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철저하게 주관적일 것을 요구한다. 설사 그것이 틀린 것일지라도. 선학들이나 선배들의 이야기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자신만의 색깔로 답할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획일화된 이해도 못하는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자신의 주관이 남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를 시험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주관적이기에 객관성을 담보로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릴 줄 아는 능력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2011.6.28, 김상태)

김상태 선생님은
김상태 선생님은 인문학(역사: 한국근대사)을 전공하였다.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연구소> 소장 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외 기호일보 객원논설위원과 함석헌학회 학술위원을 겸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에 출강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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