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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 박사 칼럼

자본을 넘어 정신세계로의 상승과 이성의 시대(1)

by anarchopists 2019. 10. 28.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4/07/13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자본을 넘어 정신세계로의 상승과 이성의 시대(1)



영문학자이자 비교문학자인 프랑코 모레티(Franco Moretti)가 간파했듯이, 지금의 세계는 드라큘라(자본가)와 프랑켄슈타인(노동자)의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흡혈귀 드라큘라는 죽지 않고 산 사람의 피를 빨아 먹고 한 방울의 피를 허비하지 않습니다. 자본가들에게 “악마들의 종족”인 프롤레타리아 괴물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시민권을 갖기 원하지만, 부르주아 계급은 그러한 괴물이 두려워 죽이려고 합니다. 그들이 세계를 지배할지도, 영원히 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입니다(F. Moretti, 조형준 옮김, 공포의 변증법, 새물결, 2014, 22-34쪽). 흉측하게 생긴 비참한 사람(노동자)과 잔혹한 소유자(자본가)(F. Moretti, 위의 책, 20쪽)의 계급 갈등은 신자유주의라는 독점자본주의에 의해서 노동자의 착취와 고통의 심연으로 몰고 갑니다. 그러면서 부르주아 계급은 근로소득이 아닌 자신의 자산을 이용하여 불로소득을 확장하게 되는 불한당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모습을 함석헌은 다음과 같이 꼬집습니다. “육이나 정신의 세계에서도 일은 해야 합니다. 일은 노력하는 것, 즉 나를 쓰는 것입니다. 고생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간디는 매일 두 시간 이상을 물레를 돌리며 일을 했는데 여기에 그의 놀라운 점이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해도 일을 하고 먹도록 되어 있는데 오로지 정치 경제 구조는 일하지 않고도 먹게끔 되어 있는 데 모순이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일하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불한당 계급이 생김으로 해서 세상엔 점점 차별이 생기고, 부정과 부패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함석헌, 함석헌전집, 영원한 뱃길 19, 한길사, 1985, 360쪽)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결국 부르주아 계급, 즉 흡혈귀 드라큘라의 승리로 끝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죽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산 자를 죽이면서 피를 빨아 먹는 흡혈귀는 산 자가 사라지는 순간, 흡혈귀도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단순한 논리가 흐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흡혈귀의 사냥 본능을 저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욕망의 어두움과 자본의 페티시즘의 극복은 빛과 이성(理性)에 대한 사랑에 의해서 가능합니다. 불안과 두려움을 일소시키고 드라큘라와 맞설 수 있는 정신입니다.


자본에 대한 꿈에서 깨어나서 오로지 정신만이 희망이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만이 흡혈귀 자본가를 이길 수 있습니다. “문명이 발달하려면 기계화를 인정해야 되는데 그 대신에 정신생활이 독립적인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을 잊어버리고 있는 데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즉 사람의 개체가 절대적인 가치가 있다는 것을 부인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함석헌, 위의 책, 360쪽) 정신적 주체, 인간의 절대적 가치를 우선으로 하고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자본의 광기로부터 해방될 수 있습니다. 무엇에 매여 있는가를 스스로 인식하고 자신도 드라큘라의 후손(종족)이 되려는 야릇한 충동과 억압된 물신적 콤플렉스를 이겨내야 합니다. 현대사회가 자본의 공포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인간 상실이라는 것을 바로 알고 그것을 유도하는 매커니즘을 타파해야 합니다.


진화심리학에서는 도덕을 인간의 본능으로 봄으로써, “도덕성은 우리의 조상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여러 적응적 문제들을 풀고자 선택된 보편적인 심리 기제의 산물”(전중환, 오래된 연장통, 사이언스북스, 2010, 192쪽)이라고 말합니다. 자본주의 사회를 넘어설 수 있는 인간의 힘은 정신, 곧 도덕적 본능에서 나온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착취와 고통, 억압이 만연되어 있는 상황을 타개해나가기 위해서는 인간이 가진 보편적 심리적 기제, 도덕적 직관(moral intuition)-이것은 분노, 감사, 죄책감, 동정 등과 같은 도덕적 정서에 의해서 작동하는 것으로서, 인간이 불확실하고 위험한 세계에서 살아남고자 어떤 사건의 옳고 그름에 대해 빠르고 즉각적인 판결을 내리는 것입니다. 이에
반하여 도덕적 추론(moral reasoning)은 정서의 개입이 거의 없이 합리적 이성에 의해 결론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전중환은 진화론적으로 인간의 도덕적 판단은 도덕적 추론보다 도덕적 직관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주장합니다-이 앞서 있어야 합니다(전중환, 위의 책, 190-191쪽). 그래서 자본의 미몽에서 깨어나서 정신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물질적 도착이지, 프랑켄슈타인 괴물로 규정받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괴물은 의식하는 인간, 자유로운 인간, 영원히 살고 싶은 인간을 꿈꿀 수 없다는 공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그와 같은 욕구와 욕망은 버리면 안 됩니다.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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