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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 박사 칼럼

인간정신을 혁명하라

by anarchopists 2019. 12. 24.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4/21 06:28]에 발행한 글입니다.


인간 정신을 혁명하라!

지금 인류의 정신은 피로를 느끼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물질의 풍요를 넘치도록 향유하고 있지만 인간은 그 향유의 근원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가를 망각한 채 막연한 미래를 향해 무작정 치닫고 있다. 이처럼 정신의 피로, 역사의 과잉과 피로는 단번에 생긴 것이 아니라, 반성이 없는 현재가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러므로 반성 없이 주어진 오늘을 향유만 하고자 한다면, 욕망을 제어하지 못한 이성은 인류를 패망의 길로 인도하고 말 것이다. 니체(F. W. Nietzsche)가 인간의 “정신이란 스스로 생명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생명”이라고 말한 의미를 곱씹는다면, 인간은 “혈통과 신분, 세속적인 성공과 실패, 관습과 세속성 등에서 해방되어 세상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 부자유와 예속에 의해서가 아니라 참된 인간성에 의해 평가되는 ‘더 높은 자기’ 등이 참된 인간의 바람직한 모습”(김정현, 『니체, 생명과 치유의 철학』)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함석헌은 4.19혁명이 실패한 원인에 대해
“전체”가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민중이 제 나라의 주인인 줄 몰랐다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고 덧붙인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혁명이란 단순히 특정 개인이나 특정 집단에 의해서 주도되거나 특별한 운동의 성격을 갖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전체의 이성과 감응이 잘 맞아 떨어져서 서로 움직이는 힘이 있어야 혁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간의 정신을 혁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두 사람의 이성과 정신 혹은 의식이 깨어나서 삶의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미미한 힘에 그치고 말뿐이다. 그러므로 인간 정신의 혁명은 스스로 자신의 역사와 삶을 밀고 나가려는 의지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인데, 이것은 전체가 함께 감응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현재의 사건을 일차원적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매번 위기와 변화의 순간으로 의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내 앞에 벌어진 일들이 우주의 지축을 흔드는 역사적 사건으로 인식하며 후대를 고려한 막중한 의무와 책임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함석헌이 말한 것처럼, “4.19에서 우리의 근본 잘못은 우리가 스스로 역사의 책임자 노릇을 하려 하지 않고 서서 기다리려 한 데 있다”는 비판적 성찰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인간 정신의 혁명은 지금 여기서 역사의 책임자라는 의식을 가지고 역사와 맞대면하고 저항하려는 의지가 있어야만 한다. 그것은 나의 정신과 물질만을 우선으로 하는 태도에서 타자 즉 너를 향한 정신과 물질에 대한 배려가 공감대로 형성되는 성숙한 인간을 지향할 때 가능한 일이다.

함석헌은 “남의 마음을 고치기 전에 네 마음이 어떤 것인가, 우선 보여라. 마음이 어디 누구인가”라고 말했다. 인간의 정신을 혁명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정신을 뜯어 고쳐야 한다는 데에서 출발한지 않는다. 오히려 나 자신의 정신을 개조한 후에야 비로소 다른 사람의 정신 상태의 수준과 문제를 왈가왈부할 수가 있다. 나 자신의 맑은 정신, 순수한 정신, 근원으로서의 정신이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과 감응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또한 마음은 나의 마음이여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서 외부의 강제적, 혹은 외부적 영향에 기인한 수동적인 마음이 아니라, 나에게서 비롯된 참 마음이어야 한다. 나 자신이 먼저 참 마음을 갖고 있지 않는다면 인간 정신 혁명은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래서 함석헌은 “자아의 개조는 나 찾음, 나 앎, 나 함, 나 봄”이라고 말한 것이다.

혁명은 “인간개조”가 목표이어야 한다. 민주주의 혁명, 문화 혁명, 의식 혁명, 교육 혁명, 종교 혁명 등 모든 혁명의 목표는 인간의 정신과 의식을 새롭게 고치는 데에서 비롯된다. 함석헌이, “혁명은 누구를, 어느 일을 바로 잡는 것이 아니라, 명(命)을 바로 잡는 일, 말씀 곧 정신, 역사를 짓는 전체 그것을 바로 잡는 일이다”라고 말한 것은 인간의 정신 혹은 인간의 역사를 올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인간의 인격을 달리하고 성숙시키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더 나아가서 요즈음 회자되고 있는 ‘국가의 격’을 달리하는 것이다. 인간의 정신을 혁명한다는 것은 인격을 성숙시키고, 각 개인의 인격을 전체로 하는 국가의 격을 드높이고, 더 나아가서 인류 전체의 정신 즉 인류격(人類格)의 총합을 격상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정신이 퇴보되고 과학기술문명과 물질의 풍요 속에 젖어 있는 인간이 그 욕망적 자아의 결과물에 의해 지배를 당하는 현실에서 가장 우선적 목표로 두어야 할 것은 인간 자신의 속내를 개조하는 일밖에는 없다. 그럼으로써 “혁명이 역사를 밀어가는 거룩한 생명의 운동이 되고, 혁명이 거룩한 정신의 운동으로 되어서만 그 제단에 바친 제물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아로새겨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지금 혁명 도중에 있다.”(2011. 04. 21 김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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