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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홍원준 논객 칼럼

인간의 시선과 권력

by anarchopists 2019. 11. 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3/01/24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인간의 시선과 권력




  우리는 두 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눈은 모두 앞에 있기에 앞에 있는 것만 볼 수 있으며 물리적인 한계로 빛으로 비추어지거나 직접적으로 대면한 것들만을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이 시선에 엄청난 신뢰를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정보는 바로 이 시선을 통해서 판단된다. 보기에 좋은 것은 그 본질이 무엇이든 긍정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게 된다. 자연에서도 이러한 광경을 볼 수 있는데 바로 화려한 무늬로 시선을 끄는 독버섯이 대표적이다. 속의 독을 내포하여 자신을 섭취한 생물을 죽이고 자신의 종족을 발전, 종속시켜나가려는 본질을 가지고 겉으로는 화려하고 시선을 끄는 무늬로 시선을 빼앗아 그들로 하여금 자신을 취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들을 취한 그들은 한계를 가지고 있는 시선을 맹신한 나머지 보이는 대로 판단하였기에 이러한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현대사회는 어떤가? 과거보다 더욱 시선에 얽매인채 TV, 인터넷, 컴퓨터, 스마트폰, 태플릿PC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시선을 통해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그들은 그 속에 나온 이들이나 것(물건, 정보, 사건, 사고 등)들을 판단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특정 배우가 어떤 드라마에 출연하여 악역을 맡은 경우 그 드라마를 즐겨보는 시청자는 그 사람에 대해 나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캐릭터를 만듦으로써 배우는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하지만 이것을 보는 시청자는 그 배우를 판단할 때 단순히 캐릭터라고 인지하기보다 그 사람 자체라고 인식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그러한 드라마가 더욱 실재적일 때 하이퍼 리얼리티가 작용하면서 캐릭터와 그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 시선적인 한계로 인해 실재와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한계는 언론에서도 나타난다. 무의식적으로 인터넷이나 신문, TV 뉴스를 통해 사건, 사고를 접하는 경우에 시선적 한계로 인해 특정 사안에 대해 제한된 정보, 잘못된 정보뿐만 아니라 조작된 정보를 접하게 된다. 만약 이런 상황에 이것을 바라보는 이들이 단순히 시선에 의지한 채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위에서 예로 든 배우의 하이퍼 리얼리티와 마찬가지로 특정 정보에 대해서 진실을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러한 수동적인 메커니즘에서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서 이러한 언론을 통제하고 있는 이들에게 엄청난 권력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인간은 분명 자신의 시선적 한계를 인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전의 수동적인 시선을 통해 보이는 것이 절대적인 것처럼 판단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깨달았다면 광원이나 빛을 통해 더 밝거나 어둡게 하여 바라보고 손을 이용하여 해당의 것을 뒤집거나 돌려 보이지 않은 것을 보이게 하고 동시에 그것의 촉감을 느껴야한다. 후각을 이용하여 냄새를 맡아보고 해당의 것을 흔들어 소리를 들어보고 직접 맛보기도 해야 한다. 지금까지 말한 것은 오감에 관한 것이지만 이것은 단순히 오감각적으로만 판단하라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여태까지 무의식적으로 절대화 하였던 시선을 통한 정보 인식의 한계를 타파하자는 것이다. 상대적인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뒤집어 보고, 기울여 보고, 엉뚱하게 보고, 비판적으로 보자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행위를 통해서 사유적 공간을 만들어놓고 열린 자세로 주위의 인간들과 의사소통을 통해 정보를 교류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종적으로 이러한 정보를 종합하여 사유하여 그것을 파악하는 혹은 판단하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이러한 정보 교류와 개개인이 처한 상황을 진실되게 전달하기 위해 스스로 생산해내는 매체를 만들어야한다. 상대적 시선을 통해 바라볼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여태껏 우리는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채 그들의 통제된 정보만을 절대적․수동적으로 받아왔다. 이제는 그러한 통제를 넘어서기 위해 '진정 시민들이 보여주고 전달하기 위한 시선'을 만들어내는 매체가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곳의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을 여과 없이, 통제 없이 진실된 모습으로 다른 사람에게 접하게끔,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도 다른 이가 몸담고 있는 곳의 진실된 모습을 알게끔 하여 역지사지, 물아일체의 자세를 통해 모두가 같은 인간임을, 모두가 같은 자연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러한 동질감 속에서 사회적․자연적 연대를 구축하고 인간이 몸담고 있는 자연을 위한 자연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홍원준 필자는
숭실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서 평소 사회, 정치, 문화 등에 비판적 의식을 견지해왔습니다.

그래서 의생명시스템학과에서 철학으로 전공을 바꿀 정도로 존재, 사유, 실존, 본래성 등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철학도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 철학의 인식론을 중심으로 촘스키와 같은 언어철학자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젊은이로서, 우리 사회 진보에 대한 대안제시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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