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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 박사 칼럼

이제 백성의 목소리를 내주시오!

by anarchopists 2019. 11. 19.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4/12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이제 백성의 목소리를 내주시오!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Lucius Annaeus Seneca, BCE 4-CE 65)는 “대중의 도덕성과 인간의 결점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웃음과 울음도 터뜨리지 않는 것... 남의 불행에 괴로워하다가는 재앙이 계속될 것이고,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 것은 비인간적인 쾌락”이라고 하면서 인간의 처세 철학을 말해 준다. 2012년 국회의원 선거의 결과에 따라 개인의 행복과 불행이 나누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것을 불행으로 여기지도 말아야 할 것이며 백성들이 자신을 알아봐 주지 못했다고 탓할 일도 아니다. 선거에 백성들의 도덕성이 개입되어 후보자를 판단할 수 있지만, 선거 자체가 도덕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없으므로 그 또한 백성들의 표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의 선택과 국민이 내린 결정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자라면 말이다.


  머지않아 54.3%라는 투표율을 기록한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해서 너도 나도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리려고 할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약 반 년 후에 국가의 수장을 뽑는 중차대한 과제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갖는 상징성만 생각해서는 될 일도 아니거니와 이제는 현실성을 예측한 인물 뽑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미래에도 지금의 자리와 이념이 유지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으로 한 국가의 수장을 뽑는 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온 것이 사실이다. 현실적이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 현실은 지금을 살고 있는 서민을 위한 지도자의 자리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서민은 미래보다는 현재, 현실을 더 귀중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지도자는 늘 미래의 예측 불가능성으로 백성들의 의식을 붙잡아 두려고 한다. 그것을 교묘하게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후보들이다. 앞으로는 거짓말 안 하는 국가 지도자를 뽑아야 할 일이다. 그것을 위해서 우리의 정치적 감각을 가지고 현재의 투표 결과를 통해 앞을 가늠해 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모두가 자신을 비롯하여 남의 당선과 탈락을 놓고 희비와 시비를 논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으로서 백성의
목소리를 어떻게 내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당선이 되기 위해서 소음이다 할 정도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었지만, 결국 목소리를 그렇게 드높인 것은 자신의 명예욕과 권력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백성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가다듬은 것이고, 백성의 마음을 읽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읽어달라고 하였다는 것을 알게 해주어야 한다.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해서 가시적 선심 공약으로 시민을 달래보겠다는 얄팍한 수를 쓸 게 아니라 적어도 정치에 철학이 있음을 드러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정치의 정신화, 삶의 정신화가 정치의 민주화에 우선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에 함석헌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철학자가 임금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잘못 아니다. 철학자는 지혜를 찾는 사람이니, 다만 누가 정말 철학자냐, 어디 정말 철학이 있느냐, 어떤 것이 참말 지혜냐 만이 문제다. 철학이라면 보통 머리가 허연 늙은 학자를 연상하고, 지혜라면 곧 곳간에 둘러싸인 책을 생각하지만 아니다. 철학은 구더기 같다는 민중 속에 있고, 지혜는 누구나 다 하면서도 신통히 알지도 않는 삶 곧 그것 속에 있다. 이 말없는, 말로는 할 수 없는 것을 들여다 본 사람이 철학자다... 정치가가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삶이 기술과 제도를 내는 것이요, 철학자․도덕가가 민중을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이 도리어 지혜를 가르치고 힘을 주는 것이다. 나라는 씨의 나라요 세계는 씨의 세계다.”(함석헌, 함석헌전집, 인간혁명의 철학2, 한길사, 1983, 237-238쪽)

  정치의 현실이 정당의 이익이나 이념에 있지 않고 민중 속에, 씨알 속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정치의 정신화를 직접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길이다. 더 나아가서 정치철학은 말로 살지 않고 맘과 정신으로 사는 씨알에 토대를 두는 데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영달을 위한 정당의 나라, 금배지의 나라가 아니라 진정으로 씨의 나라에 헌신한다는 말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마치 백성이 그들에게 절대 권력이라도 부여한 듯이 참 정치가 아닌 거짓 정치를 하는지 눈살펴야하고, 민초들의 자유와 행복, 그리고 시민 공동의 이익을 위하는 정치인으로 살아가는지 독시(督視)해야 할 것이다. 명심하라. “실제로 민주주의는 그 누구도 국민 위에서 권력을 가질 수 없고, 따라서 국민이 누군가에게 복종하거나 지배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장 폴 주아리, 이보경 옮김, 나는 투표한다, 그러므로 사고한다, 함께읽는책, 2012, 151쪽)는 것을.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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