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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 박사 칼럼

논문 표절한 사람이 국회의원이라고? 학자도 아니다!

by anarchopists 2019. 11. 19.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4/18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논문 표절한 사람이 국회의원이라고? 학자도 아니다!



"연구할 때 어떤 것이 맘에 드는지 안 드는지를 고려한 것이 아니라 이것이 진리일 수 있는지 여부만을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최대한의 지식을 동원하여 진리로 간주할 수 있는 것만을 표현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Johann Gottlieb Fichte)


  적어도 학자라면 자신의 생각을 독창적으로 개진하고 사유의 깊이에서 우러나온 연구 결과를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지식의 전체 보고(寶庫)를 풍요롭게 해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요즈음 아무리 ‘박사’가 많아서 발에 차이는 게 박사라고는 하지만, 원래 박사란 자신의 연구 분야의 독창성을 인정받은 결과로서 주어지는 명예스런 직함이다. 그런데 최근에 치러진 총선에서 국회의원 후보가 논문 표절 시비로 시끄러웠다. 당연히 정치적 이성의 판단과 국민 정서상 낙선이 되어야 함에 불구하고 어찌된 영문인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이 된 것이다. 학자의 소양으로서도 부족한 사람이자 양심적이고 국민의 정치 이성을 대변해야 할 사람인 국회의원의 인격적이고 기본 자질적인 측면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거의 같은 시기에 어느 국가에서는 대통령이 논문 표절 시비로 자신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지 않았는가. 하물며 일개 국회의원 후보가 그런 문제로 불거져서 사회, 정치적 이슈가 되었다면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그만두는 것이 정직한 정치인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그가 정치인인지 아니면 태권도 국가 대표 선수로서 한때 나라를 빛낸 인물이었던 사람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정치 일선에 나타나서 국민의 머슴이 되겠다고 하니 그의 정치적 역량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도 의심스럽다.


  아무리 변명을 하여도 논문에서 드러난 진정성과 진실성은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다. 자신이 학자로서 출발
점을 찍은 논문에서조차도 신뢰를 할 수 없다면 앞으로 그가 정치 일선에서 일어나는 여러 정치적 사태들에 대해서 어떻게 신임할 수 있단 말인가. 정치는 발차기로 되는 것도, 품새로 되는 것도 아니다.
굳이 그가 정치를 하자 하면 진정한 무도인의 자세 정도는 갖고서 해야 마땅한 일이다. 필자가 무예를 익히는 도장에 가본 경험으로는 그곳에 “인자무적”(仁者無敵)이라는 액자 속 글귀를 본 적이 있다. 태권도 도장마다 다 그런 글귀를 걸어 놓는 것은 아니지만, 무예를 닦는 것도 적을 제압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먼저 어진 사람이 되어야, 어짊을 수양해야 한다는 것쯤으로 알아들었다. 그렇다면 단순히 발차기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듯이 일순간에 다른 후보를 격파하고 이제는 자신의 분리한 허점을 방어하려고 하는 것은 무예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 겨루기를 엉뚱한 데다 써먹으면 난투극이나 깡패의 소란스런 난동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당의 정치 전략과 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인 개인의 정치적 신념과 진리, 정의의 구현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학자라면 학자답게, 정치인이라면 정치인답게, 무도인이라면 무도인답게 처신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이미 논문 표절로 시비가 붙은 문대성은 학자도, 정치인도, 무도인도 아니다. 그러므로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내려와야 한다. 더 이상 자신의 입지를 생각해서 끝끝내 버틴다면 학자들 전체를 먹칠하는 격이요, 정치인의 자질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요, 무도 본래의 정신까지도 추락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다. 적어도 태권도가 세계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면 태권도로 자신의 실력을 만방에 떨친 사람이 정치 일선에 나가기 위해서 자격을 갖추고 공부를 했다고는 하나,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태권도라는 무예도 세계적 관점에서 형편없는 것으로 취급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는 몸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구태여 금메달을 앞세워 국회의사당으로 입성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겨루기는 아무 데서나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는 머리다. 정치는 이성이다. 그러므로 논문 표절은 바로 머리, 즉 이성으로 생각하고 파악하고 결단해야 하는 성실함에 대한 일차적인 정치적 검증에서 실패를 한 셈이다. 더 이상 말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당신의 멋진 뒤돌려차기가 퇴색되지 않게 해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지금 당신이 국민에게 베풀 수 있는 정치가 아닐까?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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