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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상태 박사 칼럼

위정자, 민중을 우습게 보지마라

by anarchopists 2019. 12. 29.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1/27 07:24]에 발행한 글입니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4

어릴 적 배운 컬럼부스의 서인도 제도 도착, 바스코 다가마의 희망봉을 돌아 인도 도달, 페르디난드 마젤란의 최초 세계 일주는 일대사건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은 우리에게 ‘신대륙 발견’이라는 용어와 함께 ‘유럽중심적’ 사고를 심어주었다. ‘신대륙 발견’이라는 용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지나쳐왔는데, 언제부터인가 이 용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고 ‘지리적 팽창’이라는 용어로 대체되기는 했지만 이 역시도 ‘유럽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는 못하였다. 유럽인들이 신대륙이라 했던 곳은 아무도 살지 않던 미지의 세계가 아니라 그네들이 알지 못했던, 뛰어난 문명을 가지고 있던 곳이었다. 무지하고 야만적인 그들은 그네들의 편의대로 ‘발견’(發見)이라 했던 것이다.

우리는 용어가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서 -아니, 한 번도 사전적 의미조차 찾아보지도 않으면서- 대략적인 감으로 그 의미를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어느 때부터 인가 아이들의 책상위에 갖은 종류의 사전이 놓인 것을 본적이 없다. 적어도 우리가 학교 다닐 적에 무겁게 영어사전도, 국어사전도 가지고 다녔던 기억을 상기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사전을 전자사전이 대신하고 있지만, 그 내용의 풍부함은 종이사전을 따라 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약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르겠다. 대화가 단절되어 있으니 문장 속에 등장하는 의미도 이해하지 못하고, 디지털 시대에 살며 인터넷이나 '지식in' 이 다 해결해 줄 것 같은 착각에 빠진 것은 아닐까.

최근 ‘근대’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있어 몇 가지 책을 다시 뒤적거리고 있다. 그 중에서 ‘세계화와 생태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흥미를 끄는 책이 있었다. 이제까지 근대세계사를 이야기 하면서 근대의 출발은 바로 유럽이었고, 현재는 그 정점에 미국이 있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같은 인식의 틀을 깨고 색다른 관점에서 세계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유럽중심적’ 사고가 얼마나 무력적인 것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서구의 부상이라는 허울 속에서 산업화된 세계의 지속적인 부와 권력을 보장하는 체제를 선진산업국의 정상들이 모여 규칙을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1년 7월 20~22일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G7 정상들이 세계경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확대되어 2010년 11월 11~12일 우리나라 서울에서 G20정상회의가 열리기에 이르렀다.

생각하는 백성이라 살 수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사실만으로 무엇인가를 판단하기가 쉽지가 않은 세상이다.
사실(fact)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에 대한 문제이다. 사실은 객관적으로 던져진다 할지라도 그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남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여야 한다. 바로 생각한다는 것은 이런 판단을 위한 객관적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사고는 세상사를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대중은 몽매하게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우직하다. 다만 쉽게 행동하지 못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정자들은 대중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결국은 자신을 선택한 그 대중에게 몰락할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고 자코뱅당은 대중의 지지를 받으며 권력을 장악했다. 그러나 자코뱅당은 철저한 독재로 대외전쟁은 성공적으로 추진되었으나 국민의 반감을 극복할 수는 없었다. 내부적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는 일시적 방법은 공포정치였으나 ‘테르미도르의 반동’으로 독재자 로베스피에르가 처형될 때 국민들은 철저하게 자코뱅당을 외면하였다.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형태만 다르지 이 같은 모습은 현대사회의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다만 우리가 생각을 덜하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지나칠 뿐이다. 이것을 우리는 제 발등 제가 찍는다고 하는 것일게다. 바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고통은 고스란히 우리의 몫으로 돌아온다. 그 같은 사실을 인식했을 때는 이미 늦지 않았던가? (2011. 01. 26, 김상태)

김상태 선생님은
김상태 선생님은 인문학(역사: 한국근대사)을 전공하였다.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연구소> 소장 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외 기호일보 객원논설위원과 함석헌학회 학술위원을 겸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에 출강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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