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주명철 신부 칼럼

우리 사회 화해의 길

by anarchopists 2019. 10. 3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4/04/17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우리 사회 화해의 길



불교 용어 중에 ‘화쟁(和諍)’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화해(和解)와 회통(會通)의 논리체계를 이루는 말로 원효대사로부터 출발하여 한국불교의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온 사상이다. 모순과 대립을 하나로 다루기에 화쟁이라 하였다. 쉽게 말하면 다툼을 화해시키는 일이며, 서로 소통하고 상생(함께 사는)하는 길이다. 분열과 대립 그리고 상호비방으로 점철된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용어가 아닐까 싶다.


지리산 실사상에 계신 도법스님이 이처럼 분열된 우리사회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지난 2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100일 여정의 순례길에 올랐다는 소식을 접해 들었다. 그분은 좌우로 갈라선 우리 사회의 대립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시고, 이제는 같이 살아야 할 한민족임을 깨닫고 오른손 등의 종기를 왼손이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서로 화해해고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순례길을 통해 보여주시고자 함이다.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그분의 의견에 참 공감하며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런 바람으로 여수에 오시는 도법스님을 모시고 강연회를 우리 교회에서 갖기로 하였다.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 가난한 자와 부한 자의 대립, 종교와 종교 간의 대립 등 다르다는 이유로 무조건적
으로 비판하고, 서로 미워하고 차별하며 함께 하지 못하는 심각한 아픔에 직면해 있다.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흑과 백의 어느 한쪽에 서야만 하는 강요를 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필자는 이러한 아픔이 하루 속히 치유되길 바라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번 순례를 함께 하고 싶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서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생각들을 존중하며 포용하는 마음으로 함께 하고 싶고,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두 얼굴 모두에게 화해의 손짓을 보내길 원한다. 서로 용서하고 조금씩 참아내며 대화하고자 하는 작은 노력의 겨자씨가 우리 안에 있다면 그 씨가 뿌려져서 소리 없이 자라나 큰 사랑의 나무가 되리라 믿고 소망을 가져본다. 이번 도법스님의 순례길에 들려오는 따뜻한 화해의 소식들로 우리 사회의 냉담한 마음이 녹고 사랑으로 가득차길 기도드린다.


*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주명철 어거스틴 신부
주명철 어거스틴 신부는 대한성공회 대전교구 여수 성필립보성당 주임사제로 있다.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학위(Th.M.)를 받았다. 본당사목뿐만 아니라 시국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 성공회의 선교 불모지인 여수지역에서 활발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