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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주명철 신부 칼럼

수치의 기도와 자성의 기도

by anarchopists 2019. 10. 29.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4/06/17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수치의 기도와 자성의 기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두 달이 다 되었지만 그 상처와 아픔은 여전히 우리 주위를 떠날 줄 모르고,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이 고통의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아직도 바다 속에 거두지 못한 시신들이 그대로 남아있는데도 선거다, 월드컵이다 하면서 흥분된 분위기에 잊어서는 안 될 일을 잊게 만들려는 듯하여 참으로 마음이 불편하다. 물론 지금도 목숨을 걸고 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잠수부들과 시신이라도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는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어 하루 속히 모든 실종자들을 찾을 수 있길 간절히 기도드릴 뿐이다.


하지만 최근 연이어 들리는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비상식적인 망언에 필자도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기에 나 자신의 반성과 더불어 그들의 신중하지 못한 잘못된 언행을 엄중히 비판한다. 또한 이로 인해 비난을 받는 교회와 목회자들을 대신하는 심정으로 무릎을 꿇고 유족들과 국민들에게 진정성이 담긴 사과를 드리고 싶다. 안타깝게 죽어간 자들을 욕되게 하고, 아픔과 고통으로 일어서기에도 힘에 겨운 유족들에게 다시 한 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자들이 어떻게 교회를 이끄는 성직자일 수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그들이 삿된 욕심을 버리고 먼저 자기 자신을 올바로 성찰하고, 모든 이들에게 진심어린 용서를 청하기를, 하느님께 회개하고 바로 설 수 있기를 바란다.


중요한 위치에서 잘못된 판단으로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막말을 일삼는 일부 목회자들로 인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외면하고 그곳에서 희망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그런 목회자들을 일컫는 속된 표현이 먹사에서 목레기(목사 쓰레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그리스도교의 현주소는 매우 어둡고 그만큼 교회의 잘못이 단순히 어제 오늘일이 아닌 심각한 병폐로 이어져오는 심각한 현실이다. 그러므로 교회와 목회자들은 지금이라도 국민들의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용서를 비는 심정으로 잘못을 고쳐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성직자의 사명을 올바로 깨닫고 이를 지키고자 진실하게 더 열심히 기도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교회는 개인과 개교회의 이익을 위해 권력에 아부하며 그들이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소리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잘못된 권력을 엄중히 꾸짖고 이를 고쳐나가도록 목소리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회가 드리는 행동하는 기도이다. 기도는 조용한 마음으로 드리지만 동시에 실천이 따라오는 것이다. 올바른 뜻을
위해서는 두려움 없이 외칠 수 있는 곳, 먼저 더 가난해지고자 연습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들, 외로운 자들을 품고 치료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교회이다.


세월호 참사라는 엄청난 일을 겪었기에 서로 위로하고 도와가며 아픈 현실을 극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폄사·폄훼하며 분열과 반목으로 심각한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는 잘못을 우리는 반복하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더 분열을 조장하고 파장을 일으키는 데 주동자를 자처하는 교회와 목회자들의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이제부터라도 이를 철저히 반성하는 마음으로 서로의 아픔을 품고 치료하며 화해와 사랑을 전하는 본분을 지킬 수 있길 간절한 마음으로 조용히 기도드린다. 또한 이 기도가 교회와 목회자들을 바꾸며 더 나아가 갈라진 우리나라를 치유할 수 있길 소망해본다.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주명철 어거스틴 신부
주명철 어거스틴 신부는 대한성공회 대전교구 여수 성필립보성당 주임사제로 있다.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학위(Th.M.)를 받았다. 본당사목뿐만 아니라 시국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 성공회의 선교 불모지인 여수지역에서 활발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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