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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주명철 신부 칼럼

“네 잘못이 아니야!” (It is not your fault!)

by anarchopists 2019. 10. 3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4/04/09 23:58]에 발행한 글입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 (It is not your fault!)



영화 '굿윌헌팅'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네 잘못이 아니야!” 이는 어린 시절 학대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고 힘든 삶을 사는 윌을 향해 숀 교수가 한 말이다. 이 말을 듣고 처음에는 거세게 저항하던 윌은 자신의 눈을 똑바로 보고 열 번이나 반복해 이야기하는 숀에게 눈물을 흘리며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당시 필자에게도 놀라운 치유의 경험이 일어날 정도로 감명 깊게 보았던 장면이었다.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왔고 갖가지 새로움이 시작되었지만, 어떤 이들은 아직도 추운 겨울인 양 모든 것이 꽁꽁 얼어버린 것 같은 현실에 아파하고 있다. 큰 희망을 안고 시작해야 할 새해가 기름유출사건으로 크나큰 절망을 갖게 되었고, 그 상처가 언제 치유될지 모르는 답답한 상황 속에 연이은 사건사고는 우리들의 시린 마음을 더 괴롭히고 있다.


얼마 전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을 남기고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세상을 떠난 세 모녀와 어린 아이들과 함께 자살을 시도한 젊은 엄마의 뉴스는 단지 먼 곳의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이 모든 어려운 일들은 남의 얘기가 아닌 바로 우리자신이 그 주인공임을 기억하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일들로 인해 대부분 힘이 없는 소외되고 가난한 서민계층이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필자는 우리 스스로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계속해서 일어나는 일들로 괴로워하고 아파하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에게, 희망을 잃은 모든 여수시민들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위로의 말을 한 번, 두 번... 열 번이고 가슴에 드리고 싶다.


우리는 지금 가진 자의 끝없는 욕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 주위의 어려운 환경들로 인해 우리가 잘못하지 않은 일들을 마치 우리의 잘못으로 만들어 버리는 아픈 현실 속에 살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절망에 빠진
모든 사람들에게 힘을 내자고, 다시 한 번 일어나자고 강하게 외치고 싶다.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그들 곁에서 격려하며 함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주고 싶고, 도움의 손길을 나누고 싶다.


우리 주위에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희망을 찾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 조용히 기도하며, 촛불을 밝히며, 찾아가서 마음을 나누며, 글을 쓰며, 기부하며, 열심히 땀을 흘리며...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노력들, 작은 나눔들. 이 모든 희망의 날갯짓이 하늘에 닿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또한 나의 잘못이 아닌 일들로 지금 상처입고 넘어져 절망 중에 있다면 훌훌 털고 일어나 함께 작은 희망을 노래 부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우리들의 잘못이 아니야!”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주명철 어거스틴 신부
주명철 어거스틴 신부는 대한성공회 대전교구 여수 성필립보성당 주임사제로 있다.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학위(Th.M.)를 받았다. 본당사목뿐만 아니라 시국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 성공회의 선교 불모지인 여수지역에서 활발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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