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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우리는 통일세 논의 자체를 반대한다.

by anarchopists 2020. 1. 1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8/19 07:36]에 발행한 글입니다.


우리는 통일세 논의 자체를 반대한다.
-통일세는 남북이 함께 거론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8.15해방 날 65주년기념식에서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라는 용어와 함께 불쑥 ‘통일세’를 거론하였다. 이후, 각종 언론과 서민들의 술자리에서 통일세가 회자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통일세 논의 제안’ 이유는 이렇다. “통일은 반드시 온다. 그날을 대비해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이를 받아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통일을 일찍 준비할수록 비용이 더 줄어들 것”, “통일 비용은 사전 준비기간, 통일의 순간, 통일 후 통합 비용 등 긴 시간에 걸쳐 들어가는 다양한 비용이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매일경제, 2010, 817일자) 그리고 17일에 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들에게 “통일과 관련해 마음의 준비를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의 말들을 종합하면, 이명박의 통일세 거론은 ‘흡수통일론’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통일세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독일통일 직후인 노태우 군부권력 때다( 1991) 통일세는 독재권력들이 국민을 기만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려 했던 정책이다. 그리고 뉴라이트 진영에서 '평화관리'보다 '통일준비'가 필요하다는 ‘흡수통일론’과 ‘통일세 징수’를 주장해왔다. 이러한 발상 아래, 뉴라이트들은 북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북의 붕괴를 이끌어내한다고 주장해 왔다. 오늘의 통일세 논의도 이런 분위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래서 외국에서도 이 통일세 제안에 대하여 “‘MB 통일세 도입’ 실패할 청사진”이라는 제하에 “첫줄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다.”라고 평가하였다.(《The Times》2010. 8.17)

나아가, 통일세 거론은 남북공동선언과 북한 및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을 모두 무시한 독선적 발언이다. 통일세 거론에 대하여, 북한도 거부감을 표시했다.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통일세’ 구상에 대해 “전면적인 체제대결 선언”이라고 비난했다. 또 조평통 대변인은 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역도(이 대통령 지칭)가 떠벌린 통일세란, 어리석은 망상인 ’북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서 “불순하기 짝이 없는 통일세 망발의 대가를 단단히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의 ’평화-경제-민족’ 공동체로 가는 3단계 통일방안에 대해 “매일 북침 전쟁연습을 벌이면서 ’평화공동체’를 부르짖고, 북남 협력사업을 질식시켜 놓고 ’경제공동체’를 운운하며, 북남 공동선언들을 전면 부정하고 통일을 가로막으면서 ’민족공동체’를 떠드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라고 주장했다.(《조선중앙통신》, 2010.8.17, 인터넷에서 재인용) 결국 이 대통령의 ‘민족공동체’, ‘경제공동체’, ‘통일세’ 운운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냉전구조를 조장한 결과만 낳았다.

게다가 막연한 미래상황과 가상의 국가예산을 설정하고 세금을 걷자고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조세법정주의에도 맞지 않는다. 그래서 통일세 제안은 현 정부의 출구전략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서민들의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4대강개발사업(서민들은 이를 4대강 죽이기 사업이라고 부른다)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바람에 국가경제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이자. 그 위기타개책으로 통일세를 신설하려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말들이다.

우리는 이러저러한 상황을 생각해 볼 때, 통일세 논의는 그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리는 그 동안, 남북통일을 위한 화해와 반성, 그리고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을 해왔다. 그런데 이명박 권력은 하루아침에 이러한 우리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남북관계를 단절시켜놓고, 뜬금없이 남북통일의 사회적 비용을 거론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가 된다.


뉴라이트들은 “북한의 체제위기”, “북한체제 경착륙”, “북한의 체제실패” 등을 교묘하게 거론한다. 그리고 “통일비용 1400억 달러”라는 가상을 세워놓고 통일세를 신설하자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흡수통일론’에 바탕한 통일방식이다. 이것은 그 동안 우리가 이끌어왔던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ㆍ협력에 관한 합의서>(1991.12), <6.15공동선언>, <10.4남북공동선언>에 나와 있는 상호존중의 정신에 크게 어긋난다. 국가 사이의 신의는 지켜져야 한다. 남북공동선언은 두 나라 정상들 사이에 이루어진 약속이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남북공동선언을 부정한다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뉴라이트들의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개입형’ 통일정책의 하나인 통일세 논의는 그 자체가 맞지 않는다. 상대방의 체제를 비난하고 이를 무시하는 태도를 가지면서 남북통일을 위한 통일세 논의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통일의 주체는 남한만이 아니다. 남북 모두다. 통일세 논의는 남북이 함께 상의해야 한다. 남한의 일방적 통일세 제안은 남북 쌍방의 통일노력 자체를 기만하는 발언이다. 즉,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통일논의는 진정한 통일방안이 아니다. 진정한 통일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참 민족공동체를 생각한다면, 체제우월적 발상보다는 민족동질성회복에 두어야 한다. 정부는 통일세 논의에 앞서 민족동질성회복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먼저 해야 한다. 언어와 역사의 동질성 발견, 한반도종자박물관 건립, 농업정책의 교류와 농산물의 상호유통, 민속문예의 동질성회복, 학술과 사람의 교류, 경제협력 등이 그것이다.(2010.8.19 새벽, 취래원농부)

* 본문의 사진은 경인일보에서 따온 것임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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