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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오늘의 명상] 한국이라는 국가, 어디로 가고 있나

by anarchopists 2020. 1. 1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9/0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한국이라는 국가, 어디로 가고 있나.

지금 국가라는 거는 자기네끼리 몇이 모여 너하고 나하고 내말 들어서 내가 임금되면 너는 뭉엇을 해하. 이른바 정당이 다 그런 것 아니예요. 이런 걸 세상에서 정치라 그러지 않아요? r,래서 개인으로 당해낼 수 없어요. 세상에서 조직인 악이예요. 제도적인 악으로 전락한 겁니다. 세상에 남은 유명한 정치학자들이 지금 정치를 뮈라고 그러는지 아세요? 파워 폴리틱스(power politics). ‘힘의 정치’라고 합니다......자본주의, 공산주의 그까짓 것 문제도 안 되요. 다른 사람 시키고 거기서 내가 긁어먹기, 두목되는 놈이 일은 안 하고, 긁어먹긴 마찬가지인데, 하나는 자본주의이고 하나는 공산주의인 거예요
(함석헌,<고난의 의미>, 《함석헌저작집》13 우리민족의 이상, 2009, 한길사 266쪽)

위의 글은 1989년 함석헌 선생님이 70주년(?) 3.1운동 기념 강연에서 한 연설입니다.(《씨알의 소리》99호 실림) 오늘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제 구실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지난날에도 여러 번 이야기를 했지만, 국가는 처음부터 힘의 논리로 만들어집니다. 칼싸움을 잘 하는 어떤 사람이 ‘칼의 힘’으로 동네에 사는 사람들을 억누르고 대장노릇(도목)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자기는 일도 안 하고 힘으로 마을 사람들이 생산해낸 먹거리를 갈취합니다. 이것을 ‘뇌물’(賂物)이라고 합니다. 이것으로 두목 자신은 호화로운 생활을 합니다. 두목의 사치가 심해질수록 이 뇌물착취도 심해집니다. 뇌물착취가 심해질수록 마을사람들은 살기가 어려위집니다. 그러면 마을사람들은 그 마을을 떠납니다. 이것을 야반도주(夜半逃走)라고 합니다. 곧 도망이지요. 그러면 두목은 마을사람들을 못 도망가게 군대를 만듭니다. 그리고 울타리를 칩니다. 이 울타리 안을 나라라고 합니다. 그래서 울타리 안의 사람들을 나라사람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나라를 만든 ‘칼의 힘’을 가진 두목은 나라조직을 만듭니다. 두목 자신을 ‘왕’(칸, King)으로 부르게 하고, 군대의 우두머리를 장군(將軍)이라고 정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갈취하던 뇌물을 나라유지를 위한 비용이라는 뜻으로 세금이라고 부르게 합니다. 왕은 또 세금을 걷는 관리를 둡니다. 그 관리의 우두머리를 수상이이라고 부르게 합니다. 그리고 나라사람들로부터 직접 세금을 징수하는 지방관(수령=원님=사또)을 둡니다. 이래서 왕과 장군ㆍ수상ㆍ지방관들은 지배층이 되고 나라사람들은 피지배층이 되어 계급사회가 ‘칼의 힘’에 의하여 강제로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세금의 비율을 1/10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갈수록 나쁜 관리들이 세금에다 자기 몫까지 붙여서 걷게 됩니다. 이렇게 되니, 나라사람들을 이중삼중으로 세금착취를 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함 선생님은 “세상에서 조직적인 악이 국가”라고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사회가 잘못되었다하여 뜻이 있는 사람들이, 나라사람들을 계몽하여 ‘민중기의’(民衆起義)라는 것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것을 왕 중심의 역사기록에서 ‘민란’(民亂)이라고 억지를 부립니다. 왕이나 관리입장에서는 반란일지모르나 민중의 입장에서는 사회정의ㆍ경제정의를 위해 권력의 힘에 대항한 저항이지요. 그래서 ‘정의’(正義)를 일으켰다고 하여 민중기의 또는 농민기의라고 합니다. 이 민중기의가 한국역사 속에서는 조선 중기 15세기에서 16세기에 걸쳐 기의를 일으키는 홍길동, 임꺽정, 17세기 장길산, 조선말 18세기 초에 홍경래 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양에서 주목되는 민중기의는 18세기 프랑스의 시민혁명입니다.

바로 이러한 민중기의가 있었기에 나라의 주인은 왕이나 귀족 등 지배층이 아니고 민중 곧, 국민(시민)이라는 주권의식이 생겨났습니다. 이래서 새로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지배층(부자, 잘난 놈)ㆍ피지배층(가난뱅이, 못난 놈)의 신분구분도 사라졌습니다. 이것을 민주주의라고 합니다. 그래서 나라지도자는 선거를 통하여 국민들에게서 뽑게 되었습니다. 이 나라지도자를 우리는 로마 공화정시대의 집정관(統領, consul)제도를 본 따서 대통령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이제 권력자가 아니고 나라사람들을 대신하여 나라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책무만을 갖는다는 말입니다. 어떤 권한도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은 엄청난 권한을 가지고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나라는 과거 봉건사회로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또 나라사람들 밑에 존재해야 할 대통령이 나라사람 위에 군림합니다. 이게 민주주의나라인가요. 또 대통령이 자본가(종교자본ㆍ언론자본ㆍ기업자본)와 결탁하여 나라를 다시 재산에 의한 부자와 가난뱅이로 구분하고 권력층과 백성층(봉건적 피지배층)으로 나누어가고 있다면,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 나라인가요. 게다가 권력과 자본의 힘으로 국민을 강제하려고만 한다면 이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요.

11월11일 G20정상회의를 서울에서 연다지요. 그렇다면 G20에 속한 나라들이 다 그런 나라들인가요. 그래서 G20정상회의에서 세계를 다시 계급사회와 부자만이 잘 사는 나라로 되돌려놓자는 회의를 하겠다는 건가요. 오늘 명상시간은 함 선생님의 “세상에서 조직적인 악이 국가”라는 화두를 가지고 생각을 해보았습니다.(2010. 9.1 이른 아침,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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