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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상태 박사 칼럼

새해, 우민이 뿔나면 무섭다.

by anarchopists 2019. 11. 2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1/03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는 일을 냅시다]

새날, 새해에

새 날이 밝았다. 2011년 묵었던 감정들은 이제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자.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니 그저 새 날인 것과 1년이 바뀐 것이 그리 대단한 것일까? 모두가 인간들이 정해 놓은 약속일 뿐 이다. 그래도 이런 약속 때문에 새로운 희망을 걸어본다. 오늘은 어제보다 나을 거라는 희망. 희망은 그저 맥놓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죽기 살기로 애써보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정직해야 한다고 교육한다.
가정에서 학교에서도 그런데 왜 사회에서는 정직해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는가? 가끔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인물들이 검찰 수사에 소환되면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를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저지른 것이 없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검찰에서 사실대로 이야기 하겠다’ 등등의 말을 하고 나서, 며칠 후 구속되는 사례들을 심심치 않게 보아왔다. 검찰에 구속되기 전까지 세상에 자신이 그렇게 깨끗한 인물처럼 처신하더니 이후의 결과는 언급할 필요가 없다. 정치란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인지. 사회생활의 처신은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인지 아이들이 물어볼까 두렵다.

흔히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얘기한다. 누구나 완벽할 수 없다는 말 일 수 있지만, 때로는 협박처럼 들리기도 한다.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뭐라 듯이.

며칠 전 TV, 라디오 등을 통해 생중계된 ‘2012 신년 국정연설’에서 대통령은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친인척과 측근’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다. 다만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겠다.”고 밝힘으로써 일부 인사들의 문제가 사회적 물의를 빚은 데 사과를 한 것이란다. 정치라는 것이 혼자서 하는 것은 아니기에 온갖 설들이 난무하여 진의(眞意)를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일단 루머로 시작된 것들이 사실로 파악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개중에는 루머로 끝나는 것들도 많다. 취임 초부터 의혹이 제기된 어떤 문제들은 아직도 그 사실 여부의 파악에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사물이나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하는데 아직 부족하다. 보여 지는 것에 만족하고,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인다. 자기 눈을 갖고 자기 판단을 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때문에 우민(愚民)이라 하는가? 그런데 우민이라 함은 스스로 백성들이 낮추어 부른 것이지 상대방이 그렇게 무시하면서 부를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대중(大衆)은 우민(愚民)이라 낮추면서 우직(愚直)하게 지도자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우직하기에 잘 참을 줄 알고, 사소한 것에 감동한다. 그런 우민이 뿔나면 무섭다. 그냥 감정적으로 뿔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참아왔고, 지켜봐 주었기 때문에 그럴 자격도 있다. 무식하리만치 우직하다. 그래서 순수하다. 원칙에 충실하다. 교활하거나 복잡하지도 않다. 단순하면서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우민들을 복잡하고 교활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새해 정치권 선거에서 20대가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의 승패를 가르는 ‘캐스팅보트’를 쥘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계층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다. 그리고 권리이다. 우민으로 권리와 의무에 충실한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다. 다만 이제껏 정치에 무관심했던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지는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권력의 주변에 항상 말들이 많다. 어떤 경우도 모든 이들을 골고루 만족시킬 수 있는 해결책은 없다. 다만 혜택을 받지는 못했어도 손해를 보지는 않았다는 인식을 줄 수만 있어도 성공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 경우 권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 참여했던 이들의 사고방식도 변할 필요가 있다. 그 권력은 자신을 위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위한 자신의 희생과 선택이었고, 대가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았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결과에 대해서 손해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모두들 서운해 하는 것은 자신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네들이 자신을 이용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새해에는 무엇이라도 받기 보다는 나누어 줄 생각을 하면서 지낼 수 있는 한 해, 모두들 좋은 날들이 계속되는 그런 날들의 연속이길 빌어본다.(2012.1.3, 김상태)

김상태 선생님은
김상태 선생님은 인문학(역사: 한국근대사)을 전공하였다.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연구소> 소장 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외 기호일보 객원논설위원과 함석헌학회 학술위원을 겸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에 출강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내용 중 사진 위는 뉴시스(2012.1.2)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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