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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종강 변호사 칼럼

[오늘의 명상] 죄는 어디에 있는가?

by anarchopists 2020. 1. 1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8/18 06:36]에 발행한 글입니다.


죄는 어디에 있는가?

1.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혁명은 죄와 싸우는 일이다. 흔히 사회악과 싸운다는 말을 하지만 혁명은 사회악과 싸우는 정도만이 아니다. 사회악과는 물론 싸워야 하지만, 그것은 말하자면 깜부기를 뽑는 일이다. 그것도 해야지만 문제는 그렇게 나타나 보이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요, 더 깊은데 있다. 사회악은 죄가 나타난 것이다. 죄를 뽑아버리지 않는 한 악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럼 죄가 어디 있나?”
(함석헌저작집 2권,75페이지 상단)

2. “혁명이 좋지만 사회가 잘못되면 반드시 혁명해야겠지만 혁명에 나쁜 것이 있다. 혁명가는 높이 칭찬할 만하지만 대개의 혁명가에 나쁜 것이 있다. 그리고 혁명을 타락시키는 것은 보수 세력보다는 대개 혁명가 자신이다.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혁명은 잘못된 제도를 들부수며 나쁜 놈을 잡아내어 죽이고 처벌하기만 급급하고 죄의 뿌리를 찾지 않은 일이다. 죄가 어디 있나? 나쁜 놈을 찾아내기는 어렵지 않다. 그것은 누구 집 지하실에나 굴 속에 숨었지, 다른데 있을 곳 없다. 그러나 죄는 더 깊이 숨는다. 어디인가? 나쁜 놈을 열심히 찾아 공정한 처벌을 하여 천하 사람의 가슴을 시원케 해주자는 이 의분에 불이 붙고 있는 이 나의 가슴속에 숨는다.”(함석헌저작집 2권 인간혁명 75페이지 중단)

3. “죄는 오늘아침에 나온 콩나물과 같은 것이 아니라, 마을 복판의 천년묵은 느티나무같은 것이요, 돌담 속에 5백년 묵은 능구렁이 같은 것이다.” (함석헌저작집 2권 인간혁명 76페이지 중단)

4. “혁명이 매양 풀 베는 낫같이 분주하면서 기실 한일이 없이 실패하고 마는 것은 보복주의ㆍ숙청주의ㆍ독선주의 결과 어서 보자는 강제획일주의 때문이다. 혁명을 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자유 있는, 자존심 있는 인간을 다루는 것이요, 풀을 베는 것이 아니라 인심의 깊은데서 나오는 죄를 베는 것이 아니라 뽑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뿌리를 뽑으려 해보라. 그 뿌리가 땅속에서 한데 얽힌 것을 발견할 것이다”(함석헌저작집 2권 인간혁명 76페이지 하단)

죄가 무엇인가? 모르는 것이 죄다. 참, 진리, 하늘을 모르고 마구 행동하는 것이 죄다. 혁명을 해야 하지만 혁명했다고 가만있으면 안 되고, 혁명가는 그래서 자신의 죄를 항상 털어내야 하는 것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허물이 쌓이고 그러면 죄다. 그러다가 정리할 것을 눈 한번 감고 가면 결국 그러한 혁명은 순간의 혁명이요, 미세한 울림뿐이다.

남의 허물을 탓하기 전에 자신의 몸을 칭칭감은 그 죄를 참회하여야 한다. 그 참회가 있어야 자신의 자리가 돌아가고 그 주위가 돌아가는 것이다. 들의 풀을 열심히 땀 흘리고 베어보아도 비 한번 몰아치고 나면 풀을 예전대로 쑥쑥 자라있다. 이 나라도 정권이 들어서면 사회정의를 세운다고 수없이 무엇인가를 하였다. 다 들판의 풀베기다. 시간이 흐르면 그 잡풀을 다시 자란다. 뿌리를 파서 정리를 하기 전에는 반복되는 것이 현실이다.

아 ! 이 뿌리를 어떻게 뽑아야 하나?  아, 엉킨 뿌리들. 이 뿌리들은 내 가슴 속에도 숨어 있다. 틈만 나면 세상을 향해 기어오르려 한다. 땅을 깊이깊이 파서 갈아엎어야 한다. 그리고 잘잘한 뿌리들은 손으로 일일이 뽑아주면 된다. 간디가 밤에는 그렇게 내면의 창고에 들어가 마음을 파고 또 파서 해가 나면 활발히 움직였던 것 아닌가?

생전의 김수환 추기경이 "내 탓이오"하는 운동을 하였다. 모두가 탓이라고 한다면 좋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내 탓을 하고 참회를 하여 현실적 실행으로 바로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참으로, 참으로 이 나라 사람들! “내 탓이요”까지는 잘한다. 그 후가 문제다. 그 후론, 눈치 본다. 시늉만 낸다. 다 같이 함께 하면 바로 해결되는데... 누가 먼저 하여야 하는가? 그래서, 이 나라의 지도자들이 먼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하는 사람이 손해를 보아서 그럴 것이다.

사람이 세상에 온 것은 사람 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을 대장부(大丈夫)라 한다. 대장부는 사실 자신의 죄가 어디 있는가?를 확실히 아는 사람인 것이다. 겸허히 죄를 알면 죄의 뿌리를 뽑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던지 진리의 길에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2010.8.17일 저녁, 박종강)

박종강 변호사님은
사법고시 33회 출신이다. 법률사무소 “민중”에 소속되어 사회적 약자를 돕는 변론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한세병인권변호단,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기자, 한국소비자보호원 소송지원단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제도권의 로스쿨에 반대하여 빙송통신 로스쿨(민중로스쿨)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외 함석헌학회 감사직을 맡고 있으며 새물결포럼, 함석헌평화포럼에도 관여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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