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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의 영성\철학과 함석헌식의 해석학적 설교(강론)

[오늘의 명상]씨알의 인간학 - 생태적 인간, 자연은 우리의 어머님입니다!

by anarchopists 2020. 1. 1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9/10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씨알의 인간학5
생태적 인간, 자연은 우리의 어머니입니다!

사람들은 녹색을 좋아합니다. 녹색의 안정감, 생명력, 푸르름 등이 주는 정서적, 심리적 요인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대자연의 색깔이 언제까지나 남아 있기를 바랄 것입니다. 아니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온난화 현상이나 경제적 가치를 우선으로 생각하며 석유에 의존하는 우리의 생산과 소비적 삶,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 등을 놓고 볼 때 녹색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으려고 하는 이기적인 생각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인간을 위해서 녹색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함석헌이 말하기를 “사람들은 푸름을 노래합니다. 푸른 산, 푸른 바다, 푸른 청춘, 푸른 서울, 늘푸름, 늘봄, 물론 푸름은 생명입니다. 그러나 정말 푸름은 푸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푸르게 하는 것에 있습니다. 생명이 제 즐거움에서 푸름을 낳았습니다”(함석헌저작집 9, 씨알에게 보내는 편지2, 한길사, 2009, 166).


이 말인즉슨 푸름을 위해서는 자연이 즐거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스스로 그러한 존재인 자연 자신이 생명놀이[생명유희]를 할 수 있도록, 생명이 살려고 하는 의지를 지속할 수 있도록 인간이 자연이라는 생명적 존재로부터 거리를 유지하고 바라봐 줄 수 있어야 한다-생명의 자주성을 인정-고 생각합니다. 함석헌은 이를 두고 부즉불리(不卽不離)라고 했습니다. 즉 “붙는 것도 아니고 떨어지는 것도 아닌” 상태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풀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이므로, 스스로 함이 생명의 본질이므로 인간관계가 깊은 데 들어가면 갈수록 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내 자주성과 남의 자주성을 희생함 없이 만나야 한다는 말입니다”(함석헌저작집 2, 인간혁명, 한길사, 2009, 250).

그러므로 인간만의 생명유희를 위해서 자연의 녹색을 수단화 한다면 언젠가 자연의 색깔은 적색과 흑색으로 변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자연에게도 즐거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그간에 ‘자연을 산 것이 아니라 죽은 것으로 알았’기 때문입니다(씨알에게 보내는 편지2, 169). 이제는 그러한 사고에서 녹색의 사고, 생태적 인간으로서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연은 산 생명이라는 것... 자연은 산 것입니다. 살아 있는 전체입니다. 그는 우리 어머니요, 우리 스승입니다”(씨알에게 보내는 편지2, 169-171)라는 시각과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지금의 환경오염문제는 “인류만 아니라 생명 전체의 존망이 달려”(인간혁명, 245)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은 자연의 아들이다”하는 말이 있습니다.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햇빛, 공기, 물, 나무, 고기, 짐승 없이 사람의 몸이 살 수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른바 고상한 정신 살림이라 하는 것도 자연을 떠나서는 있을 수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의 예술, 종교, 교육도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인간혁명, 244-245). 따라서 자연은 인간의 모든 교양과 학문의 살림을 가능케 한 태동지[어머니]라고 함석헌은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근원을 황폐하게 만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볼 때 어머니의 몸을 갈기갈기 찢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것을 논리적 비약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 인간의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향락주의, 경쟁적 공업주의, 그로 인한 연기와 가스, 독물, 소음, 수질오염, 전쟁 등. 함석헌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정신오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합니다. “대기오염, 일광오염, 식수오염이 있기 전에 정신오염이 먼저 되어서 그 결과로 이것들이 온 것입니다... 정신을 내놓고 기술만으로 가치의 세계에까지 들어갈 수 있는 것처럼 생각했던 데가 잘못입니다. 지금 당하는 문제는 그 잘못에 대한 자연의 복수입니다. 정신의 오염을 씻지 않는 한, 기술로 오염 문제를 아무리 해결하려 해도 아니 될 것입니다”(인간혁명, 247-48).

그렇다면 환경오염 혹은 자연의 앙갚음을 예방하기 위한 해법은 정신의 오염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교적인 의미나 그 해석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함석헌은 “자연이란 곧 하늘 아버지의 살림 아닌가... 자연이 눈에 볼 수 있는 물질로서 하나님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드러낸다면,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것은 사람의 마음을 통하여 드러난다”(함석헌전집 1, 들사람 얼, 한길사, 2009, 130)고 말합니다. 자연을 “하늘 아버지의 살림”이자 “신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어떤 외경심을 자아내는 표현들은 다음의 문장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그는[예수는] 자연을 퍽 가까이하였다... 그는 놀라운 자연시인이었다. 자연은 큰 것이요 맑은 것이요 신비로운 것이다. 그는 자연 속에서 크고 깊고 맑은 그윽한 것을 벗하고 배우고 맛보며 살았다”(들사람 얼, 129). 그리스도교라는 종교를 발생시킨 원인이 되었던 한 사람, 예수의 ‘인격적 아름다움’도 자연 속에 “녹아버림”, “잊어버림”이라는 물아일체의 삶이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들사람 얼, 125).


우리 자신도 또한 자연과 벗하며 자연을 노래하는 음유시인 정도는 아니라 할지라도, 지금까지 오염되었던 ‘정신적인 오염’을 씻어내지 못하고 ‘자연 앞에서 겸손한 인간’(씨알에게 보내는 편지2, 171)이 되지 못한다면, 자연은 지금뿐만 아니라 어쩌면 앞으로도 우리를 향한 반보(返報)를 멈추지 않으리라는 것을 명심해야만 합니다.(2010. 09.10 새벽, 김대식)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김대식 선생님의 글  <씨알의 인간학>은 오늘도 끝납니다.
다음 주는 박종강 변호사의 글이 나갑니다. 늘 고맙습니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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