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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 박사 칼럼

예수, 납세 문제에 대해 답하다!

by anarchopists 2019. 11. 2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3/26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예수, 납세 문제에 대해 답하다!



  최근 종교인의 과세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 되고 있다. 종교인들도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에 종교인에 대해서는 비과세를 인정해 주었지만, 종교 탄압이라는 이유로 반발을 우려해서 유보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제는 학계는 물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중심으로 한 종교계 내부에서도 세금을 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 교계가 왈가왈부하기보다 예수가 어떻게 생각했는가에 대해서 알아보고 해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


  예수의 성전세(마태 17,24-27)에 대한 입장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선 눈에 보이는 건물로서의 성전과 그 성전에서 진행되는 제사 의식에서 자유롭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켜 약한 자들을 넘어지게 하거나 오해를 사지(skandalizo, 스칸달리조) 않게 하기 위해서, 자신이 속한 사회의 관례를 수용하고 따르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예수는 이른바 자유와 권리를 소유하였으면서도 다른 사람의 유익을 위해 그것을 포기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재론의 여지없이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이 그리스도인을 비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납세의무를 이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마태복음 22장 15-22절에서 예수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내세웠다. 그는 정치와 종교 둘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서로 분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말했다. 가이사의 권력을 인정하면서 그것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권력을 인정하였다(황제에게 주화를 돌려주고 너희는 이보다 더 중요한 너희의 삶을 하나님께 바쳐라)는 점에서, 지상의 권력을 무조건 부인하는 과격한 혁명가도, 혹은 거기에 무조건 충성하는 국가주의자도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국가에 대한 의무와 하나님께 대한 의무 모두에 대해서 소홀히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제 그리스도교는 세상으로 하여금 스스로 정치권력, 조직 체계, 물질, 명예 등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
을 알게 해주어야 한다.
예수가 보여준 행동은 바로 정치와 종교 어느 체제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음을 선언한 것이다. 세금납부의 의미는 단순히 종교비과세 철폐를 논하고자 함이 아니라 국가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범국민적 여론으로 알아들어야 한다. 더 이상 국민으로서의 특혜를 누리는 부류가 없이 모두가 평등한 국민임을 밝히고자 하는 데에 감정적 대응과 함께 종교적 이념과 도그마를 들이대서는 안 될 것이다. 세금 납부에 대한 여론에 대해서 종교계가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의 대형교회에게 불어 닥칠 피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대형교회의 세금을 통해서 아직도 자립하지 못하는 영세한 교회에게 도움이 되는 분배가 이루어진다면 좋은 일이 아닐까? 나아가 성직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고 있는 사회적 판단을 수용할 수 없다는 종교계의 인식과 성직자를 일반 노동자로 취급하는 태도에 대해서 많은 성직자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나님이 세상 곳곳에서 일하고 계시는 초월적 노동자라고 한다면, 성직자는 하나님과 함께 일을 하는 가시적인 거룩한 노동자쯤으로 생각한다면 억측일까?


  사람들은 종교의 투명성을 보고자 한다. 물론 종교가 사회 곳곳에서 순기능을 하고 있는 것에 흠집 내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종교가 국교나 된 것처럼 자신의 입장을 강변하고 싶겠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거듭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면 종교가 종교다우면 그만이다. 그 전방에 대형교회가 나서서 솔선수범을 보인다면 그 자유로움이 종교쇄신의 한 축을 형성할 것이다. 자유롭기 위해서는 가진 것, 누리는 것을 과감하게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교회는 그 용기와 결단에 힘을 실어줄 예수의 모범을 배우고 따라야 할 것이다.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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