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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 박사 칼럼

나도 자연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하세요!

by anarchopists 2019. 11. 2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3/22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나도 자연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하세요!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교정을 들어섭니다. 담장이 없는 성공회대학교 캠퍼스는 벌써 자연을 닮은 듯 너와 내가 따로 없지요. 그런 면에서 대학의 콘크리트 건물과 자연은 잘 조화를 이룹니다. 눈의 피로감은 덜하고 자연에게도 부담이 없도록 배려한 것인지는 몰라도 외벽의 색깔은 있는 그대로의 질감을 살렸지요. 여러분들은 이런 학교에 들어서기 전에 어떤 마음을 갖게 되나요? 어떤 학생은 전철역에 내려서, 어떤 학생은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횡단보도를 건너오겠지요? 바쁜 마음인가요? 그렇지 않다면 아스팔트를 하얗게 가로지른 횡단보도를 빨리 뛰기 보다는 한 호흡만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요? 내가 지금 숨 쉬는 것, 즉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려 보십시오. 자연이 선물한 공기를 말입니다. 그리고 신호등이 켜지면 천천히 한 발 한 발 내딛으면서 발과 땅이 닫는 감각을 느껴보십시오. 자연의 공간 안에서 움직이는 나의 몸과 땅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걸어보면 어떨까요? 혹 이 봄소식에 자신의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는 곤충과 아름답게 피어난 꽃이 있다면 그냥 지나치기 보다는 유심히 한번 쳐다보고 미소를 짓는 인사라도 건넨다면 더욱 좋겠지요.


  한가로운 시간, 등나무 주위에서 너무 흡연에만 열중한 나머지 여러분의 담배 연기와 무심코 뱉은 침으로 인해 나무가 무척 괴로워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씀씀이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강의실로 향하는 여러분들의 두 다리가 멀쩡하다면 가급적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한다면 에너지를 아낄 수 있습니다. 공강 시간에 컴퓨터실에서 과제를 하거나 프린터를 할 때는 ‘최대절전모드’와 함께 이면지 사용하는 것도 빼먹지 말고 말입니다. 배고픈 학생들이 삼삼오오 식당에서 밥을 먹자고 하지요? 밥을 먹을 때는 잔반이 거의 안 나오도록 아예 먹을 만큼만 달라고 하는 것도 생태적 지혜입니다. 1분에 34명이 굶어 죽어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무의식적으로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의탁하는 나의 버릇과 습관이 있다면 이참에 고쳐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여러분이 생태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인간들은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자연과 공존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물과 공기, 흙 등의 자연환경이 지
금 매우 오염되었다는 사실을 잘 알 것입니다. 더군다나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반생태적으로 변한 것 같아 유감입니다만, 우리라도 자연환경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매일 의식하면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 모두가 죽어서 흙(humus; human being)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삶과 자연에 대해서 조금 더 겸손해지지 않을까요? 칸트(I. Kant)는 인간이 이성적이며 도덕법칙에 의해서 자신의 행위를 인도할 수 있는 동물이라고 할 때 인간은 자연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봅니다. 그의 생각을 환경적으로 풀어본다면, 조금 덜 쓰고, 조금 덜 먹고, 조금 더 불편하게 생활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제부터라도 자연의 이성적 존재인 우리가 환경 경험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생태이성적 판단을 실천으로 옮기며 자연환경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학기 시몬느 베이유(S. Weil)의 말처럼, “각각 오감을 통해 우주를 느끼시기를!”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 위 글은 한 대학교의 학보에 게재했던 글임.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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