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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어록 365일

양심과 사회적 정신을 되찾읍시다!

by anarchopists 2019. 11. 23.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2/12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함석헌 어록 365일

[양심과 사회적 영기]

“인격이란 것은 있기는 개(個)로 있으나 그 바탕 성(性)은 사회적인 것이다.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개체가 아니요, 전체이기 때문이다. 선을 하는 것은 양심인데 양심은 사회적인 것이다. 개체 개체의 생명이 교류를 하여 살아가는 동안에 생긴 흐름의 대세가 양심이란 것이다... 몸이 살아가는 데 대기가 결정적인 요소가 되듯이 사회가 되어가는 데도 정신적인 대기가 필요하다. 이것은 우주를 꿰뚫는 영기다. 하나님의 성령이다, 혹은 천지정기라, 혹은 호연지기라 부르는 것이다. 사회란 우주영기(宇宙靈氣)의 인간적인 나타남이다.”(함석헌저작집1, 들사람 얼, 한길사, 2009, 47-50쪽)



  사회는 개별적인 존재들이 일정한 목적과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공동체입니다. 일찍이 서양의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란 사회적 동물(정확하게는 ‘정치적 동물’)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성격과 특성을 지닌 존재이기에 정치적 행위라는 것을 할 수밖에 없음을 내비친 것입니다. 정치라는 것이 인간만이 지닌 속성일 수도 있으나, 그 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미는 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치도 양심이라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규범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의 선이란 사회적 선이자 양심이라는 함석헌의 말은 지당한 말입니다. 양심의 본래성이 개별적 존재의 사회적 활동의 산물로 본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양심이란 인간이 사회적 공동체 속에서 서로 자신과 타인과의 소통 혹은 교류를 통해서 생겨난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양심이라 번역되는 conscience라는 말의 의미는 “함께 앎”, 즉 나 말고도 타인과의 판단이나 행위의 규범적인 의미가 들어 있음을 나타냅니다.


  그러나 자칫 사회적 양심 혹은 개인의 양심을 인간 사회 발달의 한 흔적과 습관이라고만 본다면 일면만 볼 수도 있
습니다. 함석헌이 사회적 영기나 우주의 영기를 말하는 것도 사회가 발달하고 성숙하는 데 있어서 하늘의 기운, 생득적인 기운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것입니다. 종교에만 영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도 영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사회를 떠받치는 우주의 위대한 정신, 그것을 양심이라고 말한다면 뒤미치는 것일까요? 사회적 정신과 인간 (사회)의 양심은 동일한 맥락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회의 개별적인 인간들 하나하나가 양심적인 사유와 행위를 한다면 그것이 곧 사회적 영기요, 우주적 정신을 실현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무뎌져가는 개인의 양심을 소생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서 사회 전체의 양심과 정신, 그리고 인간을 통해서 나타나는-어떤 종교적 신비주의가 아닌-우주의 기운을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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