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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어록 365일

당신이 들사람입니다!

by anarchopists 2019. 11. 23.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2/08 02:34]에 발행한 글입니다.

함석헌 어록 365일 묵상

[들사람과 얼의 소리]


“나라도 하나님도 피 튀는 심장 속에만 있다. 혼은 빈 말엔 아니 움직인다. 남의 혼을 부르려면 내 혼부터 나서야 한다. 혼은 어떻게 하면 나서게 되나? 혼을 가둔 몸이 찢어져야지. 간디가 죽어서 그 공명자를 더 얻고, 예수가 죽어서 그를 믿는 자가 세계에서 일어난 까닭을 모르나? 그 혼이 육신의 가둠을 터치고 완전히 해방됐기 때문이다. 들사람이란 다른 것 아니고 스스로 제 살을 찢는 자다. 그는 문화를 모른다. 기술을 모른다. 수단을 모른다. 인사를 모른다. 체면을 아니 돌아본다. 그는 자연의 사람이요, 기운의 사람이요, 직관의 사람, 시의 사람, 독립독행의 사람이다. 그는 아무것도 보지 않는 사람, 아무것도 듣지 않는 사람, 다만 한 가지 천지에 사무치는 얼의 소리를 들으려 모든 것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다. 들사람이요, 옵시사! 와서 다 썩어져가는 이 가슴에 싱싱한 숨을 불어넣어 줍시사!”(함석헌저작집1, 들사람 얼, 한길사, 2009, 41-42쪽)



  우리는 스쳐 지나가는 모든 현상과 사물에 대해서 자각하고 인식을 합니다. 어떤 현상에 대해서는 침묵을 하고, 다른 어떤 현상에 대해서는 말을 하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그럴 때마다 매순간 나 말고 들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으려니 생각을 하면서 정작 스스로는 얼의 소리, 얼의 외양을 나타내야 하는 하늘 의무에 태만한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에만 몰두하다가 생생한 들사람의 외침을 외면하고 그 소리에 도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들사람은 거칠지만 순수한 정신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구속되지 않은 자연스런 마음을 소유한 사람입니다. 왜 나는 그런 들사람이 되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들사람이 되어 대신 살아주기를 바라는 것일까요? 비겁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습들, 나의 이익에는 몸을 내던져 찢겨서라도 그것을 쟁취하려고는 하지만, 타자를 위해서 자기 생을 나눠주는 것을 거의 볼 수 없는 현실입니다.



  우리 모두가 성현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성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저마다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근접
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정신과 혼을 가두려는 온갖 환경과 사태를 뚫고나가려는 의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부처나 예수, 그리고 간디의 삶은 자신의 영혼과 정신을 덮고 있는 살에 대해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고통을 받고 있는 민중을 위해서 몸을 던졌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씨알의 현실에 있었고, 그 현실을 극복하도록 민중에게 생생한 정신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가능태로서의 들사람은 한눈을 팔지 말아야 합니다. 오직 맑은 눈동자를 가지고 깨끗한 정신으로 씨알을 계도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 한 사람이 바로 당신입니다. 오늘 당신 속에 있는 얼소리가 말합니다.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들사람이라고.”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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