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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예관수 선생 칼럼

안철수의 아름다운 양보

by anarchopists 2019. 12. 13.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9/19 07:15]에 발행한 글입니다.


아름다운 양보.

얼마 전(9/6) 한국 정치사에서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초유의 모습을 보았다.
아직 전업(?) 정치인이라고 불리기에는 어색한 두 사람 중, 높은 지지를 받는 한 사람이 자신의 기득권(50% 대의 지지율)을 깨끗이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5% 대의 지지율) 사람에게 자신보다 더 훌륭히 시장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 외는 아무 조건 없이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일이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로 정의했다. 이를 곧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를 구성하여 리더를 뽑고 규칙과 질서를 만들고 지키며 살아가는 동물’의 뜻으로 풀이 한다면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일이 바로 정치라 할 것이다. 동물이 아닌 인간으로써 갈등을 가장 평화적으로 해소하는 방법이 다름 아닌 ‘양보와 타협’임에 그의 조건 없는 양보로 우리는 새삼 ‘정치적 동물’임을 자각했고 또 우리가 종종 잊고 있었던 정치적 동물로서의 전범을 너무도 잘 보여준 사건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도 그렇지만 특히 정치인들은 자신이 대중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믿으면 그에 취해 판단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한 사회나 나라를 움직일 권력에 한 발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자리를 놓고서라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지율을 높이려고 안달이고 자신이 최적임자라거나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독불장군식의 도그마에 갇혀 양보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까운 우리 역사를 돌이켜 보면 6월 항쟁의 산물로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 헌법 하에서 치루어진 1987년의 13대 대선에서 서로 자신의 승리를 장담한 양김의 분열로 인해 결국 쿠데타 세력인 노태우에게 대통령 자리를 갖다 바친 쓰라린 경험을 했다. 그 후로도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 내지 못해 당을 쪼개거나 뛰쳐나가 분열하는 모습을 너무 숱하게 보아 왔기에 그의 무조건적인 양보는 더욱 값지고 뜻 깊으며 우리 정치사의 중요한 획을 긋는 아름다운 선례가 될 것이 믿고 싶다.

그러나 일부 기성정치인들, 특히 한나라당 일부 인사들이 그의 아름다운 양보를 '좌파들의 야합'이라 폄하하는 모습을 보니 딱하기만 하다. 하기야 자신의 권력 유지와 이익을 위해서라면 상대가 누구였던 가리지 않고 앞 다퉈 줄을 섰던 그들이었으니 그 눈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고 뭔가 뒤에 숨겨진 이권이 교류한 야합으로 보였을지 모른다. 자신의 편협한 사상이나 뒤틀린 경험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고 타인을 위한 진심 어린 양보나 참된 기부의 경험이 없는 자들이 어찌 조건 없는 아름다운 양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흔히 민주정치를 정당정치라고 하니 정당은 다양한 민의를 대변해야 한다.
기성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안철수 교수가 여, 야당의 시장후보 물망에 오르내리던 이들을 일거에 제압하고 50%대의 높은 지지를 받은 것은 그동안 기성 정당과 정치인들이 민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이고 그들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혐오가 얼마나 깊은지를 들어낸 것이다. 그렇다면 기성 정치인들이 맹성해야 할 것임에도 타인의 아름다운 양보를 흠집 내고 폄하하는데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이는 곧 역설적으로 그들에게서는 더 이상의 희망을 기대하지 말라고 하는 짓과 다름 아니다.

민주주의는 예측 가능한 정치제도라고 했다. 이제 차기 대선을 한해 남짓 남겨둔 지금이라면 여야의 대표 주자들이 점차 가시권에 들어오고 차기 대선에서 들고 나올 정책이 개발되고 다듬어져야 할 시점임에도 여당 내의 한사람 외에는 야당은 아직 어떤 이가 후보가 될 것인지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지경이다. 더구나 4년 가까이 한 번도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에서의 지지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부동의 여당의 그 주자마저도 이번에 등장한 안철수 원장에게 단번에 지지율이 뒤처지고 만 것은 국민들이 얼마나 절실하게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유형의 정치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민심의 바로미터를 확인한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여야 할 것 없이 정치 불신을 초래한 자신들의 정치행태를 맹렬히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안철수 교수의 아름다운 양보로 인해 이제 우리 정치가 불신의 늪에서 빠져나와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로 인해 갈수록 첨예화 되어가는 국민 사이의 갈등을 양보와 타협으로 풀어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2011. 9.19, 예관수)

예관수 선생님은
예관수님은, 행정학을 전공하였다. 현재 부산에서 개인사업(토,건자재 판매업)을 한다. 현재 그의 삶은 주중에는 도시일을, 주말에는 거창으로 내려가 매실 등 농사를 짓고 있다.(주말 귀농 4년차, 5都2農 생활) 이후, 농사에 이력이 붙는 대로 완전 귀농하여 자연과 더불어 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필자이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인터넷 네이버와 경향포터에서 따온 것임(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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