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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예관수 선생 칼럼

곽노현 마녀사냥

by anarchopists 2019. 12. 14.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9/0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곽노현 마녀사냥

지난 일요일(8/28), 결국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측 후보들 간의 단일화에 합의한 박명수 교수에게 2억원을 건네 준 사실을 시인했다. 더불어 선거가 끝난 후 대가성 없이 단지 생활고로 힘들다는 그를 도우려는 선의에서 건넸다고 밝혔다. 진실이 무엇이고 어떠하든, 수도 서울의 교육을 책임진 수장으로, 또 도덕성을 생명으로 삼아야 할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교육감으로써 차별 없는 무상급식을 비롯한 과감한 교육 개혁을 추진해야 할 중차대한 시점에서 어떤 성격의 자금수수였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에, 한나라당과 조‧중‧동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들은 마침내 저승에서 할애비 만난 듯 하고 가뭄에 타던 웅덩이에서 물 만난 고기다. 오세훈 전 시장이 독단적으로 추진한 단계적 무상급식안에 대한 주민투표 결과, 25.7%의 저조한 득표에 그쳐 투표함조차 개봉하지 못한 채 180억 원의 엄청난 예산만 낭비했고, 연이어 시장자리 마저 내놓고 물러난 절박한 시점에서 상황을 반전할 아주 좋은 먹이감을 만난 셈이다.

그들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과 진보적 성향의 언론은 물론 일부 NGO단체들도 무조건 그의 퇴진부터 먼저 거론하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곽 교육감이 건넨 2억 원의 출처는 물론 어떤 성격의 돈인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의 말대로 개인 돈을 선의로 주었다면 그게 무슨 죄에 해당되는지 부터 먼저 법절차에 따라 밝혀야 할 것이다. 물론 대가성이 있었다면 검찰이 입증책임을 져야함은 당연한 일이다. 막연히 대가성 없이 2억 원을 주기란 쉽지 않다는 주관적 생각을 일반화시키고 퇴진 기준으로 삼아서 여론재판식으로 몰고 가는 것은 민주적 절차도 아니며 합법적이지도 않다.

온갖 종합비리세트의 표본으로 쫓겨난 공정택 전 교육감도 대법원의 최종 유죄판결이 날 때까지 1년 가량을 물러나지 않고 교육감 자리를 굳게 지켰는데 그 당시 그에도 지금처럼 모두가 이렇게 벌 때같이 달려들어 무조건 물러나라고 한 적이 있었는가? 우리나라 형소법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란 게 있다. 비록 흉악한 범죄자라 하더라도 최종심에서 유죄판결이 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하여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원칙인데 하물며 아직 자금의 출처와 그 성격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 너무 앞서간다.


검찰의 수사의 방식과 시점에도 문제가 많다. 2009년 소위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수사' 때도 그랬고, 그 후 '한명숙 전총리 뇌물수수 사건' 수사 때도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의 주장이나 미확인 설(그렇다 카더라.. 아니면 그만이고..)을 슬쩍슬쩍 흘리고 이를 받아 확대 재생산하는 사이비 언론들에 의해 거의 기정사실처럼 보도되어 명예를 훼손하였는데 이번에도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투표 결과로 책임지고 오세훈 전시장이 물러나고 한나라당이 곤경에 빠진 처지에서 나온 절묘한 타이밍은 물론 후보단일화의 대가성 돈으로 이미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더불어 이렇게 온 국민의 이목이 곽노현 교육감에게 쏠린 시점에서 부산저축은행 비리관련 로비스트로 알려진 박태규가 4개월 간의 캐나다 도피생활을 접고 검찰과 가족들의 설득(?)으로 29일 슬쩍 귀국하여 구속 수감되었다고 한다.. 아 역시 대한민국 검찰의 능력은 뛰어나고 그 타이밍도 언제나 절묘하다. 그리고 또 억울할 사람이 있다. 현대차 회장 몽구스다. 수년전 경제범죄행위에 대한 반성차원에서 1조원출연을 약속하고는 뭉기적거리고 있다가 이번에 동생 몽준의 아산나눔재단 설립과 2000억 기부에 자극받아 큰마음 먹고 5000억 원을 출연했는데 새발에 피도 안 되는 곽노현의 2억에 눌려 그 빛을 잃었다. 타이밍의 예술가인 검찰에 문의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기부한 탓이 아닐까.

공직선거법 제232조에 의하면 후보 매수행위 및 이해유도죄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백만 원 내지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되니 곽노현이 준 2억원이 이에 해당되는 돈으로 판결나면 당연히 교육감직은 자동으로 상실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범죄 행위를 밝혀내야 할 입증책임은 검찰에 있고 또 최종적으로 그를 판단할 곳은 법원이다. 구체적인 그이 범죄행위가 밝혀지기도 전에 자리에서 먼저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여론몰이식 수사와 재판을 조장하는 21세기판 마녀사냥이 아닌가 싶다.

옛말이 생각난다. “待人春風 持己秋霜”(대인춘풍, 지기추상: 남을 대함은 봄바람같이 따뜻하게 하고 자신을 지킴에는 가을 서릿발처럼 엄중하게 하라),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과 함께 개혁을 말하는 사람들이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2011. 8.30, 예관수)

예관수 선생님은
예관수님은, 행정학을 전공하였다. 현재 부산에서 개인사업(토,건자재 판매업)을 한다. 현재 그의 삶은 주중에는 도시일을, 주말에는 거창으로 내려가 매실 등 농사를 짓고 있다.(주말 귀농 4년차, 5都2農 생활) 이후, 농사에 이력이 붙는 대로 완전 귀농하여 자연과 더불어 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필자이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내용 중 그림은 경향신문(장도리)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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