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아직도 사병이 자살하는 까닭은?

by anarchopists 2019. 12. 6.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0/22 10:12]에 발행한 글입니다.


아직도 군 사병이 휴가 나와서 자살해야 하나

최근에 군 사병들이 휴가 나와서 자살하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매일경제》, 2011년 10월 19일자 ; 그리고 “사흘에 한 명꼴로 현역군인 사망, 그 중 70퍼센트는 자살"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노컷뉴스》, 2011년 10월 20일자) 이 나라에서는 재벌가, 권력가의 아이들은 군대를 안 가도 되는데, 가난한 서민의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군대에 간다는 말이 유행한다. 그것은 이른바 “힘이 없고 빽이 없”기 때문이다. 이게 한국이라는 나라의 현실이다. 가난해서, 서민의 자식이기에 군대에 가는 것도 불공평한데, 왜 자살까지 강요당해야만 하는가. 오늘은 이 문제를 생각해 보자.

노무현 정부 이전만 해도 한국군대 내에서 발생해왔던 끔직한 사건ㆍ사고들의 전말이 은폐되어 왔다.
군의 계급사회, 특수사회라는 구조적 특성과 독재부패정권들의 전제적 횡포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대상황이 달라지면서 곧, 노무현 정권 이후, 구습의 낡은 틀을 깨는 개혁과정에서 전방 초소(GP)에서 발생한 사병의 총기난사에 의한 인명살상사건도 언론에 보도될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이명박 권력이 들어서면서 상황이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있다. 군대의 지휘관들이 군대 내의 사병 총기난사사건, 자살사건 등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어처구니없게도 ‘신구세대문화의 갈등’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인분석은 일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글쓴이는 ‘신구세대의 문화갈등’보다는 지휘관급의 낡은 잘못된 사고에서 빚어졌다고 본다. 곧 ‘냉전적 반공사고(反共思考), 봉건적 사회인식의 재앙’이라고 판단하고 싶다.

군대의 존재는 명목상 국가보위와 사회안전이 주목적이지만, 역사적으로 군대가 만들어진 배경은 권력자의 권력유지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군대는 권력 중심의 국가사회가 존속하는 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군대는 힘의 축적 차원에서 신진대사의 교체를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사병의 경우는 복무기간을 마친 고참병을 내보내고 신병으로 충원한다. 그러나 지휘관급(준사관 및 장교)은 진급제도의 특혜 속에서 직업군인이라는 명목으로 장기간 군대에 남게 된다. 이 탓에 오랜 군대생활에 정체되어 있는 지휘관들은 군대 내에서 기득권세력이 된다. 그래서 군대생활의 변혁에 소극적이고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이로 말미암아 지휘관급인 구습에 안주하려는 직업군인과 군생활의 개선과 정훈교육 내용의 개혁을 요구하는 사병 사이에 필연적 갈등이 내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군대내의 각종 반군기적 저항사건은 대부분 시대의 변화에 소극적인 지휘관급의 낡은 사고에 대한 반항일 수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총기난사사건을 일으키거나 자살을 하는 사병은 이 사건의 조연(助演)일 뿐, 주역(主役)은 시대의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지휘관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늘 군대 내에서 사건이 터지면 그 책임을 조연급인 사병이 지고, 주연급인 지휘관은 책임의 직접적 범위에서 비켜나가고 있다.

글쓴이는 대학에 있을 때 학생들에게 기득권층에 의하여 왜곡되게 가르쳐왔던 ‘역사인식’과 사회인식을 수정시키려고 애를 써왔다. 잠시 기득권층에 의하여 왜곡된 역사인식과 사회인식을 살펴보자. ‘신라에 의한 삼국통일문제’, ‘고려 말 최영의 반역사적 행위’, ‘성리학과 여성차별의 문제’, ‘개화기 민비의 반개혁적 행위’, 그리고 현대에서 ‘미국과 한반도분단의 문제’, ‘6.25 민족전쟁의 발생문제’, ‘미국과 한국독제권력의 관계’, ‘박정희의 친일적 행위와 부패통치’, ‘왜곡된 한국경제발전 문제’ 그리고 시사적으로는 ‘신자유주의의 허구문제’, ‘빈곤의 문제’, ‘국가보안법의 문제’, ‘민족통일의 방훼세력’, ‘미군의 철수문제’ 등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학생들의 질문이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학생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 “교수님의 가르침과 군대에서 받은 정훈교육의 내용이 전혀 상반된다. 그래서 혼란할 때가 많다.”는 내용이다. 즉 군대에서 복무하고 있는 동안 “반북·친미적 사고를 강제 당했다”, “우리나라는 지금 준전시상태다”, “우리의 주적은 북한 괴뢰집단이다”, “미군이 철수하면 북한의 남침이 온다.”, “학생들의 미군철수 촛불시위는 철없는 짓거리다.”라는 정신교육을 2년여 동안 받는 바람에 어느 정도 정신적 세뇌를 당하고 재대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 강의를 듣는 복학학생들은 가끔 이런 말을 한다. “저 선생 혹시 빨갱이 아냐”, “저 교수 좌경세력 아냐”, “저 교수 종북좌빨 아냐” 식이다. 복학학생들의 경우, 군대에서 받은 정신교육이 역사와 시대에 뒤떨어진 엉터리 내용이다 보니 사고에 적지 않게 혼돈이 올 수밖에 없다. 학생 중 일부를 제외하고 군에 가는 대부분은 대학을 휴학하거나 아니면 졸업한 학생들이다. 때문에 군대를 가는 학생 대부분은 대학교육에서 또는 군 밖에서 이미 미국에 대한 진실, 민족통일의 필요성, 왜곡된 역사인식에 대한 성찰의식이 배양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즉 세계정세와 한반도정세 변화에 능동적이고 적극적 자세를 보이는 젊은이들이다.

그럼에도 자기주관이 뚜렷한 젊은이들에게 군 지휘관급들이 아직도 구태의연한 반역사적·반통일적 냉전사고로 교육·훈련시키고 있다. 세상이 변하고 역사가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군대는 변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된다. 군의 바깥세상은 ‘반성과 화해의 시대’, ‘평화와 통일의 시대’로 진보해가고 있다. 그런데 한국군대는 전쟁과 분열의 낡은 구습의 틀에 사로잡혀 있다. 이 때문에 군 상층부와 군 하층부 사이에, 그리고 고참병과 신참병 사이에 정신적 갈등이 내재할 수밖에 없다.

군 내부에서는 아직도 사병들의 자살사건을 “고참사병과 신참사병 사이의 폭언ㆍ구타 등 비인권적 상황으로 유발된 감정적 대립”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그 이면에는 군 지휘관들의 낡은 사고에서 빗어지는 구태의연한 군 통솔에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 사병들의 총기난사나 자살사건은 ‘냉전적 반공사고’와 무지한 사회인식이 표면화한 ‘재앙’이라 할 수 있다.

다시는 군지휘관의 뒤떨어진 역사인식과 사회인식으로 사병들이 자살하는 ‘재앙’이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려면 하루 빨리 군내 지휘관급의 냉전적 반공사고, 물이해적 역사인식, 봉건적 사회인식들이 바꿔야 한다. 그리고 북에 대한 인식도 주적개념에서 민족통일의 동반자로 바꿔야 한다. 또 경제가 극도로 성장하고 사회문화가 고도로 발달해가고 있는 이때에는 국가와 사회발전에 젊은 인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때문에 독재권력에 의한 낮은 수준의 국가발전단계(시회복지와 인간의 삶의 질이 배재된)와 한국적 민주주의가 진행되고 있을 때 만들어져진 병역법체계도 바꿔야 한다. 병역법의 가장 기본이 되는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 아니면, 남성우월주의에서 나온 남성위주 징병제를 남녀동시의무병제로 전환하던지. 그래야 군대를 가야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한국의 남성 젊은이들이 받고 있는 ‘정신적·육체적 피해감정’을 보상해줄 수 있다
. (2011. 10.22,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인터넷 싸이트(위)와 마이데일리 2009년 11월 24일자(아래)에서 따온 것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