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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주명철 신부 칼럼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교황에게 바라는 마음

by anarchopists 2019. 10. 28.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4/07/16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교황에게 바라는 마음



다가오는 8월이 되면 교황이 한국을 방문한다.
프란치스코 교황!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로마 가톨릭의 제266대 교황이며, 지난해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올해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오른 최초의 아메리카 출신, 1,282년 만의 비유럽권 출신의 교황 등 그에게 붙여진 찬사나 수식어만큼 취임 초기부터 다른 교황들에 비해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그는 전임자들이 묵었던 전용 숙소를 거부하고 다른 사제들, 수도자들과 공동생활을 하며 방탄 리무진 대신 30년 된 승용차와 버스를 타고 다닌다.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위치이지만 항상 검소하고 겸손한 지도자가 되기를 원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자신의 삶에서 가장 먼저 실천할 정도로 교회의 사회참여를 촉구하며 어려움을 겪는 자들을 돌아볼 것을 호소하였다. 교황의 어록들과 새해 결심을 보면 그가 얼마나 소박하고 약자들에 대한 관심이 많은지 또한 순박하고 아름다운지 짐작할 수 있다. 그동안 전 세계에 보여준 교황의 사목적 지향성을 가늠해 볼 때, 그가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의미가 남다르다 할 수 있겠다. 따라서 필자는 교황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바라고 싶은 마음을 크게 세 가지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첫째, 분열된 우리 사회에 화해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해주기를 기대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양극단으로 치닫는 이념적인 대립과 서로가 무조건 반목하려고 하는 난치병을 앓고 있다. 우리는 암묵적으로 어느 한 쪽을 택하도록 강요받고 있으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는 채 힘겹게 싸우고 있다. 교황은 이런 분열된 우리 사회에 화해와 소통, 용서와 치유의 메시지를 선포해줄 것이라 믿는다. 그는 이제껏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살아 왔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다른 입장을 이해하고 포용하고자 노력해왔다. 게다가 사랑과 관용으로 대화와 소통을 강조해 온 그의 삶을 생각할 때 이런 우리 사회의 아픔과 상처를 충분히 어루만져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에게 평화로운 통일의 길을 모색하고,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기폭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교황은 이제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서로에 대한 무의미한 비판을 자제시키고 보다 높은 이상과 평화를 위해 함께 나갈 것을 촉구해주길 바란다.


둘째, 우리 국민이 사랑과 실천의 삶을 살아가도록 희망을 전해주기를 바란다.
교황이 지난 취임 이후 가톨릭이라는 특수한 종교를 넘어선 사랑과 실천의 삶을 우리 국민이 보면서 작은 울림이 되어, ‘나도 저런 삶을 살아야겠다’는 의지와 실천이 우리 사회에 시작되길 원한다. 고도로 물질화된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것만 챙기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긴장과 갈등, 그리고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럴수록 약자는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가진 자들은 맘 편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교황이 건네주는 사랑의 메시지는 우리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줄 것이다. 그로인해 우리는 소박하더라도 한 가지씩 목표를 갖고 그가 보여준 삶을 사회 곳곳에서 실천해 나가야 한다.


셋째, 그의 방문을 통해 겸손하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높은 위치에 있으면서도 가장 낮은 모습으로 지내고자 했으며, 어려운 사람들을 직접 찾아 나선 교황의 행보는 우리 사회에 시사해주는 바가 실로 크다. 그는 소박하고 형식에 매이지 않는 청빈한 삶을 살고자 계속 노력해 왔으며, 이를 위해 여러 복잡한 절차들을 없애거나 간소화 하였고 대신 스스로 더 움직이는 어려움을 감수하는 삶을 선택하였다. 조금이라도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큰 소리치고 호위호식하며, 필요이상의 절차와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 사회가 교황의 그런 모습을 본떠서 그동안 교만하고 재물을 탐하는 잘못을 버리고 겸손히 약자들의 곁에서 자신
에게 맡겨진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더불어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우리 사회에 화해와 상생, 소통과 위로, 기쁨과 평화, 사랑과 용서의 메시지가 되기를 기대한다. 거기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현재 많은 문제를 아파하는 우리 사회가 그의 겸손한 모습을 본받아 그간의 잘못을 과감히 버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들리는 소리로는 교황의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한다. 먼 타국의 방문이 염려가 되지만 바라기는 부디 기쁜소식의 사자로서 그가 무사히 이 땅을 다녀가시길 기도한다.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주명철 어거스틴 신부
주명철 어거스틴 신부는 대한성공회 대전교구 여수 성필립보성당 주임사제로 있다.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학위(Th.M.)를 받았다. 본당사목뿐만 아니라 시국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 성공회의 선교 불모지인 여수지역에서 활발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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