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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어록과 단상

시골을 지켜야 한다.- 농민들이여, 다시 흙으로 돌아가자

by anarchopists 2019. 11. 2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3/07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시골을 지켜야 한다.
농민이여, 다시 흙으로 돌아가자


[함석헌 생각]
(시골을 지켜야 한다) 옛 사람은 뜻을 살았고, 지금 사람은 맛을 찾는다. 그러므로 옛날에는 시골에 살았고, 지금은 도시문명이다. ..... 도시가 죄악의 온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도시에서 보는 것은 인간의 지혜와 힘이고, 시골에서 보는 것은 자연의 힘과 지혜이다. 도시에서는 사람이 점점 교만해지고 시골에서는 슬기가 있다....도시문명은 필연적으로 멸망할 것이다. ...도시는 제국주의 ·자본주의 · 독재주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배하는 자는 도시에 있다. 자유를 사랑하면 시골에 있어야 한다. 지금 시골이 발달 못하는 것은 도시의 착취 때문이다
.(《함석헌저작집》1, 한길사, 2009, 98쪽)

[오늘의 실천]
위 글은 함석헌이 그의 시집 《수편선 넘어》(삼협출판사, 1953)에 실린 〈살림살이〉를 풀이하면서 강연한 내용이다. 이 말씀은 오늘에 되새겨볼 때 너무나 가슴 뜨겁게 와 닿는 말이다. 서양의 근대화와 함께 지구가 맞는 오늘날은 농업사회에서 상업사회를 거쳐 산업사회로 진화하였다. 그리고 다시 상업주의와 산업주의가 결합하여 자본주의시대를 만들어냈다. 자본주의와 함께 세상은 타락의 길을 걷고 있다. 세상이 타락하면서 농촌도 함께 타락해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권력과 자본은 농촌을 완전한 시장경제로 편입시키기 위하여 경쟁력시대를 강조하고 있다.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농민은 농촌을 떠나라고 강요한다. 경쟁력 있는 농촌경제가 바로 대농중심이요, 기계농이요, 과학영농이다. 결국 이 나라 권력들은 시골에 ‘자본농’을 육성하여 농촌을 자본시장에 편입시키는 짓거리를 한창 하고 있다. 수구정당이 권력을 잡았을 때나 개혁정당이 권력을 잡았을 때나 매한가지다. 도시에 살고 있는, 그래서 이 나라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는 정치와 자본권력들은 도시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하여 농촌에 자본시장을 키우고 있다. 그런데도 농민들은 도대체가 아무 것도 모른다. 도시의 지배자들이 하는 대로 내맡기고 함께 자본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돈에 유혹되어 있다. 갈수록 갑갑한 농민들이 되어가고 있다.

농민의 본질은 공동체정신이다. 이웃과 정담을 나누고, 흙냄새를 맡으며 땅과 더불어 욕심 없이 사는 게 농민이다. 농민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시골이다. 그런데 도시의 정치와 자본권력의 유혹에 넘어가 이제 시골의 농민들도 돈맛을 알게 되었다. 자연의 힘과 지혜가 사라졌다. 점점 도시의 교만과 위세를 모방하고 돈을 과시한다. 냉장고를 자랑하고, 자동차를 자랑하고, 저택을 자랑한다. 정신적 내면이 아닌, 외형의 크기를 과시한다. 죄다 사장님이다. 농민이 사장으로 둔갑한 지 오래다. 밭 몇 때기만 가지고 있어도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농민들이여, 시골을 지키자
. 이제 다시 우리 농촌으로 돌아오자. 돈보다는 사람과 자연을 생각하는 농민이 되자. 자연과 더불어 생각하는 지혜와 슬기를 갖는 농민이 되자. 도시 권력들이 우리 농민들에게 던져주는 “행복한 마을 만들기”에 현혹되지 말자. ‘행복한 마을’이라는 말속의 ‘행복’은 정신적 행복이 아니라, 물질적 행복이다. 농민이 물질적 행복에 젖게 되면 그 다음에는 정신적 타락이다. 정신적 타락이 오면 자유를 잃는다. 그 다음에는 도시의 정치와 자본에 예속되어 그들의 노예가 된다. 자본은 결코 농촌을 살리지 못한다. 파괴할 뿐이다. 농민들은 자본의 유혹을 뿌리치고 우리의 전래적 공동체사회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도시의 착취를 뿌리쳐야 한다.

돈이 되는 밭농사보다는 논농사가 더 농부다운 농업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돈이 되는 작물만 쫒다보면 우리도 도시의 상인과 타락한 기업의 자본가와 무엇이 디를 바 있는가. 농촌의 농민들이여, 우리는 도시의 부패한 자본가와 상인들을 닮아서는 안 된다.

농민들이여, 떨쳐 일어나 다시 흙을 만지고 땅을 일굽시다. (2012. 3.7 아침,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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