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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어록 365일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 진실의 조건입니다!

by anarchopists 2019. 11. 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4/02/24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함석헌 365일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 진실의 조건입니다!



“그리스도의 멍에란 고난의 멍에다. 진실한 마음으로 하나님이 지우시는 짐을 지는 일이다. 십자가의 멍에다. 그리하여 순종을 배운다. 세상에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는 그 진실한 마음 때문에 천국에 가는 그리스도의 멍에를 멜 만한 자격이 있다. 고로 불러서 나를 배우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멍에를 멘 자는 어찌된 일인지 그리스도가 자기의 짐을 바꾸어 졌고 자기 몸은 대단히 가벼운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내가 너희를 편히 쉬게 하리라”하는 데 대하여 “아멘”하게 된다.”(함석헌, 함석헌전집, 영원의 뱃길 19, 한길사, 1985, 81-82쪽)

[생각하며 生覺하기]

오늘날 “진실”이라는 말이 희귀어가 되어버렸습니다. 진실의 사전적 의미는 “거짓이 없는 사실”, 혹은 “마음에 거짓이 없이 순수하고 바름”을 뜻합니다. 이렇듯 진실은 분명히 참됨이라는, 거짓이 아닌 참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사람의 인간관계는 형식적으로 변하고 그 깊이는 표피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시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함석헌은 “빈곤이 있으면 빈곤을 정직히 지고 가려하고 불행이 왔으면 정직하게 불행을 당하고 가려는 진실한 마음이다. 그런데 눈을 들어 세상을 보면 진실이란 터럭 끝만치도 없다”고 한탄을 합니다. 참과 순수함을 가지되 사람을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으려면 지금 내가 직면한 삶에 대해 솔직해야 합니다. 어려움은 어려운 대로, 고난은 고난대로 실패는 실패대로, 사랑은 사랑대로, 슬픔은 슬픔대로 감추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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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을 자신의 품으로 초대합니다. 흔히들 그 초대에는 조건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함석헌은 달리 생각합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이 가식적이거나 욕망적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자신의 짐이 무겁다고 달랑 그 짐을 예수에게 맡겨 버리고 정작 자신은 어떠한 짐으로부터도 해방된 자로 가겠다는 알량한 생각을 비판하는 것이죠. 오히려 예수는 말합니다. 각자가 지고 있는 짐을 자기에게 맡기고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짐을 지라고 말입니다. 그게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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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다 벗어던진다는 것은 거짓입니다. 대신 최소한의 삶의 짐, 어쩌면 상대방이 진 가벼운 짐을 나눠질 수 있는 것이 진실한 삶입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아무런 짐도 지고 가려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종교인도 신앙인이 당연히 져야 하는 기본적인 짐 꾸러미조차도 그야말로 짐스러워 합니다. 사회의 짐, 교육의 짐, 세금의 집, 육아의 짐, 환경의 짐, 배려의 짐 등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합니다. 그러니 자연히 ‘진실’이라는 말, ‘진실하다’는 말, ‘참하다’는 말을 듣기가 어려운 세상이 되고 만 것입니다.




그리스도가 자신의 짐을 가볍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인간으로서 져야 하는 책임의 짐이었을 것입니다. 그 책임은 한갓 짐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마땅히 짊어져야 하는 삶의 도리 같은 것입니다. 그것조차도 지지 않는다면 도둑놈 심보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 도둑놈 심보가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되어 있습니다. 서로가 짐을 안 지고 서로 짐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진실하려면 남이 지고 있는 것을 대신 지려고 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남도 짐이 가벼워지고, 덩달아 나의 짐도 가벼워지는 법입니다. 서로 나누어지는 것이지 단지 바꿔지는 것이 아닙니다. 짐이란 나의 짐, 너의 짐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하는 짐만 있을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각기 나의 짐, 너의 짐 할 것 없이 나누어지면 가벼워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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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인류가 져야 하는 짐, 곧 멍에를 대신 짊어졌으니 이제는 자신이 진 멍에를 지고 따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분의 짐은 적어도 인생이 겪어야 하는 삶의 짐, 긴장의 짐, 십자가의 고난과 사랑의 짐을 가리킵니다. 인생의 참된 쉼을 얻으려면 짐을 지고 가야 쉼도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짐이 없으면 쉼도 없습니다. 예수는 강요된 순종이 아니라 자발적인 순종을 통해 십자가의 짐을 지기를 원하십니다. 십자가를 죽음과 동치시키면 고난과 고통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피상적 의미만을 말하는 것이고, 그 저의와 진의는 사랑과 자비, 그리고 진정한 구원과 해방입니다. 고난과 고통, 그리고 죽음 너머에 있는 그와 같은 멍에의 가치를 깨달으면 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영혼의 쉼, 마음의 쉼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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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성, 진실한 삶의 태도는 삶의 모든 부정적인 현상과 사건들을 피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맞서고 맞대면하면서 긍정으로 승화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멍에, 즉 자비와 사랑, 구원과 해방의 가치와 삶의 실천들을 몸으로 살면서 그를 따르는 삶입니다. 그리스도의 멍에도 매지 못할 바에야 자신의 멍에를 남에게 전가시키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그게 진실은 아니니까요.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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