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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예관수 선생 칼럼

소치 김연아 그 후, 그리고 6월선거

by anarchopists 2019. 11. 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4/02/26 06:26]에 발행한 글입니다.


소치, 김연아 그 후..6월 선거

이제 소치 동계오륜은 끝났다. 보름여 동안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잠시나마 일상의 고단함에서 벋어났으면 되었다. 좋은 결과를 낸 선수는 물론이고 최선을 다한 선수들도 크게 격려 받아야 한다. 올림픽을 위해 4년여 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세계 선수들과 어깨를 겨룬 것만으로도 족하기 때문이다.

수십 수백분의 일초나 간발의 차로 주어지는 금, 은, 동메달은 단지 경기의 흥행을 위한 주최 측의 미끼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메달 색에 너무 집착하면 등수 밖의 대다수 선수들은 들러리에 불과해지며 참여를 강조하는 올림픽 정신과도 맞지 않다.

물론, 김연아 선수의 은메달 소식은 몹시 아쉽다. 일부 심판들의 편파적 판정에 의한 희생양이란 의견이 팽배하지만 스포츠 세계에선 흔히 있어온 일이었고 우리가 수혜한 적도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88 서울올림픽 당시 라이트 미들급 권투 결승전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미국의 로이존스 선수를 판정으로 누르고 메달은 딴 박시현 선수다. 언젠가 방송에 출현한 박선수는 그 경기 결과로 두고두고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았다며 고백했다. 솔직한 그의 고백으로 볼 때 자신의 실력이 아닌 불공정한 판정으로 얻어지는 순간의 승리는 상대선수는 물론 수혜 선수 자신 조차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였다. 정당하지 못한 권력도 그렇다. 국민을 비참하게 만든 권력자들이 도도한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대대로 그 오명을 남기는 예를 우리 현대사의 뒤안길에서도 종종 마주치지 않았던가.

다행히 김연아 선수는 메달 색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을 여기까지 오게 한 과정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하였으니 이는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데 있으며, 인간에게 더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인 쿠베르탱의 올림픽 강령에도 어울리는 적합한 자세이다. 멋진 어른으로 성큼 자라 이렇게 든든한 모습까지 보여 주니 더욱 대견스럽다.

사실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고 해서 일반 국민들의 삶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관제화된 언론이 올림픽 보도에 집중 포화해서 국민들의 이목을 쏠리게 한 사이 국내에선 국민들의 운명을 재단할 중요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염전 노예노동, 홍문종 여당 사무총장이 운영하는 아프리카 박물관의 외국인 학대, 쌍용차 해고 무죄판결, 강기훈 유서대필사건과 부림사건 재심 무죄선고와 검찰의 상고, 부산외대 신입생 환영회 장소인 코오롱 마우나리조트 붕괴 참사, 김용판 대선개입 무죄판결, 이석기의원 내란음모사건 유죄판결, 재벌회장들의 탈법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관련 중국 공문서날조 사건, 남북이산가족 상봉 등등..

이제 화려한 축제가 끝났으니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스포츠계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조리와 고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선수선발 과정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합리 (치마바람, 학연, 지연, 금권의 개입 등)가 초래한 결과가 안현수(빅토르 안) 선수의 러시아 귀화였다. 그처럼 저명한 선수조차도 ‘인(人)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타국으로 귀화를 택했다면 하물며 이름 없는 수 많은 선수들은 잠재능력이 있음에도 불공정한 이유들로 그 꿈을 접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 동안 공공연한 비밀인 선수선발 과정과 선수단 운영에서의 부조리를 전혀 몰랐다는 듯이 '빅토르 안 선수의 귀화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라'는 국정 최고책임자의 유체이탈적 화법의 말 한 마디로는 절대 바로 잡혀지지 않을 일이다. 정말이지 국민이 다 아는 그 사건의 내막을 그만 몰랐다면 더욱 큰일이다.



시민들이 올림픽에 대한 관심의 십분의 일이라도 당면한 문제에 쏟는다면 세상은 분명 바뀔 것이다. 김연아와 러시아 선수의 경기를 세세히 비교 분석하며 배점의 불합리성을 꼼꼼하고 날카롭게 지적한 언론들이 오만방자한 권력을 향해서도 날선 비판을 가한다면 세상이 바로 서겠지만 이미 권력의 시녀가 되기로 작정한 그들에게서 그런 희망을 찾기란 연목구어와 다름 아니다. 결국 국가기관들의 국기문란행위인 불법적인 선거관여와 그로 인한 선거결과의 왜곡, 그 이후 이어지는 공약들의 일방적 폐기와 반동적인 역사전쟁에 대항하는 일은 오롯이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자 운명이 되었다. 곧 다가오는 6월의 지방선거에서 부당한 권력을 심판하는 피풀 파워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20년 전 탐관오리들의 학정과 외세의 침탈에 분연히 저항한 갑오년 동학혁명의 뜨거운 그 정신을 되살려야 할 때가 마침내 도래하였다.(2014. 2.24, 예관수)

예관수 선생님은
예관수님은, 행정학을 전공하였다. 현재 부산에서 개인사업(토,건자재 판매업)을 한다. 현재 그의 삶은 주중에는 도시일을, 주말에는 거창으로 내려가 매실 등 농사를 짓고 있다.(주말 귀농 4년차, 5都2農 생활) 이후, 농사에 이력이 붙는 대로 완전 귀농하여 자연과 더불어 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필자이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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