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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독자 칼럼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는 대한민국, 무너지는 나라사람들의 마음

by anarchopists 2019. 10. 3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4/04/22 06:03]에 발행한 글입니다.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는 대한민국,
무너지는 나라사람들의 마음

무거운 마음으로 글을 쓴다. 슬픔인지 분노인지, 가슴이 벌렁거리다가 눈물이 나다가 화가 불끈 솟아오르는 혼란스러운 정신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아이들은 과연 살아 있는 건지? 하나 둘 차가운 시신이 되어 들려나오는 모습을 볼 때마다 따사로운 봄날을 거닐고 있다는 것이 죄스럽게 느껴진다.

세월호의 어둠의 선체 안에 갇혀 있는 단원고교 아이들과 같은 학년인 우리 작은 딸도 우울하다. “불쌍해! 학교에서 고생만 하다가 ...

5월 달에 수학여행 간다고 벌써부터 설레면서 이것저것 준비하던 우리 작은 딸은 지긋지긋한 학교에서 벗어나 수학여행을 떠나다가 물에 잠겨버린 이름 모를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한숨만 쉰다.

하루에 몇 번이고 우는 아내...
“공부다 뭐다 괴롭히면서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을 주지 못한 어른들이, 어른들의 말을 듣다가 죽게 된 아이들에게, 앞으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고.... “아이들 얼굴을 어떻게 쳐다보겠냐?”고.... “저 아이들을 죽게 만든 자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나는 누구를 욕하기 전에 내 스스로 죄인임을 느낀다.
페북(facebook)에 이런 글을 올렸다.
어찌 보면 우리 모두가 죄인일 수 있다. 생명과 안전보다 돈벌이를 중시하는 이 천박한 사회를 만들고 이를 막지 못한 책임에서 우리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고,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든 우리 어른들 모두가 죄인이다. 오늘 한 친구가 선장이 나쁜 놈이라고 욕을 한다. 맞다. 선장 참 나쁜 사람이다. 그리고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선장과 몇몇 승무원들에게 책임을 모두 지우고 빠져나가려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장 나쁜 놈하고 돌팔매질을 하고 화풀이를 한 다음에 한두 달 지나서 잊어버리는 고질적인 건망증을 반복한다면 죽어간 아이들, 그리고 지금 살아있는 수많은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범하는 것이다. 선장을 욕하는 친구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선장과 그 뒤에 있는 청해진 해운 등 천박한 자본이 아이들을 절반을 죽이고, 정부, 저 지긋지긋한 관료조직이 나머지 절반을 죽였다”고....

자 그럼 정리 좀 해보자. 누가 저 아이들을 죽였지?? 세월호의 참사는 사고인가? 아니면 살인인가? 생명은 뒷전이고 돈벌이에만 미친 자본의 행태, 우선 생명보다 돈벌이에만 눈이 뒤집힌 청해진 해운을 소유하고 있는 자본이 있다. 오대양 사건과 관련이 있던 세모그룹의 회장의 아들들이 청해진 해운의 실소유주로 알려지고 있다. 31명이 광적인 분위기에서 집단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벌인 오대양 사건 관련으로 회장은 구속되고, 화사는 부도가 났으나 어찌된 일인지 그 자식들은 청해진 해운의 실소유주로 극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종교에 미치던 돈에 미치던 서로 통하긴 통하는 모양이다. 우선 일본에서 18년을 운행하던 낡은 선박을 사다가 대대적으로 개조해서 투입한 것부터 살펴보자. 청해진 해운은 2012년 일본에서 18년간 운행하던 낡은 선박을 구입해서 리모델링을 해서 운행을 했는데 이는 이명박 정권이 선령제한을 25년에서 30년으로 늘려준 소위 규제완화로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국토해양부에서는 이러한 선령규제완화로 “기업비용이 연간 200억원이 절감될 것” 이라고 자화자찬을 했다는데... 쩝 (일본은 선박의 안전상의 이유로 선령 20년이 되기 전에 후진국으로 해외매각을 한다는데, 과연 우리나라가 이러한 후진국에 해당이 되는지? )

그리고 세월호의 승선인원을 늘리기 위한 개조가 과연 불법인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관련기관과의 유착과정이 있었는지도 밝혀내야 할 것이다. 또한 선박의 복원력과 관련된 치명적인 결함이 있음에도 계속 운행되었음을 밝히는 언론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운행되지 않는 낡은 선박을 사서 불법개조를 하고, 치명적인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행을 강행한 청해진 해운의 행태는 수백, 수천의 사람의 생명보다 오로지 돈벌이에만 눈이 먼 미치고 천박한 자본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왜 세월호의 선장과 승무원들은 비상상황에서 이토록 어처구니없는 무지하고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을까? 그 중의 한 원인은 인력운영의 문제다. ‘세월호’에는 선박의 운행을 책임지는 안전의 핵심인 기관부 승무원의 70%가 비정규직임이 밝혀졌다. 69살 먹은 선장부터 1년 계약의 비정규직이다. 이 비정규직 선장은 본 선장 휴무시 대체인력인 셈이다. 조타수 3명도 6개월에서 1년 계약의 비정규직이다. 그리고 팀웍이 최우선인 승무원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서로 물과 기름이었다고 한다.

임시방편(땜빵)의 비정규직 선장의 지휘가 위급상황에서 어떻게 나타날 지 상상이 가지 않는가?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 승객과 선박의 안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 불감증, 과연 세월호만의 문제일까? 연간 접대비로 6천만 원을 쓰고 직원의 안전교육 등 연수에는 50여만 원만을 사용했다고 하는 회계기록은 생명과 안전에 대한 철저한 무시의 산 증거다.

제대로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비정규직 선장과 승무원이 낡고 고장난 배를 운행하는 것, 언제든지 사고가 날 수 있는 개연성이 있고, 따라서 사고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고, 사고가 아니라 살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개연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대형참사로 현실화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너무 많다. 2시간 반의 출발지연.... 도착시간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속도를 내고 항로를 이탈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선장의 판단보다는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청해진 해운의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사고 발생부터 선체가 급격하게 기울고 가라앉기까지의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있었다니, 이런 비상식적인 무대책의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나쁜 선장, 비겁한 승무원만의 문제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이 있는가?

여하튼 생명과 안전보다 돈벌이에만 눈이 뒤집힌 미친 자본이 첫 번 째 원인제공을 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청해진 해운만의 문제일까? 생명경시와 돈벌이와 경쟁만을 우선시하는 천박한 한국사회의 민낯이 아닐까? 지금도 한국의 연안에는 수천 척의 잠재적 세월호가 떠다니고 있다. 청해진 해운처럼 정말 미치고 나쁜 자본이 아니더라도 정말 영세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낡은 배, 열악한 조건의 승무원들, 그리고 생명과 안전에 둔감하고 돈벌이만을 쫒는 영세자본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 버스처럼 준공영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고 이는 전적으로 ​ 옳은 말이다. 물론 버스도, 선박도 준공영제가 아닌 공영제로 가는 것이 맞지만.... ​

국가, 정부 너희가 바로 재난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던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기는커녕 그 자체 재난으로 다가왔다.살인이다. 천박하고 미친 자본이 일차 살인이라면, 저 국가권력과 관료조직은 이차 살인을 저질렀다. 배가 침몰한 것까지는 청해진 해운과 선장의 잘못이라고 치자. 그러면 왜 너희들은 침몰하는 배에 갇힌 수백의 생명을 구하지 않고 방치를 했는가?

전원구조 되었다는 오보로 시작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이해하지 못할 행보는 아이들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시간대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계속 뒷북만 치고 있다. 게다가 세월호과 진도관제센타의 교신사실을 숨기는 등 진실을 은폐하는데 급급하고 있다.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절박함보다는 어떻게든 책임을 모면하려는 무사인일과 무능력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이는 박근혜 현장 방문시 그 소중한 시간에 수색작업을 중단하고 의전경호에 집중하고, 구조대책이 아닌 각하방문대책을 세우는 썩어빠진 관료들의 행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어떻게든 선장 등에게 모든 책임을 씌우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권력의 행태는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와 항의 행동 속에서 하나 둘 파열구가 나고 있다. 앵무새 같은 조중동(朝鮮, 中央, 東亞日報)과 지상파 방송(조중동이 운영하는)과 함께 진실을 감추고 제풀에 지쳐가기를 바라지만 sns와 대안언론의 활약으로 이러한 의도 역시 무너지고 있다.

무능함인가? 사악함인가?
안전행정부 장관이 책임을 맡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이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자 국무총리가 책임을 맡은 대책본부를 꾸렸지만 정말로 무책임하고 무능하다. 박근혜가 현장을 방문했을 때 실종자 가족들은 이렇게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관료조직을 움직일수 있도록 대통령이 역할을 하길 바랬을 것이다. 그래서 연단 아래서 한 어머니는 박근혜에게 무릅을 꿇고 애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는 단지 생색만 내고 소중한 구조시간만 축 낸채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아니 안했다.

그런데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구석이 너무 많다. 과연 단지 무기력하고 썩어빠진 관료조직의 문제인가? 이 정권의 무능력의 문제인가? 아니면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있는가? 이 정권에 묻고 싶다. 너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의도적 살인을 하고 있는 것인가? 늦은 밤 이렇게 주절주절 쓰는 이유는 너무 화가 나서다.

내일, 그리고 모래, 그리고 다음날도.... 지켜볼 것이다. 아~, 그리고 제발 아이들이 살아있기를.... 단 몇 명이라도.... 기적이 일어나기를..... 눈물이 앞서 더 글을 쓸 수가 없다.(2014. 4. 19, 김삿갓)

* 본문 내용 중 사진 위는 한국경제 tv(2014.4.17), 아래는 news 1(2014.4.20)에서 각각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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