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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독자 칼럼

수능이 인생을 결정 짖는 슬픈 나라

by anarchopists 2019. 12. 3.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1/10 06:39]에 발행한 글입니다.


수능이 인생을 결정 짓는 슬픈 나라

11월 10일 대입수학능력 시험일, 내일 모래로 다가왔다. 우리 큰 딸이 이번에 수능시험을 본다. 수능을 앞두고 아빠가 해 줄 수 있는 거라고는 아침에 학교까지 차로 데려다주고, 밤늦게 학교나 독서실에서 집으로 데려오는 일이다. 그리고 데리러 오가는 짧은 시간동안 차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정말 안 스럽다. 그리고 힘들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 우리 딸이 너무 기특하다.

오가면서 우리 딸은 같은 반애들이 걱정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어 듣기 평가를 하는 데 갑자기 천둥이 치면 어떻게 되는 거야?
테이프를 다시 틀어주나?”
“영어 듣기 평가를 하는데 자동차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나면 어떻게 해? ”

한 두 문제로 대학의 당락이 결정되고 대학의 당락에 따라 인생의 진로가 바뀐다고 생각하는 데 '천둥소리'가 인생을 바꾼다는 거 아닌가? 큰 딸도 그렇고, 아내도 내내 걱정하는 일이 있다.

'“시험을 보는 데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면 어떻하지?”

화장실에 급한 볼일이 생기는 생리현상이 인생을 바꾼다?? 그래서 수능시험 때는 물도 안 마셔야 하고 행여 배탈이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배변시간도 미리 미리 습관화시켜야 한다. 우리 딸의 반 친구 중에 한 애는 한참 시험이 진행되는 그 시간대에 꼭 화장실에 가야 한단다.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병원에 가서 약도 지어 먹었단다. 배변시간이 인생을 바꾼다???

여자아이들의 경우는 생리도 스트레스다. 시험 때 생리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질 것을 걱정해서 생리조절약을 먹는다.

천둥소리가, 화장실에 가는 생리현상이, 한 달에 한번 오는 생리일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 라는 이 비극적 코미디를 어찌할 것인가? 앞으로 십년, 이십년 아니 백년이 지난 후에 후세 사람들은 이야기하리라.

"2011년 한국이라는 나라에는 수십 만 명이 한 날 한 시에 시험을 쳐서 갈 수 있는 대학을 정하고, 그 대학에 따라 사람의 등급을 매기는 희안한 제도가 있었는데 이날 천둥소리 때문에, 화장실에 갔기 때문에, 재수 없이 생리일이 걸려서 인생이 바뀌는 골 때리는 일들이 빈번 했었다 라고......"[2011. 11.9, 김삿갓]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아시아투데이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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