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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종강 변호사 칼럼

서울시장선거, 후보단일화 할 필요 있나?

by anarchopists 2019. 12. 1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9/27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候補單一化 꼭 해야 하는가?
"가을 하늘 광활한 데
높고 구름 없이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씨알에게는 가을이 더욱 좋습니다.
논어에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요,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란 말이 있습니다. 화(和)는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여 속으로 하나를 이루는 것이고 동(同)은 속은 서로 딴 것이면서 겉으로 부화뇌동(附和雷同)을 하는 것입니다. 화(和)는 서로 꼭 같기를 요구치 않고 각각 제 할것을 하면서도 사심이 없이 서로 하나의 산 전체를 이룬 것이고, 동(同)은 속의 이기심은 여전히 있으면서 이익을 위해서 일치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 차이로 군자. 소인의 다름이 환해집니다
"(함석헌,〈씨알에게 보내는 편지〉,《함석헌저작집》 8권, 75~76쪽)

함석헌이 위 글을 쓴 때가 1972년 9월의 어느 가을날이었다. 그때의 가을도 푸르고 드높았고 지금도 가을은 푸르고 드높다. 그러나 씨알들의 세상살이는 힘들어만 간다. 그런데, 세월이 40년이 흘렀으면 좀 나아져야 할 것이 아닌가? 분명 무엇인가가 잘못 되었고,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잘못을 바꾸는 염원이 모여 다시 역사의 큰 강물을 이룰 때다. 지금은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문제다. 따라서, 어느 정파의 이해나 지역의 이해나 계급의 이해를 앞세우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외침이다. 지금의 후보단일화논의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이 나라는 서울시장보궐선거문제로 세상이 분주하다. 여권이고 야권이고 간에 안철수라는 시대현상에 주춤거리다가 지금은 박원순과 이석연이라는 시민단체출신의 변호사들의 등장에 전전긍긍이다. 그러면서, 다들 여권이고 야권이고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단일화를 이루는데 있어서 여론조사와 당원지지도를 평가요소로 한다고 한다. 그런데, 단일화를 꼭 해야 하는가! 그렇게까지 하면서 단일화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런 단일화는 사실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여 속으로 하나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속은 서로 딴 것이면서 겉으로만 합치는 것이 아닌가? 단일화해서 선거에서 당선된다고 하여도 결국 각자 서로의 지분을 주장하면서 서로의 갈길을 가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단일화대상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그냥 실개천정도인지 그냥 동네에서 흐르는 강물인지를 빨리 알아라. 알면 큰 강물의 흐름에 자신을 과감히 동참하여야 한다. 그것이 실질의 단일화이지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그래서 이제 너무 단일화라는 코드에 함몰될 필요는 없다. 역사의 흐름은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이다. 지금 어떤 거대한 바위가 앞을 막고 있다하더라도 강물은 그것을 돌아서 휘감아서 간다. 지금의 안철수 신드롬은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이 땅의 씨알들의 바램이 하나 이제 쑥 솟아 나온 것이다. 그래서 안철수도 하나의 상징이다. 역사의 흐름의 예고편이다. 진정한 흐름은 이제 시작된 것이고 이 흐름의 본류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사실 단일화라는 것도 이제는 옛날구호일 뿐이다
. 본래 이 땅에는 1987년 김대중과 김영삼과의 단일화실패이후 단일화를 꼭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존재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시대를 이미 지났다. 지금은 서로 같이 함께 살아가는 시대다. 지구촌 모두가 다 그 소리를 내고 있지 않은가? 거대한 그 흐름은 지금 느린 것처럼 보여도 실상 빠르다. 그리고 거대한 강물은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 막기 힘들다. 이 땅에도 그래서 지금 새로운 정치의 도래가 오고 있는 것이다. 정당정치가 왜 위기인지 잘 보아야 한다. 여권이고 야권이고 하는 단일화 전략은 다 기존의 이익을 지켜보려는 마지막 몸부림일 뿐이다.

함석헌은 말한다. “이젠 생존경쟁의 철학, 부국강병주의 정치는 지나간 시대에 속한다는 것”을, “이젠 같이 살아야 하는 시대 ”라는 것을... 따라서 이 사람들이여! 단일화에 너무 목매지 말라. 그 사람이 정말 역사의 흐름을 타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메시지와 행동에서 알 수 있다. 그 사람이 내뿜는 에너지에서 그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로 단일화가 자연스럽게 되어 버린다. 그러니까 사람들이여! 사람을 뽑으려면 누구 말을 듣지 말고 스스로 잘 듣고 잘 보고 선택하여야 하는 것이다. 역사는 뜻이 거대한 흐름이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그 뜻을 아는 자, 그 뜻대로 행하는 자에게 그 물길이 열리는 것이다.(2011. 9.27, 박종강)

박종강 변호사님은
사법고시 33회 출신이다. 법률사무소 “민중”에 소속되어 사회적 약자를 돕는 변론활동을 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한세병인권변호단,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기자, 한국소비자보호원 소송지원단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제도권의 로스쿨에 반대하여 빙송통신 로스쿨(민중로스쿨)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외 함석헌학회 감사직을 맡고 있으며 새물결포럼, 함석헌평화포럼에도 관여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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