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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어록 365일

새로운 역사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by anarchopists 2019. 11. 25.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2/03 05:00]에 발행한 글입니다.

함석헌 어록 365일 묵상

[역사와 대화, 그리고 바탈의 물음]

“말씀을 구경에 있어서 윤리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것은 바탈의 맞섬[질적 대립]이요, 영과 영 사이의 문답이다. 구경을 따져 말하면 역사는 하나님과 사람의 대화다. 정신과 물질의 대화라 할 수도 있고, 한[全]과 낱[個]의 대화라 해도 좋다. 마르크스는 유물변증법이라 해서 과학적이노라 하지만 그야말로 비과학적이다. 말씀은 물질에는 있을 수 없다. 뜻은 정신에만 있는 것이요, 문답은 뜻 때문에 나온다. 그러므로 물질이란 말은 맞붙을 수 없는 말이다. 역사는 영과 영의 문답이다. 어미 영과 새끼 영이 있어서 문답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의 말씀이라 혹은 교(敎)라 하는 것이다.” (함석헌저작집1, 들사람 얼, 한길사, 2009, 31쪽)



 

  역사는 모름지기 묻고 대답하는 과정과 생성의 흐름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물음이라는 것을 던지지 않습니다. 설령 물음을 던진다 하더라도 올바른 물음과 객관적인 물음을 던지기보다는 나의 이익과 연관된 사심에서 나오는 물음만을 던질 뿐입니다. 물음이 올바르지 못하니 답 또한 올바른 답이 구해질리 만무합니다. 그러니 역사에서 어디 ‘대화’라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던가요? 지금의 역사는 대화가 없는 역사요, 마주서서 누군가와 말을 주고받는 역사가 아닙니다. 문명이 빚어 놓은 현상일 수는 있지만 수많은 전파를 타고 오가는 말들은 그저 새로운 시대가 안겨준 데이터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거기에는 정신이나 뜻이 없습니다. 물질적 정보만 가득할 뿐입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역사라고 생각하고 소중한 인간의 대화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세계는 바로 그러한 틈바구니를 노리고 물질에 뜻이 있는 것처럼 호도합니다. 아무리 함석헌 선생께서 마르크스를 비판했다고는 하나 그 비판은 그저 그에 대한 소소한 면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비판의 의도는 물질을 우선하는 사회로 경도될 수 있는 사상적 배경이 마르크스 안에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그의 인간학적인 깊이 전체를 비판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함석헌은 역사란 대화라고 말했습니다. 대화를 하다보면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됩니다. 국가나 기업이
새로운 역사를 남기기를 원한다면 백성과 진정으로 대화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 선봉에 종교가 있어야 합니다. 종교는 말씀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말씀은 사랑의 말씀입니다. 그것으로 백성을 계도하기 전에 자신을 말씀의 종교로 무장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투적인 종교, 호전적인 종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더욱이 말이나 앞세우는 종교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말씀의 원의와 지향, 즉 정신과 뜻에 부합하는 종교인이 되어야 백성들을 인도하고 국가와 기업에 대해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힘이 터져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종교나 국가를 보면 오히려 물질이 정신인 양 백성을 속이고 더 이상 역사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우매한 인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말씀의 종교는 윤리적이어야 합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역사에 대한 기억이나 역사의식이 흐릿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진정으로 무엇이 역사를 역사가 되지 못하게 하는지 인간 자신의 바탈에서 근원적인 물음이 생겨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의 삶과 실존에 대한 물음, 그리고 거기에 마주보는 말[對答]은 무엇입니까?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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