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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전미혜작가 단상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가다립니다.

by anarchopists 2019. 10. 2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4/08/31 20:06]에 발행한 글입니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기다립니다.


大~ 韓~ 民~ 國!(대한민국) 이 땅에서는 백성이 주인이고, 백성이 가장 최우선이고, 백성이 전부여야 합니다. 국민이 없는 국가가 어디 있길래 국민을 지배하는 권력이 주인 노릇을 한답시고 감히 민주(民主)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인권을 탄압하는 정부가 대명천지에 존재할 수 있답니까.

이 땅의 수호와 독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신 순국선열님들과 이 땅의 민주와 평화를 위해 온몸으로 투쟁하셨던 호국영령님들께서 자금(昨今)의 지경을 보신다면 억장이 무너지고 기절초풍하실만한 상활을 대다수의 국민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소원하여 사십 일을 금식하신 유민 양 아버님의 근황을 지켜보면서 세상에 사람보다 중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지요. 대체 무엇이 광화문 네거리에 사람들을 들끓게 하고 청와대 문 밖을 서성이며 국가의 원수(元首)를 목 놓아 부르게 할까요.

대체 무엇이 목숨을 담보로 대통령과 면담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눈물마저 외면하고 불통하게 할까요.
중국 관광객이 유람 삼아 드나드는 청와대를 이 땅의 백성이 들어가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수긍하는 속박과 착취에 익숙한 백성들의 가슴은 어두운 터널을 달리는 심정일 것입니다.

연일 단식과 눈물로 호소하는 유가족들의 사연이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면서 세계인들 모두가 어처구니없는 처사에 기막혀하고 있으며, 지난 주 우리나라를 방문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기꺼이 가슴에 단 노란 리본과 함께 방한 일정을 마치셨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에 일어난 최근의 문제 중에서 세월호의 문제가 결코 간과할 수 없을 만큼 큰 슬픔이며 아픔이라고 공감하셨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마저 공감하는 세월호 문제에 관하여 우리 몇몇 국민들의 반응은 더 이상 거론하는 것조차 귀찮아하고 있으며 심지어 유가족들이 원하지도 않은 문제들을 들먹이며 각종 유언비어로 본질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눈이 되고 입이 되어야 할 언론은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하느라 진실은 온데간데없고 이미 한참이나 기한 지난 각종 사건들로 시선 돌리기에 급급해합니다.

봉건주의 시절도 아니건만 계층 간의 보이지 않는 계급 논리가 적용되는 이 시대는 자본과 권력의 노예화가 가속되고 있으며 위선과 거짓이 판치는 바람에 기회주의가 골수에 박혀버린 구제불능의 이기심만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박 대통령 결단 촉구’ 기자회견 전문입니다. 좀 길지만 읽어봅시다.

​<기자회견문>

세월호 참사가 있은 후 131일째 되는 날입니다.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정부, 국회가 없었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알게 된지도 같은 시간이 흐른 날입니다.

저희 가족들은 유민 아빠의 요구이자 저희 가족들의 요구 그리고 대통령의 약속이기도 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 이곳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비를 맞고 뙤약볕 견디기를 3일째 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들은 정말 이해가 안 됩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며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자는 저희 가족들의 요구가 왜 이렇게 안 받아들여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설명을 하지도 않은 채 형사사법체계를 흔든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만으로 이 당연한 요구에 당당히 맞서는 정치권도 이해가 안 됩니다. 있지도 않고 주장하지도 않고 있는 각종 특혜를 들어 안전한 사회에 대한 요구를 멈추게 하려는 사람들도 이해가 안 됩니다.

제일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눈물 흘리며 가족들과 국민들의 바램대로 철저한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약속했던 대통령님이 이제는 말과 얼굴을 바꾸며 뒤로 물러선 것입니다. 다른 누구도 아닙니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이자, 국민 기본권의 수호자이신 대통령님이 저희 가족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한 약속과 담화를 통해 밝히신 약속을 이렇게도 헌신짝 취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너무나 이해가 안 됩니다. 통상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하는 이야기는 신뢰할 수 있는데, 대통령님께는 이 상식도 안 통하는 것입니까? 이 세상에 믿을 사람, 믿을 말이 정녕 없는 것입니까?

이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아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도 믿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는 세상살이의 기본이 되는 신뢰를 저희 가족들과 국민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저희 가족들이 하고 있는 이 슬픈 농성의 길이는 우리 사회의 신뢰가 붕괴되어 있는 정도를 보여줄 것이며, 한편으로는 이 사회를 책임지고 있다고 자처하시는 대통령님의 무능도 보여주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이 슬픈 농성을 하루속히 종결할 수 있도록 대통령님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대통령님의 결단은 무너지고 있는 이 사회의 신뢰를 다시 쌓는 초석이 될 것이며, 이 사회가 안전한 사회로 접어드는 입구가 될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이 아름다운 일에 대한 주저함이 없을 것이고 없어야 할 것입니다. 당당하고 국민을 생각하는 대통령님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대통령님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유가족 일동)

동물들도 동류끼리는 상대방의 생활터전이나 사냥터를 침범하지 않는 것이 모든 동물 간에 不文律(불문율)인데, 제 잇속을 위해서라면 동류끼리의 살육조차도 서슴없이 자행하는 생명체는 오직 인간뿐일 것입니다.

탐욕과 자만으로 가득 찬 인간 사회는 점점 착취를 위한 폭력이 조직화되고 포악해지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인간의 노예화와 굶주림이 상습화되어 탐욕적인 부가 상대적인 빈을 낳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더 큰 탐욕을 채우고 지키기 위한 폭력이 당연시되었습니다. 그래서 도덕이나 법규 따위는 가진 것 없는 서민들에게나 적용되는 전유물이 되어버린 이 시절입니다. 인간의 역사는 끝없이 발전하고 있다는 변증법적 논리나 물질 중심의 가치체계로 인간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유물론이 사람의 가슴을 병들게 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돼버렸습니다.

슬픔 앞에서는 슬픔이 정제 되도록 통곡할 수 있고 기쁘고 즐거운 일 앞에서는 온몸으로 즐거워할 수 있는 세상. 사람이 먼저인 세상. 상대방의 이야기를 가슴으로 듣고 공감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2014.8.22, 전미혜)

전미혜 시인은
전미혜 선생님은
광주에서 '종이사랑'이라는 공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학과 문화센타 등지에서 종이공예를 강의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한편 시인이다. 탁월한 시상과 글맛으로 시를 쓰고 있으며, 빛고을에서 유명한 시인이다. (그는 '평등사회만들기' 운동가로 학연, 지연, 학력 등을 통한 연줄 사회를 배척한다. 하여 일체 그런 이력을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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